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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반도체 제재에 반격 나선 중국, 제 발등 찍었다! - 美반도체 제재에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 - 갈륨·게르마늄 중국 독과점 체제지만 희귀한 광물은 아니다 - 중국의 수출 통제, 유럽사회로부터 버림받을 가능성도 있다!
  • 기사등록 2023-07-05 04: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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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반도체 제재에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8월 1일부터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희귀금속의 무기화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조치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제 발등 찍기’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중국 상무부가 오는 8월 1일부터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를 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미중간 경제회담을 앞두고 무력을 과시한 것”이라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업자들은 이들 금속을 수출하기 위해선 ‘국가의 특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주목을 받는 것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6∼9일)을 앞두고 취해졌다는 점이다. 멀리는 앞으로 몇 달안에 방문할 예정으로 있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선제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산업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압박에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또한 미국이 대 중국 반도체 압박을 철회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로 받아 들여진다.

이번 중국의 조치에 대해 미국측이 대 중국 반도체 압박과 관련한 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게 되면 다른 희귀금속 공급 통제 카드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갈륨과 게르마늄, 얼마나 중요한 소재인가?]


갈륨과 게르마늄은 칩 제조, 통신과 군사 장비용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은빛 금속인 갈륨은 전송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합물 반도체, TV와 휴대전화 충전기,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갈륨비소(비소화합물)는 실리콘보다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도성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 소재로 선호된다.


광택이 나는 회백색 금속인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 인공위성용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으며, 아연·알루미늄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소량 생산된다.


또한 모두 ‘유럽 경제에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핵심 원자재 목록에 포함된다. 문제는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공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갈륨 생산국이자 게르마늄의 세계적인 생산국 및 수출국이다. 블룸버그도 유럽연합(EU)의 연구를 인용해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 공급량의 각각 94%, 8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3일 중국 상무부는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 규정에 따라 갈륨과 게르마늄 등 30개 품목에 대해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하되 수출 통제 대상은 현재로선 특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조치가 네덜란드 정부가 일부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한 새로운 제한을 발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에서 무기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중국의 대반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미국 주도하에 핵심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등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관련 장비를 수출할 경우, 당국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나 일본의 상당히 강력한 규제 등이 중국에게는 뼈아팠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통해 “중국의 조치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유사한 움직임에 대한 보복”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것은, 갈륨·게르마늄의 용도를 볼 때 중국의 수출 통제가 본격화하면 관련 분야 산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 자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이번 조치는 수년 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을 떠올리게 한다. 희토류 생산과 공급을 장악했던 중국이 이를 무기로 국제사회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옐런 美 재무 방중서 협상하게 될까?]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결국 얠런 장관이 베이징에 왔을 때, 중국은 바로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를 따져 물으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조치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대 중국 정책을 완화했지만 그마저도 철회할 것을 요구하겠다는 심산이 이번 조치에 담겨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역으로 중국이 반도체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재천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조치는 우선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중국이 요구하는 그러한 조치들은 상무장관 소관이지 옐런 재무장관이 답할 처지가 안되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과는 사실 대 중국 무역관세 등을 놓고 협의를 하는 것이 맞다. 상무부 소관 사항에 대해 재무부가 나설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얠런 장관은 중국의 닦달에도 그저 상무부에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방중이 예정되어 있는데도 상무장관이 아닌 재무장관에게 이런 요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조급하고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음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수세에 몰리는 쪽은 중국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은 결코 디리스킹 정책에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몇 년 새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구도의 신냉전 심화 우려가 커진 탓에 '상황 악화' 방지를 위해 중국과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 중국 핵심정책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미국이 고개 숙일까?]


그렇다면 중국이 이번에 시행한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이 과연 고개를 숙이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그러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희귀광물을 무기화할 것을 대비해 다양한 장치들을 준비해 왔었다.


그것이 바로 지난해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통상협력체인 IPEF는 미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3개국이 1차로 참여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에서는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도 참여했다.


이들 IPEF 회원국들은 공급망 협정 합의에 따라 반도체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의 자원 무기화로 인한 위기 발생 시 공동 대응할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실 이 IPEF를 출범시킨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지금과 같이 중국이 희귀광물 등을 무기화할 경우 공동대응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IPEF체제가 완전히 세팅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중국이 이렇게 일찍 칼을 빼든 바람에 IPEF의 본격 가동 시기도 더욱 빨라지게 되었다.


일단 미 행정부는 중국과 논의와는 별도로 단기적으로는 중국 이외의 다른 공급처에서 갈륨·게르마늄 확보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을 포함해 안정적인 확보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규제조치를 취한 두 금속이 특별히 희귀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동안 중국이 워낙 값싸게 공급하는 바람에 독일과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생산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다시 생산을 늘리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생산 가격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갈륨의 경우, 알루미나의 부산물로 갈륨을 생산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연의 부산물로 갈륨을 생산하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다. 북미에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에 있는 텍 리소스사의 트레일 제련소에서 아연, 납 및 기타 금속과 함께 게르마늄이 회수된다. 또한 아프리카 콩고에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생산·공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수출 통제, ‘제발등 찍었다!’]


그런데 중국의 이번 조치가 사실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으로선 희토류·리튬에 이어 갈륨·게르마늄까지 희귀 광물·금속의 생산·공급을 맘대로 조절하는 '경제적 강압' 국가로 부각될 수 있음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자칫 국제사회 여론이 '반(反)중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중국이 핵심광물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강압을 한다고 걱정해온 영국과 인도는 물론 유럽연합(EU)까지 중국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중국 입장에서는 당장 대 중국 반도체 제재로 숨이 넘어갈 지경이니 앞뒤 안가리고 갈륨·게르마늄의 수출 규제에 나섰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는 분명히 소탐대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일말의 애정을 가지고 있던 유럽시장이 완전히 돌아서면서 反중국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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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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