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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에 시한부 판정받은 中 화웨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바이든, 中화웨이에 수출 전면 금지, 큰 벽 만난 중국 - 반발하는 중국, “적나라한 기술 패권” 맹공 - 더욱 강화될 대 중국 반도체 압박, 숨쉴 틈도 없다!
  • 기사등록 2023-02-07 12: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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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中화웨이에 수출 전면 금지]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옥죄며 ‘기술 굴기(倔起)’를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안보위협을 이유로 대 중국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에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를 비롯한 자국 기술·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는 미국 공급업체와 화웨이간 관계를 전면 단절시키고 인텔, 퀄컴을 포함한 미국 공급업체가 화웨이에 어떤 제품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기술을 수출하는 일부 기업에 더는 수출 라이선스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으며, 이러한 정책은 오는 5월 공식 통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4G, 5G, 와이파이6 및 와이파이7,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클라우드 아이템 등의 기술과 제품을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는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선택적으로 허용되던 미국 장비 역시 모두 금지시킨 것으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거래를 이어왔던 4G 애플리케이션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라이선스까지 모두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로 퀄컴은 화웨이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인텔과 AMD는 노트북 프로세서마저도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수출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19년 5월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장교 출신인 런정페이(任正非)가 설립한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조치에 따라 5G 분야의 핵심 기술이 들어간 부품의 화웨이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또한 2020년 5월부터는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만드는 외국 기업들에게도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다만 5G와 관련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선 수출을 허용해 왔는데, 바이든 정부가 이제 이마저도 완전 봉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전면 제재 조치가 오는 5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화웨이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린 시한부 선고에 화웨이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생존을 향해 몸부림치는 화웨이]


그런데 화웨이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바이든 정부가 오는 5월부터 시행할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조치가 반도체 수출 규제처럼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일본과 네덜란드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따르도록 압박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결국 지난 1월 27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방침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 그런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제재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2022년은 미국 제재라는 전시 상태에서 제재 상시화 경영 시대로 전환하는 해였다면, 2023년은 미국 제재가 일상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를 맞는 화웨이의 각오도 남달랐다. 화웨이 쉬즈쥔(徐直軍) 순환 회장은 2023년 신년사에서 “미국 제재에서 벗어나 미래 생존의 토대를 마련해 나가자”는 화웨이의 새해 경영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쉬회장의 이러한 포부는 당장 큰 절벽을 만나게 되었다. 글로벌 전자산업 체인의 분업이 매우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에 의한 제재의 범위가 더 넓어지면 화웨이 산하 사업 모두에 상당한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5월부터 시행될 이번 제재조치도 화웨이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큰 암초를 만난 셈이 됐다.


이미 화웨이의 젖줄로 지난해 총 매출중 34%를 차지했던 단말기 사업은 끝없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핵심 칩 공급 제한으로 5G가 아닌 4G로만 출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4G칩마저 제대로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이젠 중저가 모델로만 구색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시장은 이미 비보(vivo)가 차지하고 있어 힘겨운 경쟁을 해야만 한다.


여기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와이파이 6칩도 미국산이어서 당연히 규제를 받을 것이고, 무선통신에 필수적인 ‘RF프런트엔드’ 칩 역시 미국 제품을 써 왔는데 이 역시 수입길이 막히게 된다. 그렇다고 자국산 대체도 어렵다. 집적도에 큰 차이가 있어서다.


더더욱 우려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5G 통신 장비’와 ‘5G 기술’ 역시 위태롭다는 점이다. 화웨이 5G 기지국에 필수적인 FPGA 칩(프로그래밍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은 미국의 칩 설계 기업 자일링스(Xilinx)와 알테라(Altera)가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시 끊기게 된다면 ‘5G 화웨이’의 명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앙꼬 빠진 찐빵’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시 화웨이가 자랑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떨까? 화웨이는 인텔과 AMD로부터 핵심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그 부품들은 중국내에서 대체 불가능이다.


한마디로 화웨이는 지금 ‘대략난감’의 상황에 빠져 있다. 물론 이리저리 제재 회피를 해가면서 몰래 수입해 올 수도 있겠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국내 생산이 가능하도록 R&D를 더욱 강화하려 하지만 이 역시도 쉽지가 않다.


[반발하는 중국, “적나라한 기술 패권” 맹공]


이러한 미국의 조치를 바라보는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은 하지만 별다른 대응방안도 없어 속수무책이다.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미국의 적나라한 기술 패권”이라며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면서 맹공에 나섰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의 이같은 조치는 시장경제 원칙과 국제경제 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변인의 성명 말고 별다르게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한계다. 시진핑 주석이 중화민족에 의한 세계 패권 장악을 외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의 대외 정책을 일컫는 용어)를 버리면서 벌어진 일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미국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역시 뭐라 할 말도 없다.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내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화웨이가 겉으론 민간기업이지만 실상은 중국 정보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 미국에 제재 포기를 강요할 수도 없다.


결국 수세에 몰린 중국은 엉뚱하게도 태양광 수출 규제로 맞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월 31일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최근 잉곳, 웨이퍼 등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에 대한 첨단기술을 수출규제 항목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태양광 웨이퍼 기술 등은 중국만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값싼 인건비와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량생산으로, 전 세계 시장의 90% 정도를 점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태양광 모듈로 미국을 위협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국 당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태양광 수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만큼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강화될 대 중국 반도체 압박]


최근들어 중국은 반도체 장벽에 가로 막혀 단말마적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만큼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1월 하순 미국과 네덜란드·일본 당국자들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나서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중국 수출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돼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됐다.


ASML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의 불허로 자사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못했지만, 구세대 장비인 DUV 노광장비는 수출하고 있었다. 물론 DUV 노광장비는 EUV 같은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PC, 로봇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보편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대 중국 수출 중단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 정부도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니콘에 비슷한 수출 제한을 가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와 관련한 대중 수출규제를 막기 위해 외교적으로 부단히 노력을 해 왔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고 블룸버그가 지난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역시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준비중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이렇게 중국은 반도체산업 분야에서 구석기시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도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세계 패권 운운한다면 그야말로 구제불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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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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