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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크름대교 폭파 미스터리, “트럭폭탄 아니었다!” - 크름대교 아래의 선박에 의한 폭발설 급부상 - 우크라이나, 적 공격용 무인수상정 보유 확인돼 주목 -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 기사등록 2022-10-11 06: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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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대교, 과연 누가, 어떤 방법으로 폭파했을까?]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잇는 크름대교 폭파의 진상을 둘러싸고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폭파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밤, 예정에 없던 33초간의 TV연설을 통해 “크름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에 의한 테러행위”라고 규정지으면서 크렘린의 대응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또한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정부기관인 '국가 반(反)테러 위원회'를 인용해 8일(현지시간) 오전 6시 7분께 이 다리의 자동차 통행 부분을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는 발표를 전했다.


이로 인해 “이 다리의 철도 통행 부분에서는 석유를 싣고 철도편으로 크름반도로 향하던 유조차들 중 7량에 불이 옮겨붙었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의 설명이다.


▲ 영국의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이번 사건 경위를 두고 분석이 다채롭지만 일부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러시아는 이번 크름대교 폭발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냈지만 일단 폭파 방식부터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이번 사건 경위를 두고 분석이 다채롭지만 일부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도했다.


▲ 국의 텔레그래프도 이날 “크름대교 폭발에 있어 최소 4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면서 “아직은 그 원인을 함부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이날 “크름대교 폭발에 있어 최소 4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면서 “아직은 그 원인을 함부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전했다.


(제1 가설) 크름대교 지나던 트럭에서 폭발


지금 러시아 당국은 “크름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터져 교량 일부가 무너지고 근처 유조열차로 불이 옮겨붙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러시아의 주장에는 상당히 심각한 의문점이 생긴다. 우선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면 폭발 시각에 트럭이 다리를 건너 크름반도 쪽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트럭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불가리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러시아령 북오세티아, 크라스노다르를 거쳐 크름대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BBC는 폭발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세밀하게 보면 트럭이 이번 폭발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BBC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폭발에 따른 거대한 불덩어리가 트럭이 교량의 오르막길을 갈 때 트럭 뒤편, 한쪽에서 분출되는 장면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BBC는 이에 대해 영국 육군의 한 전직 폭발물 전문가의 견해를 인용해 “지금까지 차량에 실려 운반되는 수많은 급조폭발물(IEDs)을 봤지만 이번 폭발은 차량폭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BBC는 “차량폭탄 가설이 러시아 지도부에서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한 점부터 수상하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가 자행한 사보타주(파괴공작)라는 자존심 상하는 가능성보다 테러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제2 가설) 크름대교 아래의 선박에 의한 폭발설


그런데 흥미를 끄는 것은 크름대교 폭발이 다리 위 트럭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부에 있던 선박에 의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BBC는 “폭발의 모양새와 교량의 구조를 볼 때, 이번 사건은 다리 위가 아닌 아래에서 저질렀을 가능성이 더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BBC는 “영국 육군의 전직 폭발물 전문가가 대체로 교량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충격에 더 약하다고 말했다”면서 “일반적으로 교량은 상판을 향해 아래쪽으로 쏠리는 하중과 바람 등으로 인해 측면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 설명했다.


BBC는 실제로 “보안 카메라 영상을 보면 폭발 몇 초 전 크름대교를 떠받치는 지지대 옆에서 작은 선박 때문에 생긴 물결처럼 보이는 것이 확인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BBC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무인 보트와 같은 장비를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도 “크름대교 폭발 몇 초 전에 케르치해협 다리 아래에서 파도를 보여주는 감시 카메라 영상이 공개되었다”면서 “무인수상함에 의해 폭파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9월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위치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근처에서는 센서나 잠망경처럼 보이는 장치 등 각종 장비를 장착한 의문의 무인 보트가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군은 카약 모양으로 된 이 배를 러시아군이 나포해 해상에서 폭파시켰는데 이 배의 소유권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BBC와 인터뷰한 폭발물 전문가는 “우크라이나가 해상에서 원격조종 가능한 감시·타격 (운송) 수단을 갖추고 있다는 근거 있는 보고가 있다”며 “이 같은 작전 방식이 몇 년에 걸쳐 개발됐다”고 말했다.


(제3 가설) 미사일에 의한 공격설


텔레그래프는 “일부 분석가들이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크름대교를 폭파시키려면 에이테킴스(MGM-140 ATACMS)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는 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일부에서는 지난 8월 크름반도의 샤키 공군기지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우크라이나에 비밀리에 공급된 에이테킴스에 의한 공격일 가능성도 있다고 제기한다”고 밝혔다.


(제4 가설)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에 의한 테러


크름대교 폭발과 관련한 마지막 네 번째 가설은 우크라이나의 특수부대에 의해 폭파되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텔레그래프는 “가장 가능성이 희박한 이론이지만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가 다리 밑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시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소개했다.


텔레그래프는 “만약 폭탄을 설치했다면 수백킬로그램의 폭발물을 설치했어야 하는데 다리를 지키는 러시아의 보안팀을 감안한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 봤다.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일단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는 크름대교 파손을 크게 반기면서도 개입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중대 타격을 입었을 때 우크라이나가 일관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의 되풀이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월의 러시아 흑해기함 모스크바호의 침몰, 8월의 크름반도 내 해군 샤키 비행장 초토화 등 때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BBC는 “모두 계속 추측에 열을 올리도록 하는 걸 우크라이나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며 이를 “우크라이나의 성공적 정보전”으로 분석했다.


[푸틴은 어떻게 보복할까?]


일단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의 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 당사자로 러시아 크라스노스다르 출신의 남성 2명을 각각 트럭 소유자와 운전자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러시아 기간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기관의 테러로 규정하고 보복조치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범죄집단인 키예프(키이우) 정권이 저지른 테러행위”라며 직접 보복을 촉구했다.


▲ CNN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질 도허티 기자는 9일(현지시간) CNN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전쟁 속보 코너에 “푸틴 대통령이 크름대교 폭발 사건을 개인적 모욕으로 여기고 있으며, 집요하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것”이라 전망했다.


결국 지금 상황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러시아의 푸틴이 어떠한 보복을 가할 것인가의 문제다. CNN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질 도허티 기자는 9일(현지시간) CNN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전쟁 속보 코너에 “푸틴 대통령이 크름대교 폭발 사건을 개인적 모욕으로 여기고 있으며, 집요하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것”이라 전망했다.


도허티 기자가 이렇게 분석하는 이유는 “크렘린궁 측이 크름대교 공격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러시아의 위신과 푸틴의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NN은 특히 “러시아가 약 40억 달러(5조6620억 원)를 들여 만든 크름대교는 푸틴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으며, '어머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결합하는 상징적 '결혼 반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CNN은 “지금 푸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되찾아오는 게 그의 역사적 운명이라고 믿는 것 같다”며 “그는 크름대교에 대한 도발적 공격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푸틴) 개인을 겨냥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실제로 크름대교 공격 다음 날인 9일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아파트를 폭격하고 있다. 강경파 푸틴 지지자들도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CNN은 “전황이 러시아 측에 불리해지면서 푸틴이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푸틴이 '비대칭적 보복' 차원에서 예기치 못한 목표물에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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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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