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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군 항명과 반전여론, 곤혹스러운 푸틴 - 러시아군 사기 저하, 전쟁 목적도 없고 보급도 안돼 반발 - 전쟁반대, 러시아 내부 ‘푸틴에 속았다!’ 확산 - 러시아 내부에서의 반전여론 확산, 푸틴 대응 주목
  • 기사등록 2022-03-03 21:35:27
  • 수정 2022-03-04 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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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된 러시아군 전쟁포기와 항명사태 잇달아]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을 또다시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 내부에서 항명사태가 잇달아 주목을 끌고 있다.


▲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사기가 저하된 일부 러시아군이 고의적으로 차량 기름 탱크에 구멍을 뚫었으며 탱크의 연료부족에 직면한 군인들은 대규모로 항복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사기가 저하된 일부 러시아군이 고의적으로 차량 기름 탱크에 구멍을 뚫었으며 탱크의 연료부족에 직면한 군인들은 대규모로 항복하기도 했다”면서 “일부 러시아 군부대는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방어 때문에 아예 맞서 싸우지도 않고 부대 전체가 항복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NYT는 이어 “다수의 러시아군은 어리고 전투 경험이 없는 병사들로, 이들이 현재 식량과 연료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사기가 저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의 장비 손실 중 다수는 우크라이나군이 파괴한 게 아니라 러시아군의 자발적 포기 또는 나포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러시아 군 당국이 병사들의 군기를 잡기 위해 신체를 학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WP는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많은 문제가 사기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면서 “징집병의 낮은 보수와 계약직 군인과의 불평등 문제가 부대 내 결속력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다시말해 “러시아군의 70%인 계약직 군인은 3년간 복무하며 매달 1천100달러(약 133만원)를 급여로 받는데, 징집병들은 4개월간의 기초훈련만 받고 1년간 복역하며 보수로 매달 25달러(약 3만원) 이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연료와 탄약, 식량 운송을 다루는 군수·수송 부대에는 징집병이 다수”라는 점이다. 결국 “이들의 사기 저하는 전방 부대가 무력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WP는 “기동부대와 정예 공수부대 역시 병력의 3분의 1가량은 징집병이어서 사기 저하에서 예외일 수 없다”면서 “정부가 전쟁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한다면 이런 간극을 좁힐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푸틴 대통령은 병사들을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렘린궁은 '전쟁'이란 용어 대신 '특별작전'을 언급하며, 승리에 필요한 대가와 희생의 중요성을 감추려 했으며, 크렘린궁은 또 징집병이 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하며 그들의 희생을 지우려 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이 이렇게 징집병들의 우크라이나 파견을 숨기는 것은 러시아 대통령령에 징집병들은 러시아 국경밖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들도 러시아 병사들이 전투를 꺼린다는 정황은 SNS를 통해 다수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길을 잃고 굶주린 러시아 군인들이 약탈을 일삼거나 음식을 구걸하고 심지어 탱크와 트럭을 버리고 달아나는 동영상이 돈다.


▲ 마트에서 물건을 약탈하는 러시아군. [사진=트위터]


실제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지역 내 마트와 동네 슈퍼 등을 약탈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2일 트위터 계정 'Liveuamap' 등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전하는 SNS에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약탈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이 영상을 보면 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이 복면을 쓴 채 마트 안을 오가며 진열된 상품을 주워 담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들은 먹거리는 물론, 옷가지까지 챙겼다.


우크라이나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인 콘스탄틴 말롤레카는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굶주려 있다"며 "그들이 슈퍼마켓에 들어가 고기 통조림, 보드카, 담배를 훔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군은 가게에서 바로 식사를 했다"며 "최근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 않은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기름과 식량 보급이 끊겨 사기가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포로로 잡힌 러시아군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사기가 떨어져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외신들은 “포로로 잡힌 군인들은 전쟁의 목적에 혼란스러움을 나타냈고, '훈련'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항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장갑차 수백 대가 버려지거나 우크라이나군에 나포됐고, 심지어 현지 농민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간)에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유엔 우크라이나대사가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병사는 안부를 묻는 어머니에게 “저는 훈련에 참여 중인 게 아니라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 우크라이나에 있어요. 우크라이나인이 우리를 환영해줄 거라고 들었지만 그들은 우리 장갑차 아래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그는 "그들은 우리를 파시스트라 불러요. 너무 힘들어요"라면서 “우리는 심지어 민간인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어요”라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현지의 러시아군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보회사 섀도브레이크(ShadowBreak)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 내에서 오간 무선 통신 도청본을 입수했다. 도청된 녹음 파일은 총 24시간 분량이며, 텔레그래프를 통해 이 중 일부인 3개의 파일만 공개됐다.


