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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디리스킹:中신형대국관계 충돌, 미중간 결정적 합의 불발 - 미중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블링컨-시진핑 만남 - 블링컨,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정책 차이 설명, 사실상 통보 - 시진핑, 아시아 지배권 담은 신형대국관계 요구
  • 기사등록 2023-06-21 04: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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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방중, 만남 자체가 중요한 의미]


미국과 중국간에 충돌을 막기 위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지만 결정적인 합의에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일단 만나는 것에 의미가 있었을 뿐 미중간에 진짜 풀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접근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5년만에 중국을 방문했다는 것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이번 미중간 만남에서 양측은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대화 채널 복구에 의미를 둔 상태로 마무리됐다.


양국 발표에 따르면, 18일에는 블링컨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만나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된 회담에서 미국은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계속 견제할 뜻을 재확인했고, 중국은 대만 문제의 폭발력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19일에는 블링컨 장관이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관계의 안정화 또는 관리 필요성과 양국간 지속적 소통 필요성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어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양국 관계의 정상화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렇게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핵심 외교라인을 다 만나 미중간의 다양한 문제들을 교환한 것이다.


[미중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블링컨-시진핑 만남]


그런데 블링컨 장관과 시진핑 주석간의 회동 장면을 보면, 지금 미중간에 얼마나 거리감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양측간 대화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중국측이 배치한 자리 모습만 보면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국무장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자리 배치를 통해 관계가 얼마나 소원한지, 아니면 친밀한지를 보여주는데, 같은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 역시 블링컨 장관을 만나는 시진핑 주석의 의도가 바로 좌석 배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시 주석은 두 개의 긴 테이블 한쪽에 '손님'인 블링컨 장관 일행, 다른 한쪽에는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인사들이 각각 앉은 가운데 마치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회동을 진행했다.


이러한 좌석 배치는 지난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8년 6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 2016년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면담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때는 외교 관례에 따라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나란히 배치된 두 개의 의자에 각각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또한 사흘전인 1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와 만남에서도 탁자를 두고 나란히 앉았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을 맞은 시주석은 마치 양측간 회담에 상급자가 잠시 들러 격려하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이러한 좌석 배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준다. 한마디로 블링컨 장관을 만나는 것 자체가 예우 차원에서 행하는 것일 뿐 진지한 대화를 나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물론 중국이 미국에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전투 모드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블링컨 장관이 시 주석을 만나기 직전까지도 시진핑 면담 사실을 중국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는 친강, 왕이와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결과를 놓고 만남 여부 및 회동의 수위를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시진핑은 회담의 내용을 보고 블링컨 장관을 별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사흘전 미국의 빌게이츠 회장도 만났는데, 미국의 국무장관 면담을 회피하게 되면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만남은 허락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분명히 두고 있다는 의지를 그렇게 좌석 배치로 표현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에게 “국가관계는 상호 존중하고 성의를 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견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함께 그러한 좌석 배치의 이면에는 중국인들에게 미국에 뭔가 아쉬워서 하급자인 미 국무장관을 만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국뽕용 연출’이라고도 할 수 있다.


[블링컨은 무슨 말을 했는가?]


사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중국과의 원만한 타협을 이뤄내기 위한 회담이 아닌, 달라진 미국의 정책들을 중국측에 분명히 설명하고 통보하기 위함이었다.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으로 변한 미국의 정책 본질과 미국의 의지를 중국측에 분명히 통보하면서 이로인한 군사적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진 주제는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19일 베이징의 미국대사관 아메리칸센터에서 진행한 방중 일정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디리스킹과 디커플링 사이에는 심오한 차이가 있다”면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지난주 의회에서 증언했듯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하고 중국과의 모든 무역과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우리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중 간의 건전하고 강한 경제 교류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디커플링이 연상시키는 중국과의 전반적인 교역 단절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는 분야에 관한 한 철저하게 중국을 차단시키는 디리스킹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우리는 디리스킹과 다양화를 지지한다”고 밝힌 뒤 “우리를 적대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우리의 중요한 기술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의 국가 안전을 지키는 데 필요한 특정 표적 맞춤형 조치를 계속할 것임을 (중국 측에) 분명히 했다”면서 “예를 들어, 매우 불투명한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억압적 목적에 사용될 수 있는 특정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가 취하고 있는 행동들, 이미 취한 행동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우리가 계속 취할 행동들은 우리의 국가 안보를 진전시키고 보호하기 위해 좁게 초점이 맞춰지고, 신중하게 재단된다”며 “이것이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사이의) 매우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게 교역과 투자의 창은 계속 열어 두겠지만, 중국이 미국의 기술이나 제품을 이용하여 미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는 분야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단절을 해 나갈 것임을 확실하게 천명한 것이다.


미국은 이외에도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포함 등의 원조가 제공된다면, 중국이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중국의 요구는 무엇이었는가?]


그렇다면 이런 미국의 통보에 대해 중국의 요구사항은 무엇이었을까? 일단 중국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은 결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니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을 이유로 실시하려는 디커플링 자체를 폐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시 주석도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미 양국이 공존할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운명이 걸려 있다”며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미국의 기존 패권을 넘보지 않을테니, 미국도 중국의 신흥패권 위치를 인정하는 양극 체제를 수용해 달라고 말한 것이다. 여기서 시진핑 주석이 말한 ’신흥 패권 위치‘가 바로 그동안 중국이 줄곧 주창해 왔던 ’신형대국관계‘를 의미한다.


’신형대국관계‘란 지난 2013년 6월 시진핑 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중국의 외교전략으로, 기존 패권국가인 미국과 신흥 패권국가인 중국이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 공존을 추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이 신형대국관계론에 담긴 중국의 본심은 그동안 존재해 왔던 미국의 패권을 그대로 인정할테니, 대신 아시아지역의 패권은 중국이 누리는 것을 미국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것이고, 그러한 양극체제를 중국이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말이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의 손으로!”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요구 뒤에는 대만 통일은 물론이고, 한미 및 미일동맹의 해체가 기본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을 중국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오만방자한 발상이 바로 신형대국관계이다. 이러한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일 리 없다.


[결국 군사적 충돌 막기 위한 합의는 실패]


이런 측면에서 미중간 군사핫라인 설치를 포함해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미중 국방장관간 회담 등의 의제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전면 거부한 것이다. 군사적 충돌을 빌미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미중간 군사핫라인은 지난 2월의 정찰 풍선 사건을 계기로 전면 차단됐다.


결국 중국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신형대국관계를 미국이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은 서방과의 갈등도 불사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이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본질을 한국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중관계도 사대주의적 입장이 아닌 당당하고도 대등한 외교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이러한 중국의 본질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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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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