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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금융권 부패 단속에 나서는 이유? - 금융계 반부패 척결이 몸통인 경제를 흔들 수도.. - 시진핑 지배력 약했던 금융계, 충성파로 교체 의도 - 금융권 불안정, 글로벌 투자자들 심리에 타격줄 수도
  • 기사등록 2023-04-07 12: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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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반부패 조사 확대하는 중국]


중국의 금융계가 반부패 조사 떄문에 발칵 뒤집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 사정당국이 1년 전 퇴임한 리샤오펑 에버브라이트그룹(광다그룹·光大集團) 회장 겸 당서기를 연행해 반부패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로써 5개 금융회사를 비롯해 30개 이상의 국유기업들이 반부패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국영 에버브라이트그룹은 1983년 중국 재정부 등이 설립한 국유 금융기관으로 현재 자산 규모가 6조5천억위안(약 1천243조원)을 넘으며, 에버브라이트은행과 중국 항공리스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국영 에버브라이트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금융 부문의 부패에 대한 국가의 단속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 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리 전 회장이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발표는 지난주 기율감찰위가 30개 이상의 국영 기업에 대해 새로운 점검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블룸버그도 지난 4일(현지시간) 기율감찰위가 국유은행 최고경영자(CEO) 6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그 명단은 밝히지 않았었다.


또한 지난 3월 31일 신경보 등 현지 매체 따르면, 기율감찰위가 심각한 기율과 법률 위반 혐의로 류롄거 전 중국은행 회장을 심사 조사 중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모았다. 류 전 회장은 3월 17일 돌연 이 은행 공산당위원회 서기직을 사퇴한 데 이어 3월 19일 회장 등 모든 직에서 물러나면서 사정 대상에 올랐을 가능성이 점쳐졌다.


류 전 회장의 회장직 사임 사흘 전에는 이 은행 왕젠훙 베이징 지점 서기 겸 행장이 기율감찰위 조사 대상에 올라 낙마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고위직 3명이 잇따라 기율감찰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에는 중국 투자은행(IB)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의 바오판 회장이 기율감찰위로 연행됐다. 바오판 회장은 차이나 르네상스의 전 사장이자 이 그룹의 홍콩 증권 자회사 회장인 충린(叢林)이 대표였던 'ICBC 인터내셔널 홀딩스'가 2017년 차이나 르네상스에 제공한 신용 대출과 관련해 비리가 있었는지를 조사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율감찰위는 바오 전 회장을 연행한 즈음에 ‘반부패 장기전의 단호한 승리’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금융 엘리트론과 배금론, 서방 추종론 등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풍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해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3천500여 자의 문장 가운데 '금융' 16번, '중앙기업'이 8번 등장해 고강도 사정에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관련 국영기업에까지 초점을 맞출 것임을 예고했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지난 2월 이후 중국 국영은행에서 최소 20명의 재무 관련 임원이 조사 또는 처벌받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올해 들어 중국은행의 왕웨이·왕즈헝 부행장, 농업은행의 장이 부행장, 정저우은행의 왕톈위 회장, 건설은행 장민 부행장 등이 물러났다. 이들의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부패 연루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기율감찰위는 중국 내 최고 사정기관으로, 영장 없이 수개월씩 연행·구금 조사를 벌인 뒤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로 넘겨 기소 절차를 밟도록 한다.


[중국 경제가 위험한 시기에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지금 중국 경제는 아주 심각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위기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은행과 보험 등의 금융권이 반부패 단속의 초점이 되고 있으며, 이들 금융권 지도부들을 조사하고 얽어맴으로써 투자자와 기업가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을까 하는 점이 정말 의문스럽다.


특히 중국이라는 나라가 원래 꽌시(关系)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어서 당연히 부패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누구든지 반부패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율감찰위가 누군가를 조사하고 또 그를 법정에 세우는 것에 대해 그 사람이 부정한 짓을 해서 그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기보다는 그러한 조사 뒤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읽어야만 하는 것이 중국이다. 그러한 부패구조가 지금의 중국 공산당을 만들었고, 그러한 부패의 사슬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부터 하급관리까지 어느 누구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계를 중심으로 한 기율감찰위의 반부패 사정도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과 같이 중국 금융계에서 최고 거물급들까지 줄줄이 반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중국의 금융권을 사실상 완전히 뒤집어 엎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에버브라이트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큰 국영회사인데 이를 포함해 중국 금융 시스템의 정점에 있는 세 명의 거물급 인사가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었다는 점, 여기에 추가로 30개 이상의 국유기업들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CNN은 6일(현지시간) “이번 일이 공산당 충성파들로만 꾸려진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불과 한달여만에 이루어졌다”면서 “시진핑이 경제에 대한 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벌이는 작업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시드니 공과대학교 중국학 부교수인 총이 펑은 “현재의 금융 단속은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금융계에 대한 반부패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계에 집중된 반부패 사정은 시진핑의 장악력이 취약했던 군부와 공안과 안보 등의 기관에 이어 마지막 남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면서 “금융계는 공산당의 돈주머니”라고 지칭했다.


특히 미중간 첨예한 갈등구조로 돌입하는 이 시기에 공산당이 직접 금융계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시진핑의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계 통제권 강화의 목적으로 대대적인 사정작업과 함께 금융계 지도부의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금융계 반부패 척결이 몸통인 경제를 흔들 수도...]


그러나 중국의 금융계에 대한 반부패 사정작업이 중국 경제 구조 자체를 뿌리채 흔들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지금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당장 부동산 시장은 최악이고 청년 실업률도 최악이다. 여기에 지방정부들은 막대한 부채와 이로 인한 행정공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적으로는 미중충돌이 격화되면서 무역을 비롯한 경제교류가 최저치이고, 이로인해 중국을 향한 기술 및 투자 유입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몰려 있다.


지금 중국 경제는 일단 성장률을 되살리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중국의 지도부는 업계를 안정시키고,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에게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금융계 전반을 완전히 뒤집는 반부패 사정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불안감을 주면서 스스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시말해 금융계의 안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서, 금융계가 흔들린다는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아주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의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국 은행과 보험사의 자산은 60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중국 연간 GDP의 340%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 차이나 르네상스의 설립자이자 CEO였던 바오 회장이 실종되면서 은행의 주식 가치가 2월 중순 이후 27% 급락했다. 당연히 이번 금융계에 불어닥친 반부패 사정으로 당연히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이른바 시진피 리스크 또는 공산당 리스크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CNN은 “중국의 빅테크 산업이 시진핑 리스크로 인해 대폭락을 했다”면서 “알리바바의 경우 2020년 10월의 정점 대비 무려 70%나 하락했다”고 밝혔다.


CNN은 그러면서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 중국 분석 센터의 중국 정치 담당 연구원 닐 토마스의 견해를 인용해 “시진핑에 의한 반부패 사정은 이미 정치 환경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비즈니스 심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시 주석이 중국 경제도 발전시키고 민간기업에 대한 당의 리더십도 강화하기를 원하지만, 이 두 목표는 상호배타적이어서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둘 다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중국에서 금융계에 대한 대대적인 반부패 사정은 금융권을 공산당의 손아귀에 놓으려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산당에 충성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충격요법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중국의 경제가 잘 될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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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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