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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결국 꼬리 내린 중국 - 美 강력 경고에 러시아와 거리두기 시작한 중국 - 중국, 대 러시아 제재에 슬그머니 동참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촉구하는 중국
  • 기사등록 2022-03-13 14:03:10
  • 수정 2022-03-14 07: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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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거리두기 시작하는 중국]


우크라이나 사태가 3주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철저한 동맹급 밀착을 보였던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미묘한 분열이 일어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우선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정의하는 용어부터 슬그머니 바뀌었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가 주장하는 대로 '특별군사작전' 또는 '충돌' 등의 표현을 주로 써 왔으며, 또 이러한 기조를 중국 관영언론을 통해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 표현이 갑자기 바뀌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0일부터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장이브 르드리앙(Jean-Yves Le Drian) 프랑스 외교부 장관과 이날 화상 회담을 하면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전투와 전쟁이 멈추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화상회담 소식을 공지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는 왕이부장이 중국어로 '전쟁을 멈추다'라는 뜻인 '즈잔(止戰·지전)'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이라고 지칭했다.


중국이 그동안 전쟁이라는 용어 대신 러시아가 주장하는 대로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던 것은 중국의 외교방침 때문이었다. 즉, 전쟁이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이고, 국제법 위반 및 책임 문제로 귀책사유가 당연히 전쟁을 일으킨 쪽에 있게 되는데, 만약 중국이 이번 사태를 전쟁이라 규정하게 되면 그 모든 책임을 러시아에게 돌려야 한다. 그래서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우선적으로 지키기 위해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오지 않았었고 중국내부에도 그렇게 선전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외교부장 직책을 맡고 있는 왕이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성격에 대한 정의를 변경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 중국과 러시아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중국공산당의 외교노선이 변경되었음을 의미한다.


▲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했으며 이는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려는 신호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했으며 이는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려는 신호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중국이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하락이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환율통제를 완화하면서 사실상 러시아로부터 중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대 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하나?]


중국의 또 다른 변화는 중국이 러시아 항공사에 대한 항공기 부품 공급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고 명칭 변경을 한 바로 그날인 10일, 러시아 인타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항공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항공기정비보수(MRO) 콘퍼런스에서 발레리 쿠디노프(Valery Kudinov) 러시아 연방항공운송국 정비관리국장은 “러시아는 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도록 지시했다”며 “중국에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에서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파트너인 터키나 인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세계의 제재로 보잉과 에어버스가 이미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항공 부문 역시 부품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중국 정부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싼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항공사들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중국으로부터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3일 "러시아 여객기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부품 수급 문제뿐 아니라 지난달 26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항공사에 대한 여객기 임대 계약을 이달 28일까지 종료하고 부품 인도와 보수 계약, 항공기 보험까지 금지토록 하는 제재 조치를 발효하면서 항공기 임대 철회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 제재에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동참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러시아의 하늘길 자체가 완전히 폐쇄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현재 아에로플로트(Aeroflot)와 S7에어라인 등 러시아 항공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980대 가운데 777대가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임대한 여객기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가 이들 항공기를 사들이지 않는 한 항공기를 모두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이미 러시아의 국제통화금융체제(SWIFT)에서 배제된 상태라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번져가자 러시아 정부는 항공기 임대 비용을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로 지불하라고 지시했고, 임대가 취소되더라도 반환을 금지하도록 했다. 쿠디노프 국장은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에 등록된 항공기를 러시아에 재등록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이 그동안 서방세계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를 불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는데 정작 중국 역시 이러한 제재에 사실상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더 러시아 외교방침이 변경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국 중국이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를 하면서 서방세계의 러시아 경제제재 여파가 중국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


분명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중국이 그동안 큰소리 쳤던 대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리두기를 하는 쪽으로 급선회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외교변화는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대외적인 외교노선 자체를 수정했다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난 2월 28일,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태도 표명을 유보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제재와 관련해서는 러시아를 지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고 중국 베이징발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시진핑의 이러한 지시가 사실상 철회되었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분명히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며 결국 중국의 국익을 지키는 쪽으로 외교노선 변경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이 그동안 밀어왔던 대 러시아 정책에 급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의 강경한 대 중국 경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려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결국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에 대한 2차 제재 가능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미국의 러시아 수출 제한 조치를 무시하는 중국 기업에 ‘파괴적 조치’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를 콕 찍어서 명시했다.


이러한 미국의 강력 경고에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러시아와의 관계를 처리하면서 중국의 우려를 엄정하게 다뤄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권익을 해쳐선 안 된다"면서 "중국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사실 중국 내부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경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서방세계의 강력한 대 러시아 경제제재로부터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중국밖에 없고 또 중국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암시를 그동안 계속 피력해 왔었다. 그런데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게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을 제공하게 되면 중국 역시 러시아가 받고 있는 경제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문제는 만약 중국이 서방진영의 경제제재를 받게 되면 지금 러시아가 받고 있는 경제충격보다 그 강도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다는 점이다. 자칫 중국 경제가 초토화될 수도 있다. 이는 당장 시진핑 주석의 3연임에도 직격타를 날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미국이 직접 콕 찍어서 경고했던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만 하더라도 만약 미국이 직접 제재를 가하게 되면 사실상 공장 운영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러몬도 장관은 "SMIC와 같은 기업들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판매 중이라고 확인된다면, 미국은 SMIC에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해 이들의 사업을 중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몬도 장관의 경고대로 이루어진다면 중국은 사실상 반도체 산업을 접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이미 중국에 대해 각종 규제와 제재들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중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중국이 갑자기 꼬리를 내리면서 중국의 처지를 다시한번 돌아보게 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미국의 경고 이후 SMIC가 납짝 엎드리는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 길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촉구하는 중국]


이렇게 입장이 난처해진 중국이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중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1일 양회를 결산하는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이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이 난관을 극복하고 평화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는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고 대신 분쟁의 책임을 미국으로 지목했지만 이날 발언의 초점은 전쟁의 즉각적인 중단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리커창 총리가 전쟁 중단을 말했다는 것이 사실은 러시아에게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지금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힘겹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러시아의 전쟁 발발 때문에 중국의 위상 및 경제에 미치는 손상이 너무나도 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CIA의 윌리엄 번스(William Burns) 국장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면 속전속결로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러시아의 군사능력을 과대평가했고, 더불어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을 과대평가했으며 미국은 러시아의 군사능력을 과대평가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방어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번스 국장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보면서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의 군대가 저렇게 지리멸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더불어 서방진영의 제재가 저렇게 혹독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서방진영 사이의 중간지점에 위치하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중국의 외교적 태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더 이상 러시아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러시아의 푸틴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푸틴의 그 다음 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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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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