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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흐무트의 참극, 푸틴 체면 살리려다 거덜난 러시아군 - 러시아군, 바흐무트에서만 최근 5개월간 10만명 사상 - 푸틴, 5월 9일 전승절 승전 분위기 조성하려 바흐무트 점령 지시 - 러시아군의 바흐무트 점령, 전략적-전술적 대 실패
  • 기사등록 2023-05-03 04: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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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바흐무트에서만 최근 5개월간 10만명 사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지난해 12월 이후 동부 도네츠크주의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최소 1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푸틴의 체면을 살리려다 대참극을 맞게 된 것이다.



뉴스위크는 5월 1일(현지시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군이 지난 5개월간 사망자 2만 여명을 포함해 이같은 인적 손실을 입었다”면서 “사망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바그너 소속원) 대다수는 충분한 훈련 없이 바흐무트 전투에 투입된 죄수들”이라면서 “이같은 사상자 규모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최대 격전 중 하나였던 과달카날 전투 당시 미군 사상자의 3배에 달하는 놀라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해 11월 러시아군이 침공 8개월 동안 10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개전 14개월을 넘어선 지금 러시아군의 전체 사상자수는 20만명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새로운 집계치는 러시아의 손실이 최근 몇 달 동안 극적으로 가속화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왜 바흐무트인가?]


그렇다면 러시아군 지도부는 왜 이렇게 바흐무트에 집착하는 것일까? 뉴스위크는 “일부 전문가들이 바흐무트를 확보하면, 러시아가 주요 공급선을 확보하고 다른 도시를 점령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전략적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바흐무트에 공격해 발생한 병력·무기 자원의 손실 비용을 거듭 강조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이는 바흐무트가 전반적인 전쟁에서 큰 전략적 중요성을 갖지 않음을 드러내 공세를 멈추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은 권유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데 이에 비해 병력의 손실이 너무 크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지도부와 상의 후 “반드시 바흐무트를 지켜 내겠다”고 선언했다. 바흐무트 사수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더러 바흐무트를 내주었을 때 러시아군이 이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전쟁의 분위기를 바꾸려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러시아군은 왜 이렇게 바흐무트에 집착하는 것일까? 물론 바흐무트를 점령하게 되면 그곳이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요충지라서 나머지 돈바스 지역 점령에 아주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 용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투입하고 또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원하는 대로 죄수 용병들까지 내보내 바흐무트 공략을 하도록 만든 것은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다.


푸틴은 러시아군 지도부에게 크게 두 가지의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 하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크름반도를 사수할 것, 나머지 하나는 바흐무트를 3월말까지 완전히 정복할 것, 이 두 가지였다. 그러나 바흐무트 점령의 시한이었던 3월말까지 푸틴의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또다시 지시한 것이 5월 9일 전승절까지 무조건 바흐무트를 탈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최근에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최정예 공수부대까지 투입해 바흐무트 집중 공략에 나선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군 세르히 체레바티 대변인에 의하면 실제로 러시아군은 5월 1일 현재까지도 특수부대 저격수들과 대테러 부대까지 동원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략적 효용성 문제를 넘어서서 바흐무트 사수를 명령한 것도 바로 푸틴과의 기싸움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푸틴은 왜 3월말에 이어 5월 9일까지 바흐무트 점령을 강력 지시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 승리를 선포하기 위함이다. 바흐무트를 정복하게 되면 동부 돈바스에서의 승리 역시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를 기화로 푸틴은 특수군사작전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휴전을 논의하자고 할 수 있다. 그런 명분이 지금 푸틴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국방 전문가인 라잔 메논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기념일인 5월 9일까지 바흐무트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잔인한 사상자 수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성취를 선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5월 9일의 전승절 메시지의 중요한 테마로 삼기 위해 바흐무트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다.


크렘린궁은 전쟁이 오래 지속될수록 러시아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가 본격화된다면 그 다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바흐무트를 신속하게 점령한 후 휴전 모드로 끌고 나가려 작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러시아의 휴전안은 바흐무트 점령후 동부 돈바스를 포함해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중인 우크라이나 남부지역까지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 방안을 아마도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거론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입장에서도 그러한 방안으로는 서방세계와의 타협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듯 싶다. 그래서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 사항 발표를 쏙 뺐던 것이다.


[바흐무트를 향한 러시아의 전략은 성공했는가?]


그렇다면 지금 바흐무트의 상황은 어떠한가?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은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그동안 여러 번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는 가짜뉴스를 남발해 왔다. 그러면서 심지어 푸틴에게 “이젠 특별군사작전을 종료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었다.


그러나 5월 1일 현재 전황을 보면, 크렌린궁이나 바그너그룹이 주장하는 대로 러시아군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결코 말하기는 어렵다.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바흐무트 내 일부 진지에서 몰아냈다고 밝혔다.


CNN은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 세르히 체레바티가 이날 국영 방송에 “우리 군의 일부 반격 후, 바흐무트에서 일부 적군이 진지에서 후퇴했다는 정보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체레바티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바흐무트 전선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양측의 전투에서 서로 밀어내고 물러나길 반복하고 있다.


체레바티 대변인은 “거기에는 위치적 투쟁(진지전)이 있다. 때때로 적군은 강력한 포격으로 우리의 기반 시설을 파괴해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 전진할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적에게 사격을 가한 후, 반격을 통해 종종 우리 진지를 되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군은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조정관도 “바흐무트의 바그너 부대 대부분이 충분한 전투 또는 전투 훈련, 전투 리더십, 조직적 지휘 및 통제 감각 없이 전투에 투입되었다”면서 “결론은 러시아의 공격 시도가 역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러시아는 전략적 가치가 제한적인 한 개의 우크라이나 도시(바흐무트)에 초점을 계속 맞췄다”며 “결국 바흐무트에서 점진적인 이익을 얻었지만 끔찍한 비용을 초래했고, 여전히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는 견고하다”고 정리했다.


저널리스트 로라 로젠도 “러시아의 돈바스 공세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여러 전선에 걸쳐 광범위한 작전을 개시했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토를 점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 시기]


사실 러시아군이 바흐무트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우크라이나군을 남부로 향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 놓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공세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러시아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과연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또 지난해 가을처럼 대대적 철수의 아픔을 또 겪게 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뉴스위크는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전쟁 분석가들은 이번 봄철대공세의 핵심지역으로 남부가 될 것이고, 아마도 크름반도 회복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공세 시기는 장비 부족이 아니라,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우크라이나의 벌판이 따뜻해진 날씨에 거대한 진흙탕으로 변모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별러온 봄철 대반격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러한 조건이 극복되려면 아마도 한달 이상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럴수록 더욱 초조해지는 것은 러시아다. 이런 점에서 지금 러시아군이 할 수 있는 일은 바흐무트 총공세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희생자도 엄청나게 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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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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