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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10 09: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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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노원병 공천 파문, 정당 공천 혁신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는 사실 보여줘
–덕망 높으신 분들이 밀실에서 예비후보들의 자격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
–대한민국 정당에서 이권이 아니라 정치적 가치와 컨텐츠가 유통되려면 공천 혁신 필요


▲ 노원병 보궐선거의 공천 파문은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혁신 필요성을 보여준다


김근식 교수님이 결국 이번 노원병 보궐선거에 바른미래당 후보 출마를 스스로 포기하셨네요.


저야 개인적으로는 김근식 교수님께 더 친근감을 느끼는 입장입니다만, 이번 공천 파문을 보면서 그동안 제가 주장해왔던 공천 혁신이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진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은 대개 외부에서 교수나 기타 유명인사를 모셔다가 공천심사위를 꾸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물론 학식과 덕망이 훌륭하신 분들이 거기에 참여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분들이 당과 후보자가 제시한 정보를 토대로 누가 어느 지역에 적합한 후보인지 판단해서 공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거의 100%라 할 정도로 후유증을 낳게 됩니다. 불공정 공천이네, 누구의 입김이 작용했네, 누구와 누구의 야합이네… 이런 뒷말이 끊일 수 없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 공천심사위라는 게 일종의 컨설팅입니다.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위탁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범위의 컨설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설팅 업계에서 거의 상식으로 통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컨설턴트는 의뢰자(즉, 돈을 지불하는 ‘갑’)가 원하는 결론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공천심사도 일종의 컨설팅이라면 저런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자신을 모셔와 공천심사를 맡겨준 사람의 의중과 입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겁니다. 공천이 끝나고 공천심사에 참여했던 사람이 스스로 공천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좀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튼 우리나라 공천심사가 정말 투명하고 객관적 중립적으로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물론 공천을 받은 당사자야 공정한 심사였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분들도 다음 공천에서 떨어지면 입장이 거의 100% 바뀌게 될 거라고 봅니다.


사실, 소수의 덕망 높으신 분들을 모시고 그분들이 밀실에서 수많은 예비후보들의 자격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기는 얘기 아닌가요? 도대체 그 많은 후보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활동해온 그 내용과 성과를 외부에서 잠깐 들러서 서면 자료만 보고 잠깐 동안의 인터뷰만 해서 어떻게 판단한다는 걸까요?


심지어, 특정 예비후보가 열심히 표밭을 가꾸어온 지역일수록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사람을 내리꽂는 타겟 지역이 된다는 말도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열심히 당원들 조직하고 훈련시키고 입당도 많이 시킨 지역일수록 그 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유력 정치인이 외부에서 영입해온 인물을 내리꽂아서 자신의 사람을 키워줄 동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총선 당시부터 들은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낙하산 공천이죠. 외부에서 유력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경우 그 인사는 당세가 약하고 적당한 후보가 나서지 않은 지역에 공천하는 원칙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지역의 공직 후보나 지역위원장 등은 그 지역의 당원들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하는 원칙이 정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게 우리나라 정당 시스템이 살아나는 출발점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당원들이 후보나 위원장을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뽑아야 비로소 당내에서 실제적인 토론이 이뤄집니다. 왜냐? 공직 후보나 위원장이 될 사람들은 당원들 앞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노선, 정책 등 정치 컨텐츠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민주 정치의 핵심인 토론이 살아나게 되고, 비로소 당원들이 정치적 가치와 컨텐츠에 대한 판단력을 키우고 거기에 따라 실천하고 행동하는 훈련을 거치게 되는 겁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정당의 공천 파문을 잠재운다는 차원을 떠나 대한민국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당도 뭔가가 거래되고 유통되는 조직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거래하고 유통하느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당에서 유통되는 것은 정치적 이권이지, 정치적 가치와 컨텐츠가 아닙니다. 이걸 바꿔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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