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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04 14:52:45
  • 수정 2018-05-04 15: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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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 교사 수키킴, "남북평화 통일 가능성 없다" 일축
-찬성측,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강해 가능할 것" 주장
-반대측, "북핵은 거래대상 아냐, CVID 불가능" 일축
-수미테리, "북한정권의 본질과 현실 직시해야" 강조
-수미테리, "문정인 특보의 비핵화 가능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 일축
-청중표결, 34 대 41에서 27:61로 부정적으로 급변


▲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5월 2일, 워싱턴 DC 뉴지움에서 열린 ˝협상으로 북한 비핵화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수미테리 [수미테리 페이스북]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5월 2일 수요일 저녁, 워싱턴 DC 소재 뉴지움 (언론박물관) 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토론회가 열렸다.


정기적으로 시사주제를 가지고 찬반 토론회를 여는 기관인 Intelligence Squared (IQ2US) 와 조지타운대 여성포럼 단체가 주최한 이 토론에서는 "협상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한가?(Negotiations Can Denuclearize North Korea)"라는 주제로 400명 이상의 청중들이 찬반을 선택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찬성을 주장하는 패널에는 브루킹스 연구원인 보니 젠킨스(Bonnie Jenkins) 전 국무부 직원과 수잔 디마지오(Suzanne Di Maggio) 뉴아메리카 연구원이 참여했다. 수잔 디마지오 연구원은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고 작년에도 북한과 1.5 트랙 협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반대(협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 수 없다)를 주장하는 패널에는 전직 CIA 한국분석관이자 현재 CSIS 선임연구원인 수미 테리 (Sue Mi Terry)와 예일대 로스쿨 연구원 Mira Rapp-Hooper가 참여했다.


▲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5월 2일, 워싱턴 DC 뉴지움에서 열린 ˝협상으로 북한 비핵화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 발제한 4인의 찬반대표단 [수미테리 페이스북]


평양과기대 교사 수키킴, "남북평화 통일 가능성 없다" 일축


이날 토론은 먼저 2011년 평양과기대에 영어선생으로 잠입해 북한 엘리트 청소년들의 세뇌 실상을 고발 취재한 수키 킴(Suki Kim) 작가와 사회자와의 대담으로 문을 열었다.


수키 킴은 이 자리에서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북한 최고 엘리트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며 깨달은 북한의 현실을 폭로해 주목을 끌었다. 그녀는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진 남북간 평화와 통일의 전망과 가능성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가능성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그녀는 북한에서 지난 70년동안 세뇌된 주민들을 고려할 때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서 재활과정이 필요한 대상들이며 김정은 북한정권이 건재하는 한 남북 주민간 평화적 통일은 어렵다고 전망했다.(수키 킴의 평양과기대 잠입취재기는 "Without You There is No Us"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다. 한국에서는 "평양의 영어선생님"으로 번역출간)


찬성측,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강해 가능할 것" 주장


본격적인 토론에서 수잔 디마지오와 보니 젠킨스는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과 분명 다르며 문재인 정부를 통해 보여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뚜렷하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하는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그들은 북한의 핵개발이 결국 경제적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북한의 병진노선을 전제로 하여 미국에 대한 핵 억제력을 완성한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은 비핵화 카드를 통해 경제제재 완화와 평화협정 등을 추구하고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꿈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측, "북핵은 거래대상 아냐, CVID 불가능" 일축


하지만 반대패널의 수미 테리와 미라 랩후퍼는 북한에게 있어 핵무기는 정권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미국과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며 그 근거로 지난 25년 핵협상의 실패를 예로 들었다. 또한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를 의미하는데 반해 북한은 오래 전부터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라는 모호한 용어를 통해 결국 주한미군철수와 한미동맹 파기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금 추진되는 미북간 협상에서 CVID-비핵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수미테리, "북한정권의 본질과 현실 직시해야" 강조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수미 테리는 특히, 자신도 4.27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진전을 보며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북한정권의 본질과 현실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핵화협상의 가능성에 반대하는 것이 대북 군사옵션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협상을 하더라도 스마트하게 현실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섣부른 협상으로 인한 실패는 전쟁의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미북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약속이나 결과를 신중하게 분별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불과 1주일 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병기화의 완성을 선언한 김정은이 CVID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몽상이고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수미테리, "문정인 특보의 비핵화 가능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 일축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이전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다르며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에 관심이 있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수미 테리는 "그것은 문정인 특보의 순진한(naive) 생각"이라고 단호히 못 박았다. 그녀는 “과거 경험과 북한정권의 본질을 볼 때 결코 CVID 비핵화를 고려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 패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협상테이블로 나오는 마당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계속했다. 특히 가장 이해관계가 큰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정권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대를 걸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 400명 이상이 참석한 현장의 청중은 일부 패널의 주장에 환호하기도 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한 참석자는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한다면 미국도 완전한 비핵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고 청중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5월 2일, 워싱턴 DC 뉴지움에서 열린 ˝협상으로 북한 비핵화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서의 찬반 표결결과 [수미테리 페이스북]


청중표결, 34 대 41에서 27:61로 부정적으로 급변


하지만 청중의 표결결과는 냉정했다.


토론이 있기 전 청중의 표결결과는 41%가 반대("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표를 던졌고, 34%는 찬성("협상을 통한 비핵화 가능")표를 던졌다. 나머지 25%는 찬반표결을 보류했다.
하지만 토론이 끝난 후 현장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즉석 표결에서 반대표가 67%로 증가했고 찬성표가 27%로 떨어지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6%는 판단보류)


토론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의견으로 뚜렷이 바뀐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패널도 전원 여성이었고 조지타운대 여성포럼이 공동주관한 토론회였기 때문에 여성 참석자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고 감상적인 판단이 아닌 냉정한 토론과 표결을 보였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 최근 북한의 평화공세와 한국 문재인정부의 낭만주의적 민족화해 담론에도 흔들리지 않고 냉철한 분별력이 가능한 미국의 여론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동포의 학살자 김정은이 웃으며 걸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에 감격하며 북한정권의 잔혹한 본질과 실상을 쉽게 잊어버리고 박수를 보내는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의 민도와는 차이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토론의 결과가 아닌 진짜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문재인 정부의 뜻대로 갈까? 아니면 수미테리 등의 주장대로 실현될까?
그 답을 알게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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