첫 번째 파일에는 “사령부의 마을 포격 지시에 불복하는 러시아 병사의 음성이 담겨 있었는데, 병사의 불복 뒤 긴장된 대화가 이어졌고, 결국 지휘관은 짜증을 내며 민간인이 대피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두번째 파일에는 전투 중에 병사가 울먹이는 소리가 담겼으며, 마지막 파일에는 보급품과 연료를 요구하던 병사가 러시아어로 욕설을 내뱉는 게 녹음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특히 이 파일에서 해당 병사가 “여기 온지 지금 사흘째야! 대체 언제 준비가 되는 거냐고!”라고 소리를 지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섀도브레이크의 새무얼 카딜로 대표는 “녹음 파일 전체를 들어보면, 러시아군은 현재 완전한 혼란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현재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명한 것은 러시아군의 사기가 저하돼 있다는 점”이라며 “서로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총을 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텔레그래프를 통해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러시아군의 혼란상뿐 아니라 민간인 거주지 포격을 군 지휘부 차원에서 지시한 ‘전쟁 범죄의 증거’를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전쟁반대, 러시아 내부 ‘푸틴에 속았다!’ 확산]


이렇게 우크라이나에 차출된 군사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우리도 푸틴에게 속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NYT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상원의원 뱌체슬라프 마르케프와 하원 격인 두마의 미하일 마트베예프, 올레그 스몰린 등 세 명이 푸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 기득권 내에서 드문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이들 세 의원은 모두 러시아공산당 소속으로 명목상 집권 러시아통합당에 반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요문제에 대해선 결을 같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마르케프 상원의원은 지난 2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계획에 대해 알지 못했고, 러시아 군대가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될 것이라는 정부 법령을 믿었다”고 덧붙였다.


스몰린 두마 의원도 러시아의 SNS인 '브콘탁테'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을 때 충격받았다”면서 강한 전쟁 반대 의지를 밝혔다.


또다른 두마 의원이자 공산당 부대표인 마트베예프도 자신의 트위터와 텔레그램에 “나는 평화에 투표했지, 전쟁에 투표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들 세 사람의 글은 곧 삭제되었는데 이에 대해 이들은 “마음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위협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들뿐 아니라 러시아의 억만장자인 미하일 프리드먼과 올레그 데리파스카 같은 재벌들도 "전쟁을 멈춰야 한다"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한 반발을 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가장 큰 민간은행인 알파은행과 투자기업 레터원을 경영하고 있는 프리드먼은 전쟁 발발 이후 직원들에게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은 모두에게 비극이다’면서 전쟁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들의 반전 주장이 주목을 끄는 것은 푸틴의 측근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데리파스카는 푸틴 측근이라는 이유 때문에 2018년 4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반전 목소리를 내는 것은 돈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 제재가 지속되면 러시아의 경제인들은 추락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러시아의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반 푸틴 전선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푸틴과 친분이 두터운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딸 소피아 아브라모비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푸틴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원한다"며 "크렘린궁이 벌이는 선전의 가장 성공적인 거짓말은 '대부분의 러시아인이 푸틴을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푸틴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2월 25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크렘린궁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의 딸 옐리자베타가 인스타그램에 검은 배경을 설정하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고, 또한 러시아의 초대 대통령이자 푸틴을 발탁한 보리스 옐친의 딸 타티아나 유마셰바도 전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러시아 국영 채널1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이반 우르간트도 인스타그램에 "전쟁은 안 된다"고 남기고 프로그램에서 하차됐으며, 러시아 최고 조연배우인 리야 아크헤드자코바도 우크라이나군에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후원했다고 인스타그램에 밝힌 이후 그의 계정은 사라졌다.


또한 러시아 초대 외교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도 트위터를 통해 “친애하는 러시아 외교관 여러분, 당신들은 전문가이지 값싼 선전가가 아니다. 나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모든 러시아 외교관들이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모스크바의 한 지방의회는 푸틴 대통령에게 철군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푸틴의 독재가 공고화된 러시아에서 전·현직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반기(反旗)를 들 정도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내부 여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의미다.


[反푸틴 안방여론에 시선집중]


지금 러시아에서는 반전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체포를 무릅쓰고 시위에 나서고 있으나 러시아 언론들은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시위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 해외에 체류중인 러시아인들도 자국 여권을 불태우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는 반전 여론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서방세계의 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발하면서 러시아인들에게 닥치는 사회·경제적 여파로 인해 반 푸틴 여론이 대대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뷰티살롱 체인을 소유한 라랴 사디코바는 "푸틴이 위대하다고 소리치던 사람들도 이제는 전만큼 크게 외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급격한 가격 변동과 공급업체들의 운송 중단 등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대형 전자 소매업체 DNS의 드미트리 알렉세예프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에서 “공급망 문제로 가격을 30% 인상한다”면서 "러시아가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러시아 내부와 외부의 푸틴에 대한 강력한 반발에 푸틴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푸틴은 전 세계의 반전 여론에는 눈도 주지 않을 것이지만 러시아 내부의 목소리에는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연 푸틴은 이들의 목소리를 제압하며 버틸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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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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