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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05 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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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발언대] 진짜 용서받지 못할 자는 누구인가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은 대한민국 내부의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습니다. 대한민국 내부의 이념적 갈등이 이렇게 심각하게 표출된 사례는 한국전쟁 이후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내면적으로 깊어져왔던 대한민국 내부의 이념적 갈등이 이번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전면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념갈등의 증폭만으로도 김정은 집단은 이번 정상회담에 나선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내부에서는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김정은 개인과 북한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대폭 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귀엽다는 반응이 SNS를 도배합니다. MBC가 김정은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무려 77.5%가 “신뢰가 간다”고 답변했습니다. 대한민국 다음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가 김정은이라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차분하게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북한이 원하는 실제적인 이득을 대폭 안겨준 반면, 북한에게서 얻어낸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문재인과 김정은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다’고 선언합니다. 평화를 향한 거창한 합의이자 엄청난 진전인 것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이 선언은 매우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전쟁을 문재인과 김정은이 공동으로 협력해서 막겠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적화통일 노선을 고수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원만한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됩니까? 사실 문재인과 김정은이 만나기 전에는 북폭을 포함한 전쟁의 가능성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런 무력충돌은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얻은 것도 없이 자신이 나서서 김정은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즉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전제 조건들을 생략한 채 ‘전쟁은 없다’는 결론을 기정사실화한 것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다’는 선언은 과거형입니다. 이미 평화체제가 기정사실화됐다고 못을 박은 것입니다. 전쟁이 없고 평화가 온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전쟁이냐, 어떤 평화냐입니다.


흉악범이 남의 가정에 침입해 사람을 죽이고 여성을 강간하고 금고를 털었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흉악범을 체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폭력은 싫다, 대화로 해결하자”며 경찰의 범인 체포를 막으면 어떻게 됩니까? 그게 진정한 평화입니까? 집주인이 정신이 나갔거나 실은 범인과 내통한 한 패거리였다고 봐야 하지 않습니까? 


문재인과 김정은의 합의가 비슷합니다. 북한 김정은이 그동안 저지른 온갖 범죄에도 눈 감고, 앞으로 저지르려고 계획하는 범죄의 가능성도 외면합니다. 그러면서 전쟁은 없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환호합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담긴 함의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유엔 등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문재인 정권이 앞장서서 구멍을 낸다 둘째,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예산을 들여 적극 지원한다 셋째, 미국의 김정은 체제에 대한 위협을 문재인 정권이 나서서 막아준다 등입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은 3개의 영역에 걸쳐 13개의 합의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역은 주로 경제협력과 국제제재의 무력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영역에서 문재인과 김정은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6개 항에 걸쳐 ‘남과 북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며, 민간교류와 협력을 보장하며,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고,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내용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합니다. 외부 즉 유엔이나 미국의 간섭을 뿌리치고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사실상의 경제 원조를 의미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 민간교류와 협력, 철도와 도로의 연결 및 현대화가 바로 이 내용입니다. 


두 번째 영역은 3개 항에 걸쳐 주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것으로 여기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한다고 합니다.


북한이 그동안 저질러온 온갖 범죄행위와 정전협정 위반 등을 생각해봅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사건 등 그다지 멀지 않은 최근에 벌어진 일들만 생각해도 북한의 행위는 엄중한 처벌 대상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이 마치 남과 북이 동일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얘기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사람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혀놓고 상대가 반격하려 하자 “자, 이제부터는 서로 폭력을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점잔을 빼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지금 폭력범을 제압하지 않으면 범인은 이제 상처를 입히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하게 이쪽의 목숨을 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평화가 왔다며, 김정은이 귀엽고 신뢰가 간다며 환호할 상황입니까? 


