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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옐로우카드 받은 중국 - 美·EU "중국, 어떤 식으로도 러시아 지원 말라" - 2년 만에 中-EU 정상회의, 중국에 옐로우카드 - 중러외교장관 회의 열었지만 인민일보 축소 처리
  • 기사등록 2022-04-01 21:26:29
  • 수정 2022-04-02 06: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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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중국, 어떤 식으로도 러시아 지원 말라"]


우크라이나에 대해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 당하고 더불어 경제적 위기까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러시아에 대해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또다시 강력하게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은 30일(현지시간) 공동 발표문을 통해 “워싱턴D.C.에서 러시아와 관련한 첫 미·EU 고위급 대화를 개최했다”면서 "중국에 대러 제재를 우회 또는 훼손하지 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떤 형태의 지원도 제공하지 말 것을 계속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엔리케 모라 EEAS 사무차장이 대표로 참석했는데, 논의의 초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에 맞춰졌다.


양측은 “중국이 교전의 즉각적인 종식과 인도적 통로 설치, 추가 긴장 고조 위험 예방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양측은 또한 러시아를 미국·EU·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더욱 고립시키기 위한 추가 조치를 논의했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의 축소 노력도 점검했다.


[2년 만에 中-EU 정상회의, 중국에 옐로우카드]


미국 국무부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의 공동발표를 통한 중국 압박에 이어 4월 1일에는 2년만에 중국과 EU정상간 화상을 통한 회의를 가졌다.


이번 회담은 EU에선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참석했으며, 중국측에서는 리커창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과 각각 오전, 오후 화상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EU측은 “중국이 러시아를 돕지 않도록 중립을 확보하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라고 CNBC에 말했다. 그러면서 회담에서 EU와 중국 간 무역 분쟁 등이 거론될 수 있지만 “중점은 분명히 러시아에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EU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정상회담 개최의 당초 목표는 ‘작은 계획’을 발표하는 수준이었지만 ‘상황은 바뀌었다’”면서 “중국이 (서방의) 제재를 회피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서방 당국자들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사실 중국은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했을 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을 지지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이번 정상회담이 기획될 때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으나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관계 재정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터키와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 노력에 기여할 수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유럽의회 내에서 대중 관계를 담당하는 독일 출신 라인하르트 부티코퍼 의원도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이미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정치적으로 지지 의사를 보낸 바 있다”며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다루냐가 EU와 중국 간의 미래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십년간 지속된 유럽의 안보와 질서를 깨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EU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시 주석과 만나는 EU 지도자들이 중국 측에 이 점을 강력하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들어 EU와 중국의 관계가 최악이라 할 정도로 악화되어 있었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EU와의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 자리를 마련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건설적 논의보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한 설전과 함께 중국의 중립성과 관련된 우려들이 표출되면서 논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려대로 이번 중국과 EU간의 정상회담은 관계 개선 논의는 뒷전이었고,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국의 지원과 관련된 경고와 우려들만 가득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장한 중국, 중-러 외교장관 회담 열었지만...]


지금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서적으로는 러시아와 한 마음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럽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러시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간 디커플링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EU시장마저 중국이 잃는다면 곧바로 중국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사실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번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 회담이 30일 중국에서 열렸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 측의 러시아 지지나 전쟁 반대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또 러시아의 발표문에는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발표 내용이 담겼지만 중국 외교부 성명에는 담기지 않았다. 이는 중국이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란 미국 등 서방의 압박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프가니스탄 주변국 외교장관 회의를 명분으로 이 회의가 열리고 있는 안후이성에서 만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만나는 목적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핵심 발언 역시 서로가 어긋나는 평행선만 달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왕이 부장은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계속해서 협상하는 것을 지지하고 현 상황이 조속히 냉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러시아를 향해 평화회담을 통한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뒤 다른 중국, 큰소리를 치기는 하지만...]


중국의 진심은 대외적으로 공표되는 내용만 보고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게 중국 외교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국은 러시아 지원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경고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은 “중·러 관계가 국제적으로 변화무쌍한 시련 속에 올바른 진로를 유지하며 강인한 발전 추세를 보였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새 시대 중·러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앞서 중국 펑황(鳳凰) TV는 왕이 부장이 “새 시대 중·러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끊임없이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표현대로라면 중국은 당연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광범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또 무기 지원 차원까지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중국이 지금 취하고 있는 스탠스는 그러한 말의 성찬과는 완연하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 중러외교장관회담을 보도한 인민일보 31일자와 왕이부장과 스위스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를 보도한 30일자 인민일보 보도 비교


우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보도 태도가 눈에 들어온다. 인민일보는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별도 기사로 소개하지 않고, 같은 날(30일) 열린 중-파키스탄 외교장관 회담과 묶어 '왕이, 파키스탄·러시아 외교장관과 각각 회담'이라는 제목 아래 보도했다. 그것도 3면의 중앙 부분에 별로 크지도 않은 비중으로 보도를 한 것이다.


이는 바로 전날인 3월 30일자 인민일보에서 왕이부장이 스위스 총통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내용을 실은 기사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더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축소 처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회담 결과 발표문도 러시아와의 협력 및 관계 강화에 대한 원론적 언급은 있었지만 구체적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 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내용과 대 러시아 제재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역시 없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게 되면 중국 역시 러시아가 받고 있는 경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미국의 경고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1일 열게 되는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영상 정상회의를 고려해 EU측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중국이 EU와의 정상회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왕이부장과 라브로프 장관 사이에 공개하지 못할 세부 논의가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 손과 발이 다 묶여 있는 중국이 미국과 EU를 포함한 서방세계와 정면 도전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정보기관 수장도 중국에 충고]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이 현재로서는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제레미 플레밍 국장은 30일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대학 강연에서 한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플레밍 국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동맹관계가 결과적으로 중국의 국익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이 물자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를 쉽게 지원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레밍 국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동안 합법적인 태두리 내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특히 우방인 러시아가 국제법을 모두 무시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같은 진영인 중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거리두기 할 수밖에 없는 중국]


현실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러시아를 돕겠다고 나섰다간 중국 역시 기업 및 금융 기관이 제재 대상이 되어 러시아 꼴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EU와의 관계다. 중국이 만약 러시아를 지원하게 되면 EU와의 관계는 완전히 파탄난다. 중국은 그동안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중동아시아, 아프리카를 포함해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 일부 국가들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쳐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전체가 반러시아 기류로 뭉치면서 중국의 입지가 애매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를 지원했다간 중국은 EU와의 관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려가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월 초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 직전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양국 관계를 “바위처럼 단단하다”, “한계가 없다”고 표현하며 대내외에 우의를 과시했지만, 현실은 분명히 ‘한계가 명확하게 있다’는 점을 중국이 실감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서방세계의 옐로우카드가 묵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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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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