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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 무인기·러 전투기 충돌, 일촉즉발 화약고가 된 흑해 - 냉전 이후 처음, 미 무인기-러 전투기, 흑해 상공서 충돌 - 수심 1500m 해저에 추락한 무인기, 인양은 쉽지 않을 듯 - "이번 사건이 ‘오판’ 통해 의도치 않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도"
  • 기사등록 2023-03-17 05: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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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처음, 미 무인기-러 전투기, 흑해 상공서 충돌]


미군 무인기가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추락했다. CNN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패트릭 라이더(Patrick Ryder)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14일 오전 7시쯤 러시아의 SU-27 전투기가 미군 드론 MQ-9의 프로펠러를 강타해 드론을 공해상으로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여기서 SU-27은 러시아 공군에서 운영하는 주력 전투기 기종 중 하나이고, 반면 '리퍼(Reaper)'라는 이름이 붙은 MQ-9은 정찰과 공격이 둘 다 가능한 미군의 무인기다.


라이더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 전투기가 충돌 전 미군 드론 앞에서 30~40여분간 드론 인근을 비행하면서 여러 차례 연료를 뿌리고 난폭하게 비행했다”며 “이 사건은 위험하고 비전문적이며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제임스 헤커 미 유럽공군사령관도 “MQ-9은 국제공역에서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하던 중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해 완전히 손실됐다”면서 “러시아 측의 안전을 도외시한 비전문적 행위로, 두 항공기가 모두 추락할 뻔했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물리적으로 충돌한 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라며, “이로 인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라이더 대변인도 “항공기 차단(intercept) 행위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상대 항공기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안전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MQ-9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흑해 지역을 비행해 왔다”며 “중요한 국제 수로인 흑해의 국제공역에서 미군이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락한 무인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와는 확실한 거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의 방해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위험하고 전문적이지 않으며, 무모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흑해 상공에서의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흑해는 어느 한 국가에 속한 지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추락과 관련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국무부로 초치했고, 린 트레이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도 러시아 외교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토노프 대사는 미 국무부에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 어떠한 대결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 MQ-9 무인기가 크름반도 인근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 국경 방향으로 비행하는 것을 발견했다”며 “무인기가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임시로 설정한 공역의 경계를 침범했으며 조종력을 상실하고 강하하다가 수면과 충돌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항공기는 무기를 사용하거나 무인기와 접촉하지 않았으며 러시아 전투기는 비행장으로 안전하게 귀환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왜 미군 드론을 격추시켰을까?]


그렇다면 미군의 MQ-9 드론이 흑해 상공을 비행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CNN에 따르면, 흑해 상공에서의 미군에 의한 정찰업무는 국제영공에서 이루어졌으며, 특히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무력 합병한 이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러시아는 미군 드론이 비행한 지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름붙인 ‘특별군사작전’ 감시구역이라 칭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러시아의 일방적 선언일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군이 그동안 정기적으로 흑해에서 정찰 활동을 해 왔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러시아가 인지를 못해서인지는 모르나 시비를 걸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급기야 충돌을 통해 격추시키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사실 러시아가 미군의 무인기에 대해 이렇게 민감한 것은 미국이 드론으로 정보를 수집해 러시아를 공격하는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전날 이 사건과 관련해 내놓은 성명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미국 무인기가 매일 흑해 해역에서 유사한 비행을 해왔다고 밝힌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들은 미국에서 수천km 떨어진 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첩보용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정보들은 이후 우크라이나 정권이 러시아군 전력과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노프 대사는 또한 “가령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이 나타났다면 미 공군과 해군의 반응은 어땠을까”라고 반문한 뒤 “미군은 (이 드론의) 자국 영공과 영해 침입 저지를 위해 단호한 행동을 취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미디어를 통한 선전전을 자제하고,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의 비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의 올렉시 다닐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번 사건에 대해 “흑해에서 러시아가 일으킨 이번 사건은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분쟁을 다른 당사자로 확장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방법”이라면서 “이런 '올인' 전략의 목적은 언제나 판돈을 키우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러시아가 확전을 꾀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정황을 볼 때, 러시아군이 의도성을 가지고 미군 드론과 충돌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향한 경고의 성격은 분명히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서둘러 이 문제의 진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15일에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국방장관이 전화통화를 갖고, 이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3번째다.


이 통화는 오스틴 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서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긴장 고조를 막고자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자세한 통화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에 군용기를 안전하게 운용하라”며 “러시아는 또 다른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락한 드론, 인양 작업은?]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흑해에 추락한 무인기 잔해에 대한 인양작업을 시도할까? 일단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15일 “러시아가 자국 전투기와 충돌 후 흑해에 추락한 미국 무인기 회수를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날 국영 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무인기 잔해를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야 하는 일이고 분명히 할 것”이라면서 “물론 나는 회수 작업이 성공적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역시 같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그런 기술적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이 드론을 회수할 경우, 미국의 민감한 감시 기술이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미국도 일단 무인기의 잔해 수거 작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15일 “정보·감시·정찰(ISR) 목적으로 비행 중이었던 MQ-9 드론이 습득한 정보를 러시아는 가로채기 위해,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국제 공역에서 통상 작전을 진행 중이었던만큼 자국 자산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을 의식한 듯 “(드론은) 흑해의 아주 아주 깊은 물 속으로 떨어졌다”며 “우린 여전히 회수 시도가 실시될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지만,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미 해군 당국은 잔해를 회수하는 것은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CNN은 이어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와 충돌한 이후 흑해로 떨어지기 전 러시아가 드론을 회수해 기밀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원격으로 민감한 소프트웨어들을 삭제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16일, “흑해에 추락한 미군의 무인기가 수심 5000피트(약 1500m)의 해상에 추락했기 때문에 수거하기 힘들 것”이라 보도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단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은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유럽사령부는 “이번 사건이 ‘오판’을 통해 의도치 않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점과 미국의 무인기를 추락시켰다면서 러시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선동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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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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