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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외교의 영향력, 그 엄청난 착각과 현실 - 사우디에 대한 중국 외교, 미국 영향력 쇠퇴라는 착각 - 사우디와 미국과의 관계, 그리 간단하지 않다! - 중국 외교력, 중국 지도자들이 생각하는만큼 강력한 국가 아니다
  • 기사등록 2023-04-11 04: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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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 대한 중국 외교, 미국 영향력 쇠퇴라고?]


지난해 12월 1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박 4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시 주석은 순방 기간 17개 아랍 국가의 정상급 인사와 연쇄 회담을 갖고 아랍권과의 우호 관계를 다졌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이 “시 주석의 사우디 국빈 방문으로 수년에 걸쳐 진전된 양국 관계가 절정에 달했다”면서 “중국과 아랍 국가들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은 12월 9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양국이 전략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에너지·정보통신·인프라를 망라하는 30개 이상의 협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외교적 성과에 대해 시 주석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흔들리는 틈새를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 당시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빅카드가 바로 중국이 중동산 원유·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릴 계획을 밝히면서 “위안화 원유 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대목이다. 이는 미국 달러 패권의 중요한 한 축인 ‘페트로 달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그러한 대담한 발표가 실제로 성사되었을까? 일단 중국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정상회담 성과에서 ‘페트로 달러’ 관련 부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하다. 시진핑 주석이 호기롭게 원유의 위안화 결제를 요구했고 당연히 그렇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사우디측으로부터 보기좋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진전 상황을 몰랐던 중국 매체들과 세계 언론들이 나발을 불어대면서 김칫국을 제대로 ‘원샷’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중동 언론들은 중국측이 말했던 원유의 위안화 결제는 ‘가짜뉴스’라고 분명히 확인해 주었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들에서 적극적으로 해명을 한 매체는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사우디는 왜 중국의 요구를 거절했을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빈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상황을 보면 사우디가 미국에 등을 돌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칫 중동 지역의 안보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간단한 논리를 중국은 모르고 있었다. 들이대면 다 통할 것이라는 중국적 정신승리에 빠져 있었다는 의미다.


[사우디와 미국과의 관계, 그리 간단하지 않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아무리 중동을 흔들려 해도 사우디와 미국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국이 이란과 어떠한 합의를 한다고 해도 이 역시 중동에서의 미국의 입지를 손상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해 주목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이어 “지난 주말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는 산유량을 줄이고 국제 유가를 다시 올리기로 했고, 며칠 후 베이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당국자들은 중국의 조력을 받아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번 감산을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지만, 정부 관리들은 미국에 사전 통보를 했다고 말했고, 배럴당 80~90달러라는 사우디의 새로운 가격 목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미국이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10월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 당시에는 미국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었다.


사우디와 미국은 지난해 갈등 이후 서둘러 갈등 봉합에 들어갔으며, 워싱턴과 리야드는 특히 이란에 대한 새로운 봉쇄 및 억지 전략과 관련하여 조용히 안보 협력을 강화했다.


이런 와중에 사우디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만나 아랍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리더로서 세계 외교무대에서 좀 더 귄위있는 국가로서의 역할을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미국은 그러한 노력에 오히려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은 사실 시진핑 주석의 중동과의 관계 강화에 대해 사우디와 이미 논의를 마쳤으며, 미국의 레드라인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사우디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국이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간 외교적 합의를 주선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은 찬성이다. 해당지역의 긴장완화가 전쟁 종식은 물론이고 미국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최근 시리아 독재정권에 손을 내민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미국은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이 오랫동안 권좌에서 물러나기를 원했던 살인 독재자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반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미국이 사우디를 이용하여 긴장완화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양해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안보 우산 하에서 외교적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사우디는 미국과의 근본적인 파트너십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사우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동 주변 3대 수로(홍해, 아라비아해, 페르시아만)와 3대 핵심 요충지(수에즈 운하, 밥 알 만답,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통제권에 있어서, 미국이 확고한 경쟁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는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파트너십은 1973년 석유 금수 조치, 9/11 테러 공격, 2003년 이라크 침공, 유가와 생산량을 둘러싼 수많은 분쟁, 가장 최근에는 2013년과 지난 10월에 있었던 소규모 분쟁을 극복해 왔다. 그 이유는 양측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고, 어느 쪽도 그럴듯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교, 과연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외교는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까? 블룸버그는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은 글로벌 강대국간 논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중국의 지도자들이 생각하는만큼 강력한 국가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외교적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진단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국력 신장에 대한 인식은 실제보다 과장된 경향이 있다”면서 5가지 이유를 들었다.


(1) 군사력의 과장


블룸버그는 우선 중국의 군사력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이제까지 실전 경험도 거의 없는 숫자상의 군사력에 불과하다. 그들의 군사교본은 아직도 소련 시대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러한 전술이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는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군에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더구나 중국의 군사력은 질(質)보다는 양(量) 중심의 군대다. 각 무기의 효율성보다는 인해전술식의 과시효과가 군사목표의 주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군에게 과연 실전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정확히 알 수도 없다. 그런 경험도 없어서다. 지금 중국군이 원하는 것은 허세를 통한 무력과시다. 이는 러시아 군대와 너무나도 동일하다. 그 실체가 어떠했는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말해 준다.


(2) 실행력이 없는 중국


중국의 지도부는 ‘중국몽’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중국의 미래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 야망을 실행해줄 능력은 사실 너무나도 부족하다. 베이징의 지도자들은 국가의 최우선 과제를 세우고 물량측면에서 대담한 지원을 하지만 그 과정에는 너무나도 많은 구멍들이 줄줄이 발생한다.


결국 목표에는 미달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중국 특유의 허세부리기가 실행력 미달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없으면서도 있는 척하는 그 허세가 중국의 실행력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3) 밑도 끝도 없는 중국의 재정력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재정력에 대해 우려한다. 그 엄청난 재정으로 전 세계를 덮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미국의 해외직접투자 중 중국에 대한 투자는 2% 미만이며, 2010년 이후 미국 벤처캐피털이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600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반면 미국은 1조 3,00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재정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4) 생각보다 미미한 러시아와의 관계


블룸버그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는 동맹도 아니며 그 유대감도 그렇게 끈끈하지 않다고 일축한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지난번 시진핑의 모스크바 방문에서 두 번째 가스라인 개설이 합의에서 누락되었는데, 이는 중국이 아직 러시아에 올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이 중러관계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5) 중동과의 외교력, 아직 멀었다.


마지막 5번째는 중동을 중국이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오류라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미국이 여전히 중동에서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실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올바른 중국 정책을 펼치려면,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지도자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언론인들조차도 아직도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친중을 해야만 대한민국이 살아날 수 있을 것처럼 호도하고 미국과의 균형외교만이 대한민국이 살 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선전선동과 그들에게 속아 넘어간 친중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오도한 탓이다. 지금이라도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중심국가로서 제대로 된 길을 갈 수가 있을 것이다. 잊지 말자! 중국은 한때 대한민국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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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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