세 번째 영역은 4개 항에 걸쳐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남과 북이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다룹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에 유엔군과 조선인민군, 중국 인민지원군 사이에 체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격하게 말하자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고 말할 법적인 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평화체제 구축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이 평화협정 전환을 말한다는 것은 정전협정 당사자들의 사전 동의를 얻었다는 얘기입니다. 문재인은 누구의 동의를 얻었을까요? 문재인정권이 해온 행동을 보면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북한측과 의견을 조율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측의 책임과 행동을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이 세 번째 영역입니다. 즉,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딱 한 문장이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거의 유일한 답변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문장의 해석에서 문재인정부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라는 문장에서 목적어가 분명치 않습니다. 비핵화가 목적어라고 할 수 있는데, 도대체 누구의 비핵화인지 애매합니다. 그 뒤의 표현 즉 ‘핵 없는 한반도’라는 부분을 고려하면 저 비핵화는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즉 남과 북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완전한’이라는 표현도 북한 핵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질적 의미가 아니라, 남과 북이 모두 핵을 없애야 한다는 양적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문장은 더욱 수상합니다. 선언문은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말합니다.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라는 부분을 봅시다.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들이 아니라, 이미 취하고 있는 조치들이 비핵화에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겁니다.


즉, 북한은 이미 비핵화를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북한은 이미 비핵화를 시행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더 이상 비핵화 문제로 시비 걸지 말고 북한이 하는대로 그냥 지켜보고 따라오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각기 자기의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니... 결국 비핵화라는 것이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도 똑같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한반도 위기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해소해주는 표현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판문점선언은 대한민국이 유엔과 미국, 기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에게서 얻어내야 할 내용을 거의 담고 있지 못합니다. 심지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문재인정권의 내심을 공식화한 문서라는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판문점선언의 해석을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에 조문의 표현만 갖고 문재인과 김정은이 합의한 내용의 의미를 단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문재인정권이 그동안 이 문제를 둘러싸고 보여온 태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재인의 중국에 대한 공식 충성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3불정책이나 우방인 미국 핵잠수함의 부산 입항 거부, 성주 사드기지에 대한 생활용품 반입조차 차단하고 있는 민간인들을 방치하는 공권력 등을 보면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 중국과 손을 잡고 한편이 되어 미국과 적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문재인정권은 북한에 요구할 것은 하지 않고, 북한이 한국에 하는 요구에는 성실하게, 필요 이상으로 충성스럽게 반응합니다. 판문점선언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고 했는데, 문재인정권은 아예 확성기 시설 자체를 철거했습니다. 나중에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다시 확성기 시설을 설치할 건가요? 북한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그냥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정하지 않은 이상 나올 수 없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온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봤지만 북한은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주장까지 다 공개하는데 북한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주장만 전달합니다. 이런 점에서 판문점선언은 본질적으로 불공정계약이고 불평등조약입니다. 우리는 두 손 두 발 다 묶어놓고 상대방에게는 칼을 쥐어주고 대화하자는 꼴입니다. 말이 됩니까? 


판문점선언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대한민국을 무릎 꿇리고 승리했다고 선전하는 자료로 사용될 것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늦게 기록영화로 만들어 방영했습니다. 우리나라 연합뉴스가 제공받아 유튜브에 게재한 38분 풀영상을 보면 김정은이 이 판문점선언을 어떻게 북한 내부 체제 단속용으로 사용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대의 리무진 천장 개폐구를 열고 북한측 인사들이 상반신을 내놓은 채 군사도로를 위풍당당하게 질주해 판문점에 진입합니다. 나치식 영상편집을 연상시키는 연출입니다. 마치 점령군처럼 보입니다.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문재인과 남한측 인사들은 마치 주인을 영접하는 하인처럼 보이더군요. 북한 주민들이 저 영상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핵개발과 적화통일에 주력한 백두혈통의 최종적 승리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그게 그냥 착각이라고 우리가 비웃을 수 있겠습니까?


잘못하면 벌을 받고 잘하면 상을 받아야 합니다. 인간세상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게 무너지면 사회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잘못한 자가 상을 받고, 잘한 자가 벌을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그렇게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자를 가장 먼저 처벌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과 북한, 중국, 대한민국의 지도자 가운데 누구를 가장 먼저 응징하고 처벌해야 할까요?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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