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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외교적 대참사", 기로에 선 한미동맹 -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로 미국과 정면충돌한 한국 - 靑외교안보팀과 외교부,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듯 - 美, 새로운 경제틀 구상에서 한국 제외. 외교적 갈등 이미 시작
  • 기사등록 2021-12-15 20:48:39
  • 수정 2021-12-16 08: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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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로 미국과 정면충돌한 한국]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국과 미국간 외교가 정면 충돌했기 때문이다.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에)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 없다”면서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 대통령의 이 발언 직후 미국 국무부가 문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참가 권유를 받은 적이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분명히 동맹들에게 우리의 결정을 알리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잘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보이콧) 결정은 중국의 인권 유린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자행되고 있는 잔학한 행위에 따른 것”이라며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협의한 것은 물론 미국의 최종 보이콧 결정도 미리 알렸다”는 고 반박한 것이다.


포터 부대변인은 이어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불참 결정에 대해선 “한국 스스로가 내릴 결정”이라면서 ‘주권적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재차 중국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외교적 보이콧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사실 동맹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가 이렇게 정면으로 치받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 불쾌한 감정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우회해 표현하거나 비공개로 외교라인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호주에서 문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공식 대응을 했다. 그것도 “우리는 한국 정부에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했고 의견도 들었으며 더불어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는 식으로 여과없이 불쾌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로부터도 (보이콧에) 참가하라는 권유를 받은 바 없다”고 말한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어떤 자리에서 발언을 하기 전에 비서실로부터 말씀자료를 받는다. 특히 해외 순방과 관련될 경우는 사전에 관련국에 대한 사전 학습자료와 함께 말씀자료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학습하도록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그 자료를 충분히 인지한 후 발언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관련 권유를 받은 바 없다”고 발언했다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다. 하나는 미 국무부로부터 한국 외교부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권유도 했지만 외교팀이 청와대 외교안보비서관실에 충분히 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보고를 했는데도 외교안보수석실에서 대통령에게 그러한 내용을 재대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의 경우는 비서진에서 대통령에게 충분히 보고는 했지만 대통령이 기자회견 발언을 하면서 다르게 설명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당일 기자회견 당시 대통령은 비서진이 준비한 말씀자료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비서진에서 대통령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더 크다.


그런데 미 국무부의 반박 성명이 나온 후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비서진이 대통령에게 미국측 반응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 국무부 성명 이후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기 전에 한국에 미리 알려온 것은 맞는다”며 “미국의 결정을 설명하는 취지였지 한국에게 보이콧을 권유하거나 압박하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했다. 외교부도 “미국으로부터 보이콧에 대한 공식 참여 요청이 없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결국 미국측의 설명과 권유를 한국의 외교부나 청와대 외교팀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나름대로 해석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통한 종전선언 해결이라든지 일단 중국을 방문하는 것에 워낙 비중을 두고 있다보니 그렇게 편향된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아직까지도 베이징 올림픽에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데서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관련한 한미간 이견은 외교적 대참사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친미성향의 외교관들을 전면 배제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베이징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외교적으로 발언할 수도 있었다. 특히 대통령의 발언은 최종적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해 왔던 대로 시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NCND 식 발언, 곧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단호한 발언은 미국으로 하여금 다시한번 “한국이 과연 동맹국이 맞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한미동맹 위기로 번질까?]


이 시점에 염려스러운 것은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관련 발언은 한미동맹에도 상당한 갈등 요소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종전선언 문제로 한미간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고, 전시작전권 문제로도 기싸움을 벌였던 터라 이번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관련 문제는 틀어진 한미동맹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미국과 결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종전선언 추진을 위해 미중 어느 한쪽편에 서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줄타기 외교가 올림픽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 시점이 미중간의 패권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고, 지난 10일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통해 반중 블록 형성을 강력하게 추동하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한국이 미국의 편이 아닌 중국 편에 서기로 작정했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더더욱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순전히 정치적 행위라서 동맹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 좋다. 물론 한국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연해 있고 또한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 직전까지 결정하지 않고 있다가 장관급 정도로 대체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선을 그었다는 것은 동맹으로서의 한국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올림픽 한 가족다운 풍모”라는 ‘칭찬’까지 받았지만 그러한 중국의 칭찬이 미국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정치적 보이콧을 했음에도 한국 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고 대뜸 중국의 편을 들었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이 내년 초에 아시아 국가들과 공급망, 수출 규제, 인공지능(AI) 기준에 관한 협력에 주력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 협정을 추진하는데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경제적 틀을 새로 출범시키는 이 자리에 한국을 패싱했다.


아시아 주요 경제 대국이자 미국의 전통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이러한 구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은 지금 미국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미 상무부가 구상중인 새로운 경제틀에는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되는데 유독 한국만 제외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새로운 경제틀이 반도체와 같은 중대 상품에 대한 공급망에 대해 더욱 주력할 방침이어서 더욱 주목되는데 우리 정부는 왜 한국이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경제틀 구상에서 빠졌는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한미동맹이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을 군사훈련에서 그대로 증명해 준다. 일본 자위대는 수시로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것도 모자라 자위대 장비와 병력을 미국 본토로 보내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내에서는 실탄사격 훈련에 대한 민원 때문에 훈련에 제약이 많자 미 본토에 병력과 장비를 보내 실전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태다. 겨우 하는 것이 대대급 이하 소규모 연합훈련이다.


이렇게 한미동맹이 미국의 짝사랑식 관계로 진전되다 보니 한미간의 동맹이라는 거창한 허울은 존재하지만 실속은 없는 껍데기 동맹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 호주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13일 오전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번 호주 방문에서도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호주 방문이 중국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질문에 "오늘 호주 방문은 중국의 입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단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탄소중립 기술 협력 확대, 자주포 획득 사업 등 방산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애써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해명성 발언도 했다. 미국과 함께 ‘반(反)중국 전선’의 최일선에 서 있는 호주의 총리 앞에서 이러한 발언은 사실 하지 않아도 될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14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안정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 영역에서의 국제법 준수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 중 하나인 남중국해 문제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대중 외교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문대통령 앞에서 피터 더턴 호주 국방장관은 13일 “다른 나라의 굴종을 강압하는 나라에 맞설 것이고, 언제나 옳음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호주는 미국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최근 대만을 압박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해 직설적 발언을 한 것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13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 관계)와 관련해 “양안관계에 있어서 호주의 입장을 말씀드리면,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중국이 상황을) 오판한다면 한국도 중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역내에 깊이 관여하는 국가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호주 총리의 발언이 호주 기자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를 상정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마도 호주 총리가 원하는 바를 기자들 앞에서 문대통령 더러 들으라는 듯이 토로한 말일 수도 있다. 어찌보면 미국과 같은 파이브아이스 국가이면서 오커스 동맹인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바를 호주 총리가 설파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래저래 문 대통령의 호주 순방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할 것이다. 물론 한미동맹이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한국을 패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경제 문제의 경우는 기업 총수들과 직접 해결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내년 3월 9일의 대통령선거 이후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입장에서 하루하루가 정말로 중요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인데 삐끗한 한미동맹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한미동맹에 더 이상 금이 가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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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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