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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거대한 음모에 희생된 벨라루스 외무장관 - 벨라루스 외무장관, 러시아 라브로프 회담 앞두고 사망 - 건강했던 마케이의 급작스런 사망, 러시아 독살 가능성 제기 - 벨라루스, 우크라전쟁 참여 반대. 러시아에겐 눈엣가시
  • 기사등록 2022-11-29 13: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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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외무장관, 러시아 라브로프 회담 앞두고 사망]


러시아의 동맹이자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인 벨라루스의 블라디미르 마케이(Vladimir Makei) 외무장관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의 회담을 하루 앞두고 돌연 사망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마케이 장관은 지난 2012년부터 외무장관을 맡아온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외무장관이 되기 전에는 루카센코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루카센코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는 의미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벨라루스는 서방으로부터 반대파에 대한 점점 더 가혹한 탄압, 의심스러운 선거와 우크라이나 전쟁 동안 러시아 군대가 벨라루스에 주둔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해 잇단 비판을 받았다.


또한 지난 9월 마케이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벨라루스는 침략자의 공범 또는 분쟁 당사자로까지 불리지만 벨라루스는 전쟁을 지지한 적이 없다”면서 자국의 입장을 옹호했다.


[건강했던 마케이의 급작스런 사망]


마케이 장관의 현재 나이는 64세. 블룸버그는 27일(현지시간) “마케이는 25일에도 민스크에서 바티칸 특사를 맞이했고, 주초에도 아르메니아에서 열린 모스크바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벨라루스 외무부도 마케이 장관의 사망 원인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 독립 매체 나샤니바는 소식통을 인용해 “마케이 장관은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사망 원인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으면서 마케이 장관의 급사에 의심스러운 시선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안톤 게라센코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소셜미디어(SNS)에 “마케이 장관이 독살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에겐 눈엣가시였던 마케이 장관]


마케이 장관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면서 그의 대 러시아관계가 화제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마케이 장관이 친러시아 노선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내각에서 러시아를 비판하고 서방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주요 인사였다”면서 “벨라루스 수뇌부에선 대부분 러시아어를 썼으나 그는 혼자만 종종 벨라루스어를 썼다”고 덧붙였다.


루카센코 대통령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마케이 장관은 자신의 주군인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친 러시아 쪽에 기울기도 하고, 지난 2020년 벨라루스 전역에 반정부 시위가 확산될 때는 탄압에 앞장서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주군 루카센코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평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것만큼은 막아선 인물로 평가된다.


심지어 데일리메일은 “마케이 장관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 수립 정부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마케이 장관이 러시아 푸틴의 눈밖에 난 결정적 요인은 우크라이나 참전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계속 밀리면서 전세를 만회할 결정적인 카드로 우크라이나 북부의 벨라루스가 전쟁에 합세하면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리고 실제로 10월 10일부터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지역연합군 활동에 합의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세할 것으로 서방진영은 예상했다. 러시아군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233㎞ 떨어진 벨라루스 국경에 9천명의 군대를 파견한 상태였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징집병을 포함한 자국 군인 6만명이 지역연합군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망명한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영국 더타임스에 러시아의 이번 군대 배치를 '점령'으로 규정하면서 "루카셴코와 푸틴이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전면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벨라루스군을 향해 "정권의 범죄 지령을 따르지 말라. 푸틴의 전쟁에 참여하길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전쟁에 참여할 것 같았던 벨라루스군은 그 이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10월 14일에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미국 NBC방송에서 “우리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고 아무도 죽이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연합군이 완전히 방어적 성격의 군대”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금방이라도 합류할 것 같았던 벨라루스가 왜 이렇게 마음을 바꿔 한발 물러섰을까 하는 점이다. 러시아는 루카센코 대통령이 변심한 그 배경에 마케이 장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마케이 장관이 벨라루스에서 서방과 소통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해서 서방측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고, 이를 루카센코 대통령과 논의하면서 전쟁에 끼어들지 않기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또한 마케이 장관이 그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여론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여론조사는 금지돼 있지만, 벨라루스 인구의 90%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푸틴의 계산과는 달리 벨라루스가 전쟁에 참여할 생각을 보이지 않자 루카센코 대통령의 교체를 구상했단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키기 위해 루카셴코 대통령 암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라인폼은 지난 25일 미국 싱크탱크 로버트 랜싱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3일 러시아군 정보부에 루카셴코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를 포함한 시나리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인폼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지만, 벨라루스 내 반대 여론을 의식해 벨라루스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에 푸틴 대통령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거한 후 크렘린궁에 완전히 충성하는 스타니슬라프 자스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사무총장에게 루카셴코 역할을 맡기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라 밝혔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러시아의 음모가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눈여겨 볼만한 것은 마케이 장관의 급사가 바로 이 보도 직후에 나왔다는 것이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왕성하게 장관직을 수행했던 마케이 장관이 갑자기 사망을 한 것은 러시아에 의한 독살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떄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안톤 게라센코 내무부장관 보좌관도 “생전에 벨라루스의 지나친 친러행보를 경고해오던 마케이 장관을 러시아가 제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독살설을 일축하고 있다.


한편,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마케이 외무장관의 유족에게 조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도 마케이 장관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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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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