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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러시아 푸틴을 조롱하는 이유? - 당대회 앞둔 중국,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 분위기 - 중국인들도 러시아에 대한 태도 표변 - 호랑이인줄 알았는데 나귀에 불과 조롱
  • 기사등록 2022-10-04 1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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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회 앞둔 중국, 러시아와 관계 재정립 분위기]


오는 16일의 당대회를 앞둔 중국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러시아와 함께 못할 게 없다”던 중국의 태도는 최근들어 사뭇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열렸던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을 때 했던 중러간 밀착 선언과 대비해 보면, 지금의 중국 분위기는 중립을 넘어서 확연하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략난감’ 그 자체일 것이다. 중국의 입장을 이렇게 곤혹스럽게 몰고간 최대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주민투표 문제이다. 러시아의 강제적 주민투표를 인정하게 된다면 당장 대만이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러시아의 논리대로라면 대만이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후 중국과는 완전 별개의 국가가 되었다고 선언해도 중국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 바로 이 문제가 중국 외교부 내에서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9월 27일 정례 브리핑에 참석한 한 기자가 중국이 9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러시아 주민투표 논의에서 러시아 편에 서지 않은 것에 대만 문제와 관련한 고려가 작용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발끈하면서 “대만은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으로 우크라이나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대만의 미래는 대만 동포를 포함한 중국 인민 전체가 함께 결정할 일”이라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대만 문제에 투영하려는 모든 시도는 별도의 속셈이 있는 정치 농간이며 중국의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주민투표를 통한 러시아의 우크라 영토 병합을 지지할 경우, 대만이 미국의 배후 지원 속에 같은 방식으로 독립을 추진하려 할 때, 저지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중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치 농간’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바꾼 이유?]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만 해도 완전히 러시아 편에서 러시아를 옹호하고 심지어 러시아에 대한 서방진영의 제재 조치를 비난하던 중국은 왜 이렇게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을까? 심지어 최근들어 중국은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야 한다면서 휴전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선회까지 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러시아와의 관계를 ‘거리두기’ 개념으로 바꾸었을까?


아주 중요한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생각했던 최상의 그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후 빠른 시일안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내에 친러시아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은 그동안 정치·경제적으로 밀착관계였던 우크라이나 편을 들지 않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고 러시아의 승리를 기원했던 것이다. 또한 중국은 당초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제재를 반대하고 중국 매체가 ‘침공’ ‘침략’ 등의 단어도 쓰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물론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 무기 지원을 하지는 않았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2차 제재 경고 때문이기는 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유지해 왔고, 외교적으로도 강한 유대를 대내외에 과시해 왔던 것이다.


중국이 그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미국 중심의 1극 체제가 도전을 받게 되고, 러시아가 다시 미국과 양극체제를 만들게 되면서 중국 역시 이에 동승하는 강력한 중러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중국은 대만 문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특히 미국의 압박에도 러시아와 연대하는 전략으로 얼마든지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꿨던 것이다. 당연히 중국뿐 아니라 서방세계들조차도 당연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점령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중국이 그러한 계산을 한 것 자체가 전혀 무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격을 하고 러시아군을 퇴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과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세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주도를 해 갔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가 연전연승을 하면서 러시아가 점령했던 지역들까지 탈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전황은 중국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를 하게 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낭패에 빠질 수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에 섰던 중국에 대해 유럽연합(EU)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고, 잇달아 ‘反중국, 親대만’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유럽 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만약 미국 시장이 갈수록 제재를 받는 와중에 유럽시장까지 놓치게 된다면 중국 경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이 전과는 다르게 흘러가자 중국은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중립으로 대외적 의사표명을 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시진핑 주석이 푸틴 면젼에서 휴전을 촉구했고, 중국이 휴전을 이끄는 당사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미국과 유럽에 표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유럽의 호감을 사려 했던 것이다.


[중국인들도 러시아에 대한 태도 표변]


흥미로운 것은 중국인들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돌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때만 해도 중국내 SNS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을 치켜 세우면서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추앙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담은 푸틴의 연설에 중국은 ‘눈물이 난다’며 공감을 표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밀리는 전세가 펼쳐지면서 중국인들의 푸틴에 대한 태도도 완전히 바뀌었다. 심지어 “러시아는 반드시 진다! 푸틴은 반드시 패배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또 “특별군사작전이 국가수호 전쟁으로 변한 건 2차 대전 이래 최대 웃음거리”라면서 “중국은 푸틴을 돕지 말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히 최근 중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중국 시사 평론가 차이선쿤(蔡愼坤)은 자신의 블로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은 가히 ‘검려기궁(黔驢技窮, 검을 검(黔 qián), 나귀 려(驢 lǘ), 재주 기(技 jì), 다할 궁(窮 qióng)’의 수준이라고 평할 수 있다”고 쓴 내용이다.


여기서 ‘검려기궁(黔驢技窮)’은 당(唐)대의 문장가 유종원(柳宗元)이 지은 우화(寓話) 세 편 중 하나인 ‘검지려(黔之驢)’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 중 검(黔)은 중국 구이저우(貴州)성의 별칭이고, 려(驢)는 나귀라는 뜻이니 ‘구이저우의 나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귀주(貴州) 일대에는 나귀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배에 나귀를 실어 왔으나 나귀를 어떻게 할지 몰라 산기슭에 풀어 방목했다. 몸집도 크고 울음소리도 큰 나귀를 처음 본 호랑이가 놀라 접근하지 못하고 멀리 수풀 속에 숨어 나귀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며칠을 지내다보니 나귀가 뒷발질이나 할 뿐 별 재주가 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귀의 모든 것을 파악한 호랑이가 결국 나귀를 덮쳐 잡아 먹었다는 이야기다.


차이선쿤(蔡愼坤)이 ‘검려기궁(黔驢技窮)’을 꺼내든 것은 결국 러시아가 세계 제2위의 군사대국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귀에 불과했다는 뜻으로 러시아와 푸틴을 조롱한 것이다.


중국 사람들이 이렇게 검려기궁이라는 우화까지 꺼내들면서 푸틴을 조롱하는 것은 결국 중국 특히 시진핑 주석의 푸틴에 대한 태도가 바뀌면서 부터다. 그 기점이 바로 지난 9월 15일의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다. 여기서 시진핑 주석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돌변한 것이다.


[유럽 붙들지 못하면 중국 미래도 없다]


사실 시진핑 주석이 푸틴을 만나 강력한 연대 의지를 표명한 것은 외교적으로 대단한 실수였다. 또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편드는 발언을 한 것 역시 대단한 패착이었다. 그것 떄문에 중국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인 유럽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제야 유럽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유럽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 지은 10월의 20차 당 대회 이후 11월에 프랑스 등 유럽 각국 정상의 중국 초청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정상들과의 회담이 성사될 지도 의문이고, 한번 틀어진 관계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자신들이 러시아 푸틴의 마음을 돌려 휴전을 성사시키는 일에 집중하려 하는 듯 보인다. 그것이 유럽의 마음을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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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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