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美 FBI의 은밀한 작전, “중국 스파이를 체포하라!” - 美 FBI의 중국 정부 개입한 스파이 일망타진 작전 공개 - 중국인 첨단 엔지니어를 초청해 기밀 빼내려한 중국 - 중국, 해외 학자들에게 “중국 번성하게 도와달라” 호소
  • 기사등록 2023-03-12 05:31:40
  • 수정 2023-03-13 17:01:44
기사수정



[美 FBI의 중국 스파이 일망타진 작전]


미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의 산업스파이들을 어떻게 잡을까? 뉴욕타임스(NYT) 매거진은 8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의 스파이가 미국 영토에서 재판을 받아 처벌받은 첫 사례를 아주 구체적이고도 흥미진진하게 보도했다.




사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16일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스파이로 미국의 산업 기술을 빼낸 쉬옌진(Yanjun Xu, 42)이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연방법원에서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스파이가 실제로 미국 영토에서 재판을 받아 처벌받은 사례는 쉬옌진이 처음이었다.



NYT는 이 법무부의 발표 내용을 집중 추적해 FBI가 쉬옌진을 벨기에로 유인하고, 벨기에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 받아 미 법정에 세우기까지 벌인 모든 방첩(防諜) 활동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해 소개한 것이다.


[중국인 첨단 엔지니어를 초청한 중국]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7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GE 에이비에이션(Aviation)에서 일하던 ‘화(華, Hua)’는 소셜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중국의 난징(南京) 항공항천[우주]대학(NUAA)에서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화는 GE 에이비에이션에서 탄소 기반 복합재를 사용해 제트 엔진의 회전 팬 블레이드(fan blade)와 케이스를 설계하는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화가 연구하는 이 분야는 금속 대신 탄소 기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엔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구조공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화의 꿈은 늘 교수가 되고, 학문적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징우주대학측은 화가 중국을 방문하게 되면 관련된 모든 비용을 제공할 것이라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화는 이러한 제안을 곧바로 수락했다. 그러나 문제는 화가 연구하는 GE에서의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중국 강연을 회사측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화는 결국 자신의 강의 사실을 회사측에 알리지 않고 중국으로 가게 된다. 물론 난징우주대학측에도 복합재료에 대한 일반적인 연구 결과만 강의내용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사전 통보했다.


강의준비를 위해 화는 GE 웹사이트에서 교육용 파일 몇 개를 다운로드했는데, 여기에는 복합재료 사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침도 포함돼 있었다.


중국에 도착한 화는 장쑤성의 국제과학기술개발협회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치(屈)’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강의에서 한 학생이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했지만, 그는 “이는 GE가 소유권을 가진 정보라서, 세부 사항을 공유할 수 없다”고 답했다. 화는 3500달러의 강연 사례금을 받았고, 다음날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한 화는 자신이 중국에서 강의할 때 난징우주대학의 강의실 컴퓨터에 GE 로고가 찍힌 사진이 다수 포함된 자신의 GE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깜빡하고 삭제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는 즉각 난징우주대학으로 전화를 해 파일 삭제를 요청했고, 이로써 모든 일이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다.


[6개월 후에 일어난 극적인 반전]


중국을 방문하고 6개월이 지난 2017년 11월 1일 화는 회사 측으로부터 보안 담당자를 만나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회사측에서 화의 중국 방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GE의 보안 책임자는 중국 여행의 목적을 물었다. 당황한 화는 일단 대학 동창회와 친지 방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화에 대한 조사는 2명의 FBI 요원의 관여로 확대됐다. FBI조사관도 중국 방문의 목적을 계속 캐물었지만 화는 여전히 친지방문이라고 답을 했다. 그럼에도 FBI요원들은 계속해서 또다시 중국 방문의 목적을 솔직히 답하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화가 강의 관련 답을 꺼내지 않자 결국 FBI는 화가 친지 외에 난징우주대학을 방문한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FBI 요원은 “연방수사관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범죄”라며 모든 것을 얘기하라고 압박했다.


충격을 받은 화는 결국 중국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때 FBI 요원인 브래들리 헐은 화를 중국으로 초청한 것 자체가 중국의 천인계획의 일환으로 ‘해외 중국 엔지니어를 기업 정보를 빼내는 ‘자산’으로 키우려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화가 중국에 도착했을 때 극진하게 환대했던 인물이 바로 중국의 정보관리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잠시 휴식을 가진 뒤, FBI는 화에게 FBI의 방첩 작전에 협력하면, 기소되지 않게 돕겠다는 역(逆)제안을 했다. 그리고 화가 FBI의 신문을 받는 동안, 그의 집은 수색을 당했고, 화의 거짓말이 추가로 드러났다. 그의 노트북에선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로 표시한 문서도 포함돼 있었다.


