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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휴전회담 급진전, 그러나 ‘전쟁의 끝’ 보이지 않는다! - 젤렌스키, “평화협상 긍정신호…경계태세는 계속 - 美, "러시아가 평화 원한다는 징후 아직 없다" - 러시아, 마리우폴 장악후 남부벨트를 영토 삼으려 할 듯
  • 기사등록 2022-03-31 00:08:37
  • 수정 2022-03-31 0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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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탄불=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가운데) 터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러시아(왼쪽)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을 환영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러·우크라 평화협상 급진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평화협상이 급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서방세계는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약 4시간 동안 5차 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대한 안보가 보장된다면 러시아가 요구해온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러시아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평화협상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또한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협상 종료 직후 “‘신뢰 강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으로 참여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보좌관은 협상을 마친 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에 새로운 안보 보장 시스템을 제안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안보만 보장하면 중립국 지위 채택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새로운 안보 체제의 예시로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언급하며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면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안 중 하나였다.


협상단장을 맡은 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는 새 안보 보장 체제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처럼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나토 조약 5조가 나토의 설립 근거 조항인데,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강력한 안전보장이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중립국화를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휴전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은 아직도 남아 있다. 우선 이미 러시아가 실질 점유를 하고 있는 크름반도(크림반도) 처리 문제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름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15년간 크름반도의 지위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포돌랴크 보좌관은 SNS를 통해 “여기에는 어떤 경우에도 크름반도 문제를 군사적 수단이 아닌 정치적·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무력을 사용해 러시아로부터 크름반도를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현실을 반영한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두 번째 걸림돌은 돈바스지역 처리 문제다. 이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러시아는 크름반도(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이 주축이 돼 세운 크름 공화국을 이미 러시아 연방이 구성국 중 하나로 흡수하고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돈바스 지역의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지난달 21일 독립국으로 인정했으나, 아직 러시아 연방의 구성국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다.


그리고 남은 걸림돌은 러시아군이 사실상 대부분 장악한 마리우폴에서 과연 철수할 것인지의 문제와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 등의 문제도 남아 있다. 다시 말해 산 넘어 산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포돌랴크 보좌관은 “공은 러시아에 넘어갔고, 이제 러시아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양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안보 보장 체제와 중립국화를 연계한 러시아와의 합의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먼저 국민의 승인을 받은 후 우크라이나와 안보 보장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측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잘 정리된 입장을 전달받았다. 이 제안을 조만간 검토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다. 그리고 상응하는 우리의 답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언급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이미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비군사 동맹인 EU 가입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었는데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어 “양국 대통령의 회담은 양국 간 조약이 준비되는 대로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는 외무장관 간 조약 가조인과 동시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국이 참여하는 다자 정상회담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국 정상회담 개최는) 간단치 않은 문제”라면서 “조약에 대한 신속한 작업과 필요한 타협안 도출에 따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젤렌스키, “평화협상 긍정신호…경계태세는 계속”]


이러한 협상 진전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5차 협상 후 발표한 화상 연설에서 “협상에서 들려오는 신호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신호가 있다고 해서 폭발이나 러시아 공격이 없어지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를 파괴하기 위해 계속 싸우는 국가에서 온 대표단의 말을 신뢰할 근거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러시아가 군사 활동을 축소했다는 발표와 관련하여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용기와 효과적인 행동으로 적군이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인해 대부분 철수했으며, 더 이상 수도 키이우 반격을 하지 못할 상태가 되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력부대가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퇴각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휴전협상 진전을 이유로 군사적 공격을 줄이겠다고 한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허언(虛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러시아군은 군사적 공격을 줄이겠다고 말하면서도 동남부의 마리우폴에 대한 공격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면서 “경계 태세를 늦춰선 안 된다”고 주문했던 것이다.


[美, 러 군사활동 축소 발표에 “지켜볼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며 신뢰 구축 차원에서 군사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미국 정부는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오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 회원국 정상과 통화한 사실을 소개한 뒤 “그들의 제안을 지켜보자”면서 “그러나 그때까지는 강력한 제재를 이어갈 것이고, 우크라이나군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는 어떠한 신호도 감지하지 못했으며 (아직) 러시아가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는 즉각 공격을 멈추고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자신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또 다시 속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러시아의 말과 러시아의 행동이 있는데, 우리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둔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적은 수의 러시아군이 키이우(키예프)에서 이동했지만 이는 실제 철수가 아닌 재배치라고 본다”이라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 대규모 공격을 지켜볼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어 “키이우에 대한 위협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구도 크렘린궁의 발표에 속아서 우리를 바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면서 “퇴각한 군대는 일부에 불과하고 여전히 러시아는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약속,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휴전협상을 이어가는데 있어 러시아 푸틴의 말을 과연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국도 러시아의 약속 자체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서방세계들 역시 푸틴의 말보다 행동을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더터임스(The Times)는 29일(현지시간) “영국과 미국은 크렘린궁의 의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면서 “러시아군의 군사행동 감소 약속도 사실은 병역 재정비를 위해 일시적 철수에 불과하다”고 정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푸틴의 말보다 행동을 볼 것”이라며 “러시아가 정말 휴전을 원한다면 러시아군은 즉각 우크라이나에서 철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9일(현지시간) “휴전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끝날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 “서방의 관리들은 러시아의 말을 절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러시아는 지금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든 끝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러시아가 유럽국가에 대해 무기로 사용하는 에너지의 위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방법도 이젠 얼어붙은 동토가 아닌 정해진 도로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진격 작전에 러시아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고, 더불어 우크라이나 저항군에게 판판이 당할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전세를 역전할 기회가 갈수록 희박해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때문에 러시아는 내심 휴전협상이 빨리 진전되어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뺄 수 있기를 고대한다. 문제는 전쟁을 일으킨 푸틴의 자존심을 살리는 방안이다. 아무리 천하의 푸틴이라도 전쟁을 종료하면서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명분을 분명히 제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푸틴의 권좌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돈바스와 크름반도를 잇는 남부벨트를 러시아가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의 핵심 요충지가 바로 마리우폴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분단국가로 만드는 것만큼은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외치는 소리가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는 일단 마리우폴을 장악하고 남부벨트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또 그러한 주장을 펼치기 위해 마리우폴을 비롯한 동남부지역에 대한 공격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우크라이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러시아의 말보다 행동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초조해하는 쪽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젤렌스키와 푸틴, 둘 중에서 누가 더 초조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을까? 답은 푸틴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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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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