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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韓 삼성·SK하이닉스. 中과 ‘헤어질 결심’ - 美 제재에 中에서 대폭 감산 시작하는 韓 반도체 - 앞으로 중국내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 - 위기에 강한 한국 반도체, 이번에도 이겨낼 것
  • 기사등록 2023-02-08 13: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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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에 中에서 대폭 감산 시작하는 韓 반도체]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해 대대적인 압박과 함께 제재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반도체 중추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의 생산거점인 시안과 우시 공장에서의 생산능력을 대폭 감축시켜 나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이들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생산 물량을 줄이는 것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중국 수출통제’ 정책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26일(현지시간) “미국과 네덜란드·일본 당국자들이 이날 밤 워싱턴DC에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중국 수출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돼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자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했지만, 이젠 구세대 장비인 DUV 노광장비까지 수출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당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도 생산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따라 생산성을 위해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단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부터 최대 D램 생산거점 중 하나인 중국 우시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을 올해 연말까지 월평균 16만장 이하로 고정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약 10% 수준 투입량을 줄인 것이다. 이러한 생산량 감소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의 제재조치로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급이 사실상 단절되면서 투입량의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역시 낸드플래시 생산이 더 이상의 기술 업그레이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낸드플래시 생산의 마더팹(Mother Fab·최신공정 우선 적용 공장)인 평택 공장과 중국 시안 공장의 기술력 격차가 상당히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단대 이상의 최첨단 3D 낸드 기술과 공정이 가장 먼저 도입되는 마더팹의 기술이 시안 공장에는 적용될 수 없어서다. 이렇게 되면 중국 공장은 한마디로 갈라파고스의 섬이 되면서 기술고립 현상을 가져오게 되고, 이는 당연히 생산량의 대대적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산량 감축은 공장 운영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면서 어쩔 수 없는 공장 폐쇄로 흘러갈 수도 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공장의 폐쇄는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고 있지만, 시안 공장의 100단대 3D 낸드로는 경쟁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생산성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시안의 공장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국내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중국 내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국제적인 환경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네덜란드-일본으로 이어지는 대 중국 반도체 제재에 우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연히 연동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는 의미다.


네덜란드의 ASML이 만드는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장비다. 그런데 ASML에서는 EUV 노광장비를 45∼50대 정도만 만든다. 문제는 이 장비가 없다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모두 EUV 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EUV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사전 차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글로벌 생산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애가 타는 회사는 메모리반도체, 그중 D램 위주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는 SK하이닉스다.


당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공장은 구형장비로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 중국에서만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로서는 D램 생산의 한쪽 날개를 잃는 셈이 된다.


사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총 4조7500억 원을 투자해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 구매 계약을 맺었다. EUV 장비 가격이 대당 1500억∼20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20대 안팎을 사들일 수 있는 액수다. 문제는 ASML로부터 EUV 장비를 들여와도 중국의 우시공장에 설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중에 중국 우시공장에 처음으로 EUV노광장비를 설치해, 10나노급 4세대(1a) 모바일 D램의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당장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UV 노광장비 적용이 D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집중돼 있어서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미국의 추가 압박 여부 및 수준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투자 확대를 전제로 한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겠다는 판단과 더불어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는 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깨겠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의 정치화’가 삼성전자에게 장기적으로 순풍(tailwind)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5일(현지 시각) 기사에서 “삼성이 반도체 불황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현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지만 WSJ는 “삼성전자의 풍부한 보유 현금과 기술 리더십을 고려할 때 (파운드리 대규모 투자는) 타당한 선택”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 의존에서 탈피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공포를 활용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WSJ은 “반도체 산업의 정치적 속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은 삼성전자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중국 메모리 기업 YMTC 등 급성장하는 중국의 경쟁자들에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기에 강한 한국 반도체, 이번에도 이겨낼 것]


사실 한국 반도체는 위기다. 국내의 정치적 환경도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오히려 가로막고 있고, 국제적 상황 역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에게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작년 4분기 대만 TSMC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8% 늘어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97%나 격감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적자를 냈다.


그러나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이러한 위기를 숱하게 겪어 왔다. 1984년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자 일본의 반도체 업계들이 저가공세를 펼치면서 삼성의 싹을 자르려 했다. 지난 2007년에도 D램 가격이 10분의 1 토막 나는 덤핑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이 벌어졌다. 그때 일본과 미국, 그리고 독일업체들이 나가 떨어져 나갔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끝까지 버텼다.


그리고 2023년 지금은 중국 시장 문제로 또다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기업들은 뒷다리를 걸고 넘어지는 정치판의 견제까지 받고 있다. 대만이 나라 전체가 총동원돼 견고한 파운드리 반도체 아성을 쌓아가는 것과는 딴판이다. 오직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판 때문에 국가의 근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에 있어서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이제라도 국회가 정신차려서 반도체산업을 키우는 데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제대로된 반도체지원법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고, 수도권대학 정원규제를 풀어 반도체 인재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분명히 강조하지만 반도체산업은 이제 기업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연합간 경쟁구도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서 국가 차원의 반도체 전략을 펼쳐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발 정치가 정신차리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세상을 향해 뛰어 나가려는데 최소한 발목잡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한국은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한 국가다. 지금이라도 모두가 마음을 모아 반도체산업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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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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