[중국, 해외 학자들에게 “중국 번성하게 도와달라” 호소]


사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첨단기술들, 예를 들면 전투기, 미 국방 관련 위성을 쏴 올리는 보잉 사의 델타4 로켓, 해군 시스템, 왕복우주선, 심지어 옥수수 종자까지 군ㆍ산업계의 수많은 기밀들을 해킹하거나 인적 통로를 통해 빼내 왔다. 또한 미국 기업으로부터 빼낸 정보로 중국인이 중국에서 사업체를 차릴 수 있도록 자금도 지원했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의 한 생명공학 회사는 중국인 엔지니어가 중국 여행에 앞서 종종 회사의 심장인 카테터(catheter)에 대한 독점적인 정보를 다운로드한 사실을 발견하고 FBI에 신고했다. 즉각 수사에 들어간 FBI는 그 중국인의 노트북에서 임대료 없이 난징의 한 산업단지 내에 사무실을 제공받기로 한다는 계약서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방첩기관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계 미국인에게 “당신도 중국인이니 중국이 번창하는 것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당신의 미국인 국적과 정보를 중국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갈등을 느끼지 말라”고 설득한다고 밝혔다. 설사 미국의 자료를 빼돌린다해도 미국의 시스템이 그러한 중국출신 미국 국적자들을 과도하게 감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면서 부담갖지 않도록 설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 가서 환대를 받고 나면, 해당 학자나 엔지니어는 처음엔 의도하지 않았던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계속 민감한 질문을 던질 때 계속 “그건 말할 수 없다”고 답하다가도 결국은 모든 것을 공개하게 된다는 점이다.


[애플 클라우드 서버에서 쏟아진 중국 스파이의 정체]


결국 화는 FBI에 협력하기로 했다. 화는 2018년 2월 춘절(春節)을 맞아, 다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중국 접선창구인 장쑤성 국제과학기술개발협회 부회장이란 ‘치(屈)’는 “어떤기술이 필요한지 알려주겠다”고 답신했다.


치는 2개의 구글 이메일 계좌를 사용하고 있었고, FBI는 치의 모든 자료와 통화 내역이 주기적으로 애플의 클라우드 서버(iCloud)에 저장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FBI에겐 ‘보물창고’나 다름없었다.


FBI는 치의 본명이 쉬옌진(徐健君)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으로 미국 기업들로부터 정보를 빼내려고 여러 꼭두각시를 키워 조종하는 스파이였다.


그런데 그가 사용하는 아이클라우드에는 신용카드, 급여 명세서, 건강보험 카드 외에도 그가 미국의 여러 우주항공기업 엔지니어들과 통화한 내역, 정보 전달 시 주의사항 등 그의 기소에 필요한온갖 정보가 모두 담겨 있었다.


그 가운데는 쉬가 난징우주대학의 한 교수에게 “미국의 F-22에 대한 정보를 빼내야 한다”고 말한 통화 기록, 불륜 여성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기록까지 저장되어 있었다. FBI에 의하면, 그가 왜 경솔하게 이러한 자료들을 아이클라우드에 자동 저장되게 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미국 검찰이 대부분의 증거를 이렇게 ‘원스톱(one-stop)’으로 찾을 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했다.


FBI는 결국 쉬를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내의 기밀자료들이 중국으로 빠나가도 중국 정부가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기에 이번에는 쉬를 법정에 세움으로써 이 모든 사실들을 공개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미끼에 걸려든 중국 스파이]


중국 스파이 쉬옌진은 GE의 화에게 팬 블레이드 케이싱(casing)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고, 화는 FBI와 협의하에 해당 자료를 보냈다. 그러나 이는 미끼였다. 내용도 사실 그럴싸한 자료에 불과했다.


쉬옌진은 아예 대놓고 구체적인 요구 목록을 보냈다. 화는 춘절로 예정된 방문 직전에 “갑자기 3월 프랑스 출장이 잡혀 이를 준비해야 해서, 회사가 중국 휴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쉬가 요구했던 GE의 랩톱 디렉터리 목록을 보냈다.


이 역시 GE가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것이었지만, 쉬의 입맛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화는 프랑스 출장 중에 벨기에나 독일, 네덜란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 중에서 해외에서 체포한 스파이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는 벨기에였고, 벨기에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그리고 벨기에의 브뤼셀. 약속보다 수 시간 전에 주변을 확인하러 간 쉬옌쥔과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2명은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고, 쉬는 6개월 뒤 경제 스파이 혐의로 미국으로 추방됐다.


쉬옌진은 결국 지난해 11월16일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화는 GE 에이비에이션에서 해고됐고, 지금은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기술 기업에서 일한다.


그는 NYT에 “회사에 얘기하지 않고, 중국 대학의 초대를 수락한 결과를 책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난징 방문을 애초 기획한 쉬옌쥔에 대해 분노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며 “그 역시 지시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며 그를 적극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NYT 기자는 이에 대해 “두 사람 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미ㆍ중의 거대한 지정학적 체스 게임의 ‘조각’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1443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