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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의 전격적인 대북제재가 의미하는 것 - 美, 北 반인권 행위 관련 대북제재 단행, 바이든 정부 들어 처음 - 북한이 계속 대화 불응시 압박책 병행 경고 메시지 - 北 고강도 도발시 美와 정면충돌 우려
  • 기사등록 2021-12-14 13:27:05
  • 수정 2021-12-14 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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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북 제재 꺼낸 바이든]


북한 비핵화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첫 번째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 조 바이든 행정부는 10일(현지 시각) 반인권 행위를 이유로 북한 등에 경제 제재 결정을 내렸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국제 인권의 날인 이날 북한, 중국, 미얀마 등의 단체 10곳과 개인 15명을 반인권 행위 관련 경제 제재 목록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우리의 조치는 국가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에 대항하는 전 세계 민주주의가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가 이날 북한의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을 이유로 북한 중앙검찰소와 사회안전상(경찰청장 격) 출신 리영길 국방상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이다.


제재 대상에 오른 리영길은 북한군 총참모장 출신으로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강제수용소 운영을 책임지는 사회안전상을 지냈고 지금은 국방상을 맡고 있다.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가 가해진다.


미 재무부가 이들을 제재한 이유는 “북한 주민들은 강제 노동과 지속적인 감시,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는데, 중앙검찰소와 북한의 사법체계는 불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주민들을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중앙검찰소와 리영길 국방상은 지난 3월 유럽연합에서도 인권 유린을 이유로 제재 조치를 받았다.


또한 지난 2015년 북한 여행 중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 또한 언급하며 “외국인들도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체계의 피해자가 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불법 취업 알선 업체인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 등의 북한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이 운용하는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는 북한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을 중국에 불법 취업시켰다는 이유로 이들과 관련한 중국 업체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러시아 대학인 유러피안인스티튜트주스토는 수백명의 북한 대학생들에게 러시아 건설 노동자 비자를 내준 혐의로 역시 제재 결정을 받았다.


미 재무부는 이와 함께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 유린과 연관된 일부 단체 및 간부, 지난 2월 대량살상을 동반한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폭정을 펴고 있는 미얀마 군부 등에도 제재 방침을 내렸다.


[미국은 왜 대북제재에 나섰을까?]


그렇다면 미국은 종전선언 논의가 한창인 이 시기에 왜 갑자기 전격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서게 되었을까?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지난 9월 여행금지 1년 연장, 11월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명단 유지 등을 발표했지만 이전 정부의 조처를 연장하는 수준이어서 특별한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새로운 제재 대상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압박책을 꺼내들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3개월여 만인 지난 4월 말 새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하고 북한과 대화 재개에 나섰지만 북한은 이에 전혀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협상장에 나오면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先 제재 해제후 협상 방안 등 유화적 조처를 할 순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시험을 했을 때도 새 제재 부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었는데 이번에 대북제재를 새롭게 부과하게 된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적으로 북한이 계속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권 등을 고리로 압박책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인권을 우리 외교 정책의 중심에 놓기로 결정했다"며 "반 인권 행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제재를 내놓은 시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독재가 자유의 불길을 결코 꺼뜨릴 수 없다”고 강조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과 동시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그동안 미국의 표적이 돼왔던 중국 미얀마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대북 관여(engagement) 정책에 초점을 맞췄던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북한을 마냥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미 재무부가 제재 리스트에 올린 10개 단체 중 6곳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한 그동안 대북제재 역사를 볼 때,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제재는 2016년 7월 시작되었는데 당시 미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국가원수로는 처음 인권 탄압을 이유로 제재했고, 지도부 15명과 국무위원회, 조직지도부 등 핵심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었다. 그 후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북 인권 제재를 단행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라 180일마다 대북 인권보고서를 내고 인권 탄압 책임자를 제재 명단에 올리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북간 대화가 본격화되자 2018년 10월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등 3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릴 때까지 추가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기존의 대북제재를 연장하는 선에서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만 시행해 왔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기점(起點)으로 ‘독재 정치’와의 정면 대결로 외교정책의 방향을 굳힌 만큼 더 이상 북한에 대해 ‘로키(low key)’ 대응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석은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부터 철회를 요구해 왔던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조항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기관들까지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는 점에서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지금 북한을 향한 미국의 의지가 어떠한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미국의 이러한 대북제재는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는 중국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세컨더리보이콧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해 주목된다.


이와 함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유감을 표명했던 웜비어 사건까지 다시 꺼내들면서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을 제재한 것 역시 북한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다른 분석으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NK뉴스는 “미국이 새롭게 내놓은 대북제재 조치가 북한을 자극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 실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자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종전선언 자체에 대해 미국 정부는 관심이 별로 없으며 종전선언을 통한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에도 별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결국 이번 미국의 대북제재 시행은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일단 북한은 미국의 제재 발표 후 이틀이 지난 13일 오후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인권 비판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전례로 볼 때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은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지난 11월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의 산물로 전면 배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인권 관련 제재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조치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북한으로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반발하기도 그렇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수도 있다. 사실 지금의 북한 형편상 기댈 수 있는 곳은 중국도 아닌 미국밖에 없다.


결국은 미국과 대화를 해야 지금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미국이 인권 관련 대북제재를 시행했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반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 계산할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과의 판을 완전히 깨뜨리기보다는 저강도 반발에 그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북한은 10일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기존 작전계획(작계)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외무성 등의 공식 기관의 성명이 아닌 대외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를 통해 노출하면서 사실상 수위 조절을 한 바 있다.


이 매체는 11일, "얼마 전 미국과 남조선군부는 제5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라는 데서 당치 않은 그 누구의 위협 타령을 늘어놓으면서 종래의 북침 작전계획들을 보다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반공화국 적대 의사가 없다는 미국의 공식 입장 그리고 평화에 대해 읊조리는 남조선의 역설이 한갖 위선이라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이날 '무분별한 북침 전쟁계획 수정 보충 놀음' 제목의 시론을 통해 작계 최신화 결정에 비난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포함한 격한 반응을 보인다면 미국과 북한간 분위기는 정면 충돌 양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북한이 또다른 도발까지 한다면 북한을 향한 미국의 정책은 전략무기까지 동원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반면 북한이 저강도 반응을 보이게 된다면 이는 아직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수용해 준다면 종전선언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북한의 김정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의 입으로 주장해 왔던 상당한 논리들을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략난감’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말해 지금 북한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와 있지만 그렇다고 스스로 비핵화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또다른 조건을 내세워 미국과 대화하기도 어려운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험난한 국면이 지금 김정은 앞에 펼쳐져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 닥치다보니 한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종전선언 역시 일단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


[북한 도발 예의주시하는 미국]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또다시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고 보고 전면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12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는 11일 서해상에서 장시간 비행 임무를 수행했는데, 아마도 북한의 미사일 기지 동향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B-52H 스트라토포트니스(Stratofortness) 폭격기 한 대가 동해에 진입했다.


같은 날 오후에도 북한 전역의 미사일 발사 신호를 수집할 수 있는 리벳조인트(RC-135W) 정찰기가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전진 배치됐다.


또한 11일에는 미 본토 텍사스주 포트워시(Fort Worthy) 해군합동 예비기지에 주둔하는 제112전투비행대도 일본에 추가 배치되었다. 이 비행대는 미군의 예비비행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이 북한의 무력시위 재개 가능성을 주시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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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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