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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그너그룹 죄수 용병, 러 사회에 '시한폭탄' - 바그너그룹 죄수 용병 계약 만료로 복귀 시작 - 전쟁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바그너 용병들 - 상당수가 강력범죄 경력자, 사회불안 부추길 가능성
  • 기사등록 2023-02-01 13: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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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 죄수 용병 계약 만료로 복귀 시작]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른바 '형벌부대'로 투입된 러시아 죄수 출신 용병들이 계약 기간 만료로 무더기로 자유의 몸이 되면서 러시아 사회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그룹(와그너그룹, Wagner Group)이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대거 징집한 죄수들 중 수천 명이 6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 러시아 사회로 복귀하고 있으며, 이들로 인해 러시아 사회가 겪을 진통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대표로 있는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7월 초부터 러시아 각지 교정시설에서 죄수들을 용병으로 영입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해왔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7월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교도소에 나타나 사회에 대한 빚을 갚으라며 용병 지원을 설득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 영상에서 죄수들에게 러시아 평균 임금의 2배인 10만 루블(약 176만원)의 월급과 보너스 및 8만 달러(약 9500만 원)의 사망 보수를 지급하고 6개월 복무하면 대통령 특사를 받는다고 약속했다.


지난 9월에는 죄수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교도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지원한 뒤 ‘잘못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탈영병으로 간주해 총살할 것”이라고 했다.


서방 정보기관과 우크라이나 정부, 현지 재소자 인권단체 '철창 뒤의 러시아(RBB)'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러한 조건에 혹해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이 된 죄수는 약 4만 명으로 추산된다.


NYT에 의하면, 변변한 전투 훈련도 없이 전장에 투입된 이중 상당수는 며칠 혹은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도가 낮고 장비 수준이 열악한 데다 죄수 출신이란 낙인 때문에 즉결처형의 위협에 시달리며, 소모전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CNN도 ”죄수출신 용병들은 이른바 총알받이로 참전했다“면서 ”이들은 전쟁터 가장 앞에서 목표 달성까지 공격을 계속하는 일회용 보병으로, 부상을 당해도 철수가 허용되지 않고, 허락 없이 철수하면 바로 처형된다“고 전했다.


죄수 징집병들은 서류상으로 전쟁에 투입된 적이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러시아 점령지 내 교도소로 이감됐을 뿐이다. 일부는 가족의 소재를 교도소에 문의했더니 그를 만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절도죄로 수감 중 지원한 이고르 마츄킨(26)은 시베리아의 고아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크라스노야르스크의 교도소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난 프리고진을 대하게 되었다.


새 삶을 살고자 했던 마츄킨은 즉시 자원했고, 며칠 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점령지 훈련장에 도착했다. 그곳의 분위기는 기대와 달리 애국적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으며, 공포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즉결 처형 위협이 계속됐고, 실제로 명령을 거부한 부대원 한 명이 끌려 나간 뒤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그의 부대가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았을 때, 탈출한 그는 러시아 모처에 숨어 복역하던 교도소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바그너그룹이 모집한 죄수 출신 용병 4만 명 중 거의 3만 명가량이 사상하거나 탈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천운으로 목숨을 건져 사면장을 받아들었지만 치러야 했던 대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자유의 몸이 된 형벌부대 출신들이 최근 전쟁터에서 사회로 복귀하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NYT에 의하면, 바그너그룹과 계약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안드레이 야스트레보프(22)는 절도죄로 투옥됐다가 최근 6개월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되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그가 트라우마 때문인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의 가족 중 한 사람은 “마치 일종의 최면에 걸린 사람 같다”면서 “완전히 변했다.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고 털어 놓았다.


이들 죄수들이 전쟁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은 그만큼 전장에서 겪은 참상에 대한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죄수 징집자들 수천 명이 전선에 투입된 지 며칠, 몇 시간 만에 총도 제대로 쏴 보지도 못하고 전사했다. 이런 지옥을 경험하고 귀향한 죄수들은 보복이 겁나서 전선에서 벌어진 일을 발설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는 사회복귀에 실패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거의 자살 시도에 가까운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는 죄수 출신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남부의 교도소에서 절도죄 복역을 마친 직후, 징집에 응했다. 군대 경력이 있는 그는 죄수 분대 분대장이 돼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자살 수준의 임무에 투입됐다. 그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속 전진하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작년 11월 탈영해 노르웨이로 도망쳤다.


[러시아 사회의 ‘시한폭탄’이 된 바그너 용병들]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약속한 대로 6개월 복무를 마치고 러시아 사회로 복귀한 용병들이 이젠 러시아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NYT는 러시아 재소자 인권 변호사 야나 게멜의 말을 빌어 “이들은 모국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했다는 비뚤어진 정의감과 신념을 지닌 채 돌아온 심리적으로 망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짜 심각한 것은 러시아 사회로 복귀한 용병들은 대부분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지만 이들 중 일부가 심각한 성범죄나 연쇄살인 등을 저지른 중범죄자들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더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The New Voice of Ukrine·NV)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참모부 공식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의 상당수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등의 질병을 앓는 걸로 확인됐다”면서 “현재 담당 우크라이나 병원에선 전염 위험을 이유로 이들의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바그너 용병 300여 명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즈 지역 전장에서 부상을 입었다. 이들은 러시아 점령지역인 루한스크주(州) 유빌레인시(市)의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치료에 앞서 부상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대다수가 에이즈·매독·결핵·폐렴 등의 질병 보균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참모부 공식 보고에 따르면, 바그너는 질병에 걸린 죄수들에게 손목에 띠를 두르게 했다. 에이즈 보균자는 빨강, 간염은 흰색이었다. ‘더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는 “이번 300여 명의 부상자들도 대부분 질병 보균자임이 확인됐다”며 “오합지졸의 허약한 러시아 군대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 설립자 프리고진은 6개월 여 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죄수를 징집했다. NYT는 “이들 용병들 가운데 초기에 징집된 죄수 용병들 수십 명이 최근 훈장과 막대한 보너스 및 사면장을 가지고 사회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범죄 경력이 있는 이들이 군사 훈련을 받고 전장의 상흔을 안은 채 직업도 없이 복귀함으로써 러시아 사회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시 죄수 징집 부추기는 바그너그룹]


바그너그룹은 죄수 징집자가 줄어들자 최근 생존 귀환자들이 자유를 누리는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나는 전쟁에서 적을 살해하는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자원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결혼, 세례, 공부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죄수들에게 사면장을 주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사면이 매우 드물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명만 사면할 정도로 희귀해 사면 문서의 효력이 의심스럽기도 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도 “바그너 그룹 지원 죄수들이 러시아 법에 따라 사면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거부했다.


크렘린궁이 이렇게 명확하게 사면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은 바그너그룹 용병에 대한 사면이 법적으로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법은 사면대상자를 지역 위원회에서 검토해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심사위원들은 바그너그룹 자원 죄수들에 대한 사면 요청이 이뤄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프리고진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용병들을 전쟁터로 몰아내는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CNN도 “바그너그룹은 아예 전략이나 전술도 없었고, 제대로 된 부대편성도 없었다”면서 “그저 인해전술을 위한 소모품에 불과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이것이 러시아 용병의 실체이고 이러한 프리고진의 전술로 인해 러시아 사회는 또 한 번의 홍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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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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