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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그너그룹 올가미에 제대로 걸려든 러시아 푸틴 - 바그너그룹 망령 떨치지 못하는 푸틴 - 반란 이후에도 프리고진 지지율 30% 수준 - 다시 목소리 내기 시작한 프리고진, 푸틴 대안 부각 의도
  • 기사등록 2023-07-06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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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 망령 떨치지 못하는 푸틴]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권위를 되찾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구사하고 있지만 푸틴을 둘러싼 바그너그룹의 그림자 때문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현지시간)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반란 후에도 러시아 내에서 30%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모스크바에 기반을 둔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러시안 필드(Russian Field)'가 지난 6월에 러시아 전역의 약 1천60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실시한 2건의 설문조사 결과를 3일(현지시간) 발표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인 3명 중 1명은 프리고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약 40%, 나머지 응답자는 ‘프리고진의 행동을 잘 모른다’고 하거나 견해를 드러내기를 거부했다.


NYT는 특히 러시아 내 언론의 자유가 제한적이고, 반란 이후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의 인기를 깎아내리려고 노력했는데도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가 상당 수준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더욱 유의해야 할 점은 러시아 내부 분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인들이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 의사를 이렇게나 표명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조사를 실시한 러시안필드도 전화로 연락한 사람들의 70~80%가 참여를 거부하여 러시아에서 여론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러시안 필드는 또 바그너의 반란 직전과 직후 여론 조사를 비교했을 때, 반란 직후 지지율이 2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러시안 필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러시아 지배층에 대해 점점 더 신랄한 공격을 가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고위험 도박을 벌이기 전까지 그의 지지도는 꾸준히 상승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러시아인들에게 여전히 영향력 있는 뉴스 공급원인 국영 텔레비전 네트워크가 프리고진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하는 러시아인의 비율은 2월부터 6월 초까지 14% 포인트 상승한 55%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영TV를 중심으로 반란 이후 프리고진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보도가 집중되면서 지지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러한 지지율 자체가 푸틴에게는 ‘정적의 등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어느샌가 프리고진이 푸틴의 대안으로 우뚝 떠오른 것이다.


특히 러시안필드의 여론조사에서 18세에서 44세 사이의 러시아인들은 프리고진 지지자와 반대자가 거의 균등하게 나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NYT는 “이들 연령대가 국영TV보다는 텔레그램이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사람들로, 프리고진에 대한 강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고진의 온라인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명확치 않지만, 푸틴의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한 직후 바그너그룹이 운영하던 모든 뉴스채널을 전면 중단시켰다.


그렇다고 프리고진의 인기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푸틴 치하를 오래 살아온 러시아인들에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로 프리고진이 강력 부상했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고진은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푸틴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수준 낮은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프리고진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푸틴 정권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목소리 내기 시작한 프리고진]


이렇게 프리고진의 지지율이 푸틴의 훼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프리고진에게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안필드의 설립자 아르테미 브베덴스키(Artemiy Vvedenskiy)는 NYT에 “러시아에서 엄격하게 통제되는 미디어 공간에 (사이다 발언을 하는) '직설적 발언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향후 인기는 그가 얼마나 공개적으로 활동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지 프리고진도 3일(현지시각) 텔레그램에 41초짜리 음성 메시지를 올리고 “우리의 정의의 행진은 반역자들과 싸우고 사회를 움직이기 위한 것이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나는 조만간 전선에서 우리의 다음 승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계속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프리고진의 이러한 메시지는 전적으로 러시아 국민들을 향해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은 푸틴 대통령이 선전하는 것처럼 반역자가 아니고, 앞으로도 러시아를 위해 싸울 것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바그너그룹은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프리고진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푸틴으로부터 눈밖에 났고 또한 암살 지령까지 내렸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전투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현재 바그너그룹이 위치한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쪽으로 향하게 된다면 벨라루스도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프리고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발언은 순전히 정치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선 러시아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고, 자신을 적대시하면서 암살지령까지 내렸다는 푸틴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절묘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빠진 푸틴]


이렇게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의 복귀 가능성’을 열어 놓자 당장 푸틴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고진에 대한 암살 지령을 수행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고, 계속해서 바그너그룹에 대해 해체작업을 추진한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푸틴에게 가장 골치 아픈 숙제 중 하나가 바로 바그너그룹의 해체와 인수작업이다. 러시아 내부의 일이야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바그너그룹이 그동안 수행해 왔던 작업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상당한 논란과 함께 알력 싸움이 거셀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에 배치된 수천 명의 러시아 용병으로 구성된 바그너 부대의 네트워크는 크렘린이 천연 자원을 확보하고 실패한 국가와 분쟁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러시아 외교정책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도록 대리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시리아와 리비아에서 바그너 전사들은 용병들이 보호하는 석유 및 가스 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대가로 바샤르 알 아사드나 칼리파 하프타르 같은 독재자를 지지하고 있다.


마다가스카르와 수단에서 바그너는 정부에 시위 진압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대대적인 여론선동 작업도 수행했으며 선거에 개입하기도 했다.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군부 정권이 정권 안보를 위해 바그너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신 바그너는 금, 다이아몬드, 목재를 채굴하고 알카에다 및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지하디스트 단체를 상대로 통제작업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여기저기 벌여놓은 바그너그룹의 활동들을 과연 푸틴이 그대로 인수해 운영할 수 있으며, 또한 바그너로 대표되던 글로벌 영향력을 프리고진이 빠진 상태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다. 당연히 푸틴은 부지런히 이를 대체시키려 애를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해 프리고진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또다른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NYT는 “푸틴이 바그너의 해외 사업을 운영할 새로운 지도자를 임명하면서 직할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과의 알력이 심해진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NYT는 그러면서 “전략가로서의 이미지를 꾸준히 구축해 왔던 푸틴이 바그너의 다음 행보에 대해 전혀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은 국내와 해외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전력을 쏟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자신이 키운 야수(프리고진)를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푸틴은 자신이 키운 야수(프리고진)가 만든 올가미에서 벗어나 다시 견고한 지도력을 선보이려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프리고진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치학자인 골로소프 는 “프리고진의 봉기 능력을 목격한 다른 파벌들이 자체 봉기를 일으키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크렘린궁 내에 누가 아군이고 또 적군인지도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 푸틴의 행보는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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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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