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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對중국 무역 적자, 도대체 이유는 무엇인가? - 경제의 脫중국화, 어쩔 수 없는 대세다 - 중국경제 부진, 산업구조 개편 등이 주요 요인 - 다시 뛰는 한국경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 기사등록 2023-04-17 12: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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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째 이어진 무역적자 행진]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적자 행진은 13개월째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 결과가 그렇다.


수출 감소는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이 크다. 3월 반도체 수출액(86억달러)은 IT제품 등 세트 수요 위축에다 K반도체 주력인 메모리 제품 가격이 바닥을 치는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8월부터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 수출이 급증한 중동(+21.6%)과 미국(+1.6%) 등 지역의 수출은 증가세를 이어 갔지만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33.4%)과 아세안(-21.0%) 등에 대한 수출은 급감했다.


특히 13일 관세청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대 에너지(석탄·석유·가스)의 수입 증가액(785억 달러)은 같은 해 무역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1.64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총수입 증가액(1163억 달러)의 67.5%에 이르는 규모다.


결국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단가를 끌어올렸으며, 이는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라는 결과를 낳았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경쟁에서 절대적 열세에 처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구조적 무역역조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입단가 상승 흐름의 심화라는 난제를 떠안은 것이다.


[30년 對중국 무역흑자 끝났다!]


지난해 무역적자국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367억8000만 달러)로 2021년 3위에서 두 단계 올라섰다. 반면 최대 무역적자국 1위를 고수해왔던 일본이 3위로 내려 앉았다. 반면 무역흑자국에선 3위였던 중국이 22위로 내려앉았고, 2위였던 베트남은 342억4000만 달러 흑자로 1위에 올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변화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출액 1위를 고수해왔던 對 중국 수출이 30% 넘게 줄면서 2위로 내려간 대신, 미국이 1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줄었는데, 4월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대중 수입액은 늘면서 이달 들어 열흘간 중국에서만 11억3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대중 수출이 1년 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이렇게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이 고착될 가능성에 대해 미국을 방문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흑자를 보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중국 제조업이 활성화하면 우리 수출로도 연결될 것이고, 중국 관광객의 소비수요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 쪽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 중국 무역적자, 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대 중국 무역적자가 이렇게 극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친중적 성향의 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이 미국과 너무 밀착되면서 중국과의 디커플링 때문에 무역적자도 심해지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정치·외교적 원인과 대 중국 무역적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대중국 수출 부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 가장 큰 요인은 중국내 경제성장이 너무나도 더디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거두면서 리오프닝을 했지만 이미 4개월여가 지났음에도 중국내 소비시장이 거의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이로인한 한국 기업들의 ‘낙수 효과’도 미미한 것이다.


또 하나,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도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중국에 중간재와 부품 등을 수출하는 우리의 대중 수출도 같이 늘어나 서로 윈윈하는 무역 구조였지만 지난해엔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재작년까지 우리의 무역 흑자국 1~3위에서 빠지지 않았지만 작년엔 이 순위가 22위까지 내려갔다. 이렇게 한·중 수출 동조화 현상이 약화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주장마저 나온다.


물론 구조적 요인도 있다. 중국은 이제 우리와 같은 수출 품목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 무선통신 부품 등 중간재 분야에서 지난 2년 연속 두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전체 수출의 절반이 중간재일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산업의 구조가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우리 중간재를 받아 완성품을 수출하는 보완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출 전략도 이젠 변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이 저가·범용 제품이 아닌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도 우리의 턱밑까지 올라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질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하는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월 30일,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국 제품의 비교우위가 사라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면서 “(한국의) 기술 비교 우위가 줄어들수록 중국과의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SCMP는 이어 “1~2월 합산 기준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가 가장 큰 한국산 제품은 화학원료, 배터리 및 축전지, 컴퓨터, 산업용 전기기기였다”며 “한·중 무역에서 흑자 품목은 줄고, 적자 품목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SCMP는 더불어 “중국의 무역 구조가 자립·내수형으로 점차 바뀌고 있으며, 특히 중간재와 소비재가 수출 증가를 주도했고, 수출 구조도 점차 중간재 중심의 한국과 비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의 대 중국 수출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이 너무 안이하게 수출정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디시말해 중국의 무역구조가 자립·내수형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정책일 것이다. 중국의 최대강점이었던 저임금 구조가 사라지면서 중국 역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재편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한국의 수출구조와 유사하게 변해 버린 것이다. 그러니 한국의 대 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수출은 한계를 보이는 반면, 우리 경제는 소재 원료 등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을 줄이기 쉽지 않다. 이차전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구체,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출 물량 가운데 57~76%가 한국으로 향한다.


또한 반도체도 전체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가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저사양 시스템 반도체 등의 물량도 전체 수입액의 30%가량 된다. 이러니 대 중국 무역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의 脫중국화,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이렇게 경제의 탈중국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20년간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비가 정부와 기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지난 30여 년간 중국을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 활용하는 성장 전략을 구사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단시간에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다가온 현실에 이젠 적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들도 언젠가는 다가올 것이라 예상했던 ‘탈중국화’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있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은 중국과의 차별화다. 기술 경쟁력만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뛰는 한국경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의 무역수지가 이렇게 악화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반도체산업을 위한 국가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무역적자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반도체 수출 부진이었다.


아마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가격도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으로 반등하게 되겠지만, 중국과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만 기대하기보다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편중에서 탈피하는 구체적인 전략 수립도 필요하고, 동시에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장비 등 반도체 전반의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중요한 코멘트 하나. 지난 1980년대 미국을 추월하려는 일본을 잡기 위해 엔화 가치를 강제로 절상시킨 플라자 합의를 시행했다. 그러한 국제정세는 한국에게 엄청난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면서 대부흥을 이뤄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중국의 패권장악 의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의 첨단 산업 고도화를 막으려고 한다.


이러한 미중갈등은 ‘미국 기업 없는 중국 시장’과 ‘중국 기업 없는 미국 시장’이 펼쳐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이 시기가 우리에게는 도약의 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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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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