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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04 22: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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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31일 중국 장쑤위성TV 송년특집에 방영된 VR기술로 재현된 덩리쥔(등려군)의 모습. 영상출처: 장쑤위성TV 유튜브 캡쳐


대만의 전설적 가수 덩리쥔(등려군 鄧麗君, 1953~1995)이 중국 장쑤위성TV 화면에 가상인간으로 등장해 대만인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있다.


국내에서도 영화 첨밀밀(甜蜜蜜)의 동명 OST,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등으로 널리 알려진 덩리쥔은 지난 12월 31일 송년특집 무대에서 가상현실 기술로 재현돼 중국 가수 저우션과 함께 소성고사(小城故事) 등 3곡을 듀엣으로 불렀다.


영상을 보면 덩리쥔의 얼굴은 전성기 면모를 실제처럼 구현했으나 노래와 입 모양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등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이벤트는 중국에 가상인간 열풍이 불면서 한 업체에서 기술홍보를 위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첨단기술 덕분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를 보게 됐다", "아름다운 덩리쥔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장국영의 무대를 다시 보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라며 기쁜 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와 정반대였다. 이들은 ‘가상 인간’으로 되살아난 덩리쥔을 반기면서도 중국의 기술로 부활한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현지 반응을 전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만 네티즌들은 "중국이 덩리쥔을 무대에 강제로 세웠다", "고인에 대한 무례한 행동을 저질렀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대만 네티즌들의 이런 반응은 단지 악화된 양안 관계(대만과 중국 사이의 관계) 탓만은 아니다. 덩리쥔이 생전 공개적으로 국민당의 중국 수복을 바란다고 말했을 만큼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기 때문.


대만 국민혁명군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14세에 가수로 데뷔한 덩리쥔은 중국과 대치가 한창이던 금문도에도 군 위문 공연을 다녔으며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해 중국 공연 가능성이 생겼을 때는 "내가 중국에서 공연한다면 바로 삼민주의가 대륙에서 실행되는 그 날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만이 중국 본토를 수복하면 그때 공연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중국 당국은 덩리쥔의 앨범을 오염된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으로 낙인찍어 발매 금지했다. 그럼에도 앨범 복사 테이프는 암암리에 중국 전역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덩리쥔의 노래는 중국 개혁개방 운동이 시작되고서 금지가 풀렸지만, 덩리쥔은 1989년 톈안먼 사건이 발발하자 중국 민주화 지원 콘서트에 참석하는 등 반공 노선을 걸었고, 1995년 5월 천식 발작으로 숨지기 전까지 한 번도 중국에서 공연하지 않았다.


이런 덩리쥔의 생전 행보를 알고 있는 대만인들 입장에서, 어느 때보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송년특집방송에 덩리쥔을 출연시킨 중국 방송이 맘에 들리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새해에도 중국과 대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양안 동포의 공통된 염원"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안된다"고 경고하는 등 순탄치 않은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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