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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2 16:00:28
  • 수정 2018-04-02 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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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설득을 게을리한 정부, 의사들 욕만 하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국민들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 의사들 피해의식 가중. 돈벌레라는 여론 비난도 상황 악화시켜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싶다는 의사들의 꿈 사라져. 욕먹기를 각오하고 배수진 치는 모양새



▲ 극우로 알려진 최대집 의협회장. 의사들은 왜 그를 회장으로 뽑았을까? [사진: 최대집 facebook]



이유를 정확히 분석해야, 앞으로의 숙제를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1. 대대로 정부는 의료 정책을 짜는 과정에서, 공급자인 의사측 설득을 게을리했다.
2. 국민은 의사들 욕하는 것만 즐겼지, 그들이 하는 주장을 진지하게 경청해본 적이 없다.
3. 의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줄어드는 걸,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생각이 없다.


최대집의 당선은 정부, 국민, 의사 3가지 요인의 합작품이다.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뽑혔다.

세계의 리더국이 타국과의 공존을 내팽개치고, 자국의 이득만을 꾀하려한다.

정치색은 물론 발언 하나하나까지 극단적인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EU 리더 중 하나였던 영국이 브렉시트를 감행했다.

교류가 모두에게 이득이란 당연한 명제를 져버렸다.

그 과정에서 자랑하던 역사와 전통은 오히려 거꾸로 작동했다.

자기들 득실만 따지겠다며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했다.

어떻게 보이는가?


사회지도층 의사들이 자신들 이득만을 생각하겠다며, 극우인사를 대표로 선출했다.

트럼프를 뽑은 미국처럼.

브렉시트를 감행한 영국처럼.

미국과 영국 국민들이 트럼프와 브렉시트에 기꺼이 표를 던진 행위에서, 우리는 의사들이 최대집을 찍은 투표를 이해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보듯, 근래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국 국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요구다.

왜일까?


지속된 피해의식이 극단적 보호주의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예를 들자.

이민자들에게 자꾸 일자리가 넘어가면, 자국민이 되려 손해를 본다는 억울함이 누적된다.

이 피해의식을 적당히 달래주지 못한 게 트럼프와 브렉시트의 이유 중 하나였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좌파 주류의 인터넷 여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일베를 만들었다.

그 일베의 반작용으로 메갈이 생겨났다.


이들이 옳냐 그르냐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

주류 여론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극단적인 모습으로 뭉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란 얘기일 뿐이다.

▲ 2000년 의약분업은 의사들의 피해의식을 키우는 출발점이었다.

의사들의 피해의식은 2000년 의약분업 때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의사들은 이후 모든 정책에서 피해를 보아왔다고 느껴왔다.


돈을 버는 절대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미국처럼 영국처럼. 자신이 가진 혜택이 점점 줄어드는 걸 경험하고, 불만이 누적된다는 게 핵심이다.


비단 돈 뿐만이 아니다.

여기엔 유•무형의 가치 모두가 작용한다.


직업행위에 대한 통제 정도는 계속 심해졌고, ‘돈벌레’라는 여론의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 과정이 18년간 단 한 순간도 거꾸로 흐른적 없이 꾸준히 진행했다(문케어 과정 또한 이 흐름에서 비켜나가지 않는다).


그 탓에 2010년경 의사 사회에 처음으로, 강경노선 집단인 전의총이 생겨났다.

여세를 몰아 노환규가 의협회장에 당선되었다.


당시 전의총을 이끌던 노환규는 투쟁노선을 적극 천명하여 의협회장직을 꿰찼다.

피해의식의 응집. 이건 의사들 사이에서 주류 의식에 속했다.


하지만 설마 그것이 의협회장까지 가능케 할 거라는 생각에는 다들 회의적이었다.

이번 최대집 당선과 여러모로 비슷한 과정이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탄핵으로 임기를 마쳤다.

대의원회와 원만치 못한 관계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회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이 본질적인 이유였다.


의사들이 노환규에 기대했던 건, 본인이 천명한대로 의협이 좀 더 이익집단으로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파업까지 불사하라는 극단적인 주문이었던 셈.

