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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철저하게 고립된 푸틴 - 강경파만 의지하는 푸틴, 전장상황 오판 - 푸틴 입맛에 맞게 가공된 정보, 현실과는 동떨어져 - 푸틴에게 전쟁 권유한 이들이 보고채널 독점
  • 기사등록 2022-12-26 06: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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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부로부터 고립된 푸틴, 강경파만 의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실과는 전혀 동떨아진 자충수를 두고 또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크렘린궁 내부로부터도 고립되고 있으며 오직 강경파들에게만 의지함으로써 기인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자 지면을 통해 “러시아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키이우 후퇴', '하르키우 후퇴'에 이은 '헤르손 후퇴' 등 패퇴와 굴욕적 철수를 거듭하는 데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이 있었다”면서 “애초부터 지난 22년간 러시아의 권력 구조가 푸틴이 듣고 싶은 정보만 전달되도록 설계돼온 데다, 점점 고립과 불신이 짙어진 푸틴이 강경한 참모들 말에만 의지하다보니 전장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고 당연히 잘못된 정보에 의존하다보니 오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전직 러시아 고위 정보관을 포함한 전·현직 미·유럽 당국자들을 취재한 결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진단했다.


WSJ은 이어 “열악한 장비만 갖춘 러시아 최전선 부대가 서방이 제공한 포병 지원을 받고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에 포위됐는데도, 푸틴 대통령은 장군들의 조언을 거부하고 군대에게 계속 버티라고 지시했다”고 잔했다.


실제로 지난 9월말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작은 도시 리만(Lyman) 전투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이미 패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모스크바에 있던 푸틴은 암호화된 회선을 통해 최전선 지휘관에게 결코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명령을 직접 내렸다. 이러한 푸틴의 지시 때문에 러시아군은 계속 버텼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결국 10월 1일 러시아군은 전우의 시신 수십 구와 포병 보급품을 남겨둔 채 줄행랑 치듯 급히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전장의 현실도 잘 모르면서 강경파들의 잘못된 조언대로 명령한 것이 더 큰 화를 부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신속하게 승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몇 달간 손실만 큰 수렁에 빠지자,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기보다는 오히려 고립과 불신을 통해 자신의 호전적인 세계관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여름 내내 군사전문가와 방산업체 대표단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 등장해 푸틴 대통령이 전장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어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이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건 그를 둘러싸고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고 사탕발림하는 일부 참모진 때문”이었다면서 “푸틴 주변 인물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요인 때문에 푸틴은 일주일여만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전쟁 초기때부터 동북부와 남부에서 굴욕적인 철수에 이르기까지 러시아는 전장에서 비참한 결과를 보고 있다. 문제는 전장상황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자 시간이 지나면서 전투 경험도 없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누가 푸틴에게 전쟁을 제안했는가?]


WSJ은 수개월간의 크렘린 궁 관계자들과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등의 모든 사안들을 보고하는 채널을 취재했다.


푸틴 대통령은 매일 오전 7시쯤 일어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서면 브리핑을 받는데, 이 정보에는 전장의 성공을 강조하고 좌절은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조정된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전현직 러시아 관리들은 전했다. 한마디로 푸틴 입맛에 맞게 달콤하게 코팅된 정보를 보고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정보들이 푸틴에게 제공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푸틴 대통령은 디지털 감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인터넷은 물론이고 휴대폰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데올로기적 견해가 일치하는 참모들이 '편집'한 브리핑 문서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참모진들이 최신의 정보를 입수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렇게 저렇게 가공하고 또 달콤하게 코팅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니 때로는 전장의 최신 현황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일단 최전방 지휘관들의 보고는 연방보안국(FSB)에 우선 모이는데, 이 보고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장을 거쳐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그런데 파트루셰프 국장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설득했던 대표적 인사 중 하나다. 그러니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된 정보를 푸틴에게 어떻게 보고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자신의 실책을 덮기 위해 완전히 가공된 정보들을 푸틴에게 보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 인권위원회 의장을 지낸 언론인 발레리 파데예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참모진과의 TV 회의를 앞두고 용병 사용 등 일부 주제는 꺼내면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파데예프는 “행정부와 사전에 질문을 논의한답시고 국가 기관이 대통령을 위해 정보를 필터링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푸틴은 편향되고 오도된 전장 정보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푸틴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제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람들을 초청했는데, 그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가 전쟁 찬성론자에다 친 크렘린 선동가들만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군은 과소평가하고 러시아군은 과대평가하면서 전쟁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스위스 제네바 주재 국제기구 대표부에서도 근무했던 보리스 본다레프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관들은 푸틴 대통령의 20년 통치 기간 그가 듣고 싶어하는 정보를 본부에 제공하는 법을 익힌다고 한다.


한때 이들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푸틴의 별명은 '파파'로, “파파를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좋은 소식은 과장하고 나쁜 소식은 대수롭지 않게 전달해야 칭찬과 승진을 얻을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푸틴이 스스로를 과신하게 된 이유?]


그런데 푸틴이 이렇게 자신의 신념에 대해 과신하게 된 배경이 있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공격하려 했을 때, 당시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참모들은 그러한 작전에 반대했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을 강행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의 그에 대한 지지율은 80%를 넘어섰다. 더불어 서방진영에서는 당시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에 대한 일부 제재만 가했지 본격적인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크름반도는 러시아의 영토화되어 버렸다. 푸틴은 그때 자신의 판단이 옳았으며 그후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지나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견된 푸틴의 결말]


문제는 푸틴의 이러한 국내외적 고립이 어떠한 결말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작전계획서, 포로일기 등을 통해 러시아군의 패퇴 원인을 분석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자기과시와 반서방 프레임에 빠져 완전히 고립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며 “탱크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진격할 때 가장 가까운 보좌관들조차도 이를 몰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의미다.


그러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는 지금의 전장 상황이 말해준다. NYT는 “한 러시아군이 받은 작전명령서엔 ‘앞에 있는 차량만 따라가다 보면 18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도착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고,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거세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실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러시아군은 빈약한 전략적 사고를 보여줬다”며 “이는 러시아 정치 체제의 한계, 푸틴 대통령의 실수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강경파들의 득세도 푸틴 대통령의 결정력을 흐리게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 소유주 예브게니 프리고진, 체첸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러시아 정규군이 고전을 거듭하자 군 지휘부를 비판했고, 또한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온건파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푸틴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부추겼다.


심지어 전장에서도 러시아군과는 별개로 제각각 작전을 펼쳐 조직력을 와해시켰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는 “정규군과 비정규 민병대 사이에 깊은 균열이 감지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전세가 불리해질수록 푸틴이 강경파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16일 열린 푸틴 대통령과 군 고위간부 회의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본인이 전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한 것”이라며 “이는 자국 내 강경파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렇다면 지금 푸틴의 상황은 어떠할까? 이에 대해 영국의 더타임스는 “러시아군이 남부 헤르손에서 철수한 뒤 푸틴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면서 “러시아에선 전쟁에서 실패한 차르를 용서하지 않는다. 이것이 푸틴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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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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