실제로 당시 부분 파업이 벌어지는 등, 일촉즉발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펼쳐졌다.


하지만 회장으로서 그는 여러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빌미가 되어 급속히 힘을 잃었다.

태생의 한계였다.


의사들은 또 한번 패배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5년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불만은 사라지지 않고 가슴 속에 그대로 묻혀진 채.


정부의 문재인 케어 추진이 최대집 당선의 공신인 건 맞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원인을 일축해서는 안된다.

문케어가 아니더라도 의약분업 이후 대부분의 정책에 의사들은 불만을 가졌다.


예를 들면 리베이트 쌍벌제나 원격의료도입 등. 일순간도 투쟁노선을 꿈꾸지 않은적이 없었다.

문케어는 도화선이 되었을 뿐, 언제든 최대집이 나타날 분위기는 이미 조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에 부합하는 대상이 없었을 뿐. 노환규 이후 5년만에 그 노선을 다시 들고 나온 게 최대집이다.

투쟁에 관해선, 심지어 더 과격한 모습으로.


고로 의사들이 현 의협회장에게 기대하는 건, 강력한 투쟁노선이다.

최대집의 당선은 그 기대치의 표현으로 해석해야 한다.


의사들의 생각은 이렇다.

그의 극우 정치색은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의사들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도 피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상관없다.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뽑힐 당시, 경제만 잘해준다면 어떤 결함도 상관없다던 사회 분위기를 떠올리면 된다.


영국이 욕을 먹고 미국이 욕을 먹는 것처럼 의사들도 욕을 먹어도 좋으니, 자기 중심의 새판 짜기를 시도하겠는 뜻이다.


여기엔 자포자기 심정도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욕을 먹는다는 걸, 의사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지난 18년간 의사들은,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싶다는 꿈이 사라졌다.

애초에 그게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돈과 욕을 맞바꾸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의료 구조다.


그러니, 이러든 저러든 어차피 욕을 먹으니, 차라리 개평이라도 챙기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최대집의 기이한 행각이 더 이상 문제가 안된다.

최소한 의사들에게는. 오히려 극우 퍼포먼스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그간 수많은 직역의 투쟁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봐왔던 의사들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능에 늘 패배감을 느껴왔다.


방향이 어느 쪽이든, 최대집은 앞에 나서줄 것 같다.

의사들 목소리를 외쳐줄 것 같다. 사회적 눈치 안보고!

마음껏!


최대집의 당선 의미를 너무 축소시켜선 안된다.

그의 당선은 옳고 그름을 떠나 대다수 의사들 민의의 반영이다.

득표수나 득표율로 따질 일이 아니다. 문재인이 1천만 표를 받았다고, 국민 4분의 1만 지지하는 반쪽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최대집은 정상적인 선거과정을 거쳐 의협회장에 선출되었다.


의사들은 이제 배수진을 쳤다.

최대집의 당선 자체가 뒤를 포기했다는 얘기다.

이제 투쟁만이 남았다.


문케어부터 시작할 것이다.

싸움은 시작되었다.

언론과 여론도 의사들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직감한 모양새다.


유의할 건 그 싸움 과정에,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이 걸려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의사들은 특수한 전문직이고.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욕먹기를 각오한 의사들은 북한처럼 벼랑 끝 전략을 취할지 모른다.

혹시 모를 그 혼란이 걱정된다.


나는 이런 방식에 결코 동의하지 않기에 그를 뽑지 않았다.

내가 투표한 가장 큰 이유도, 다른 누군가가 그를 이겨주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당선되었다.

당연히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의사들에게 불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사회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리라 본다.


하지만 그는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

나는 그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의 정당성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가 우리의 대표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의협회장직을 훌륭히 해내길 바란다.

비록 과격 노선을 천명했지만, 회장직의 책임감은 그를 무작정 돌진으로부터 막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우려와 함께 기대도 있다.

그의 존재가 오히려 비상약처럼 작용하여 의료와 사회 관계를 개선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기대.


정말 실낱같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 개선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디 최대집 의협회장이 주위의 우려를 이겨내고 믿음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한다.


그의 행보를 계속 지켜볼 작정이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으면서.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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