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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만에 뺨 맞고, 리투아니아에 걷어차인 중국 - 리투아니아에 18년만에 ‘유럽 외교거점’ 만든 대만 - 반발하는 중국, 리투아니아의 외교관계 격하 - 중국의 우려, 대만과의 대표부 설치, 계속 확산 가능성
  • 기사등록 2021-11-23 13:23:25
  • 수정 2021-11-23 15: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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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은 리투아니아에 대만대표부를 공식으로 설립하고 업무에 들어갔다,.[사진=대만 외교부]


[리투아니아에 18년만에 ‘유럽 외교거점’ 만든 대만]


대만이 드디어 유럽에 진출거점을 마련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대만이 발트해 연안 국가인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사실상 대사관 격인 ‘주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가 문을 열고, 대만과 유럽연합(EU) 회원국 사이에 교류를 확대할 준비가 됐다”며 “리투아니아 정부와 우리를 지지해준 다른 국가들에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날 대만의 공관 개설 및 업무 시작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동안 중국의 압력에 의해 써오던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 대신 ‘대만’(Taiwan)이라는 명칭을 공식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만이 유럽에 해외 사무소를 신설한 것은 2003년 벨기에 브뤼셀에 ‘주 EU 및 벨기에 타이베이 대표처’를 설치한 후 18년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대만 외교부는 “이번 리투아니아에 대만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공관을 개설한 것은 아주 의미가 있다”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발하는 중국, 리투아니아의 외교관계 격하]


리투아니아의 대만 대표처 개설에 대해 중국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양도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한 부분”이라며 “리투아니아 측에 잘못된 결정을 즉각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부는 “리투아니아 정부는 중국 측의 강력한 반대와 거듭된 만류를 무시하고 소위 ‘대만대표부’ 설치를 승인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 극히 터무니없는 행위에 강력한 항의와 확고한 반대를 표명하며 이후 벌어질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리투아니아 측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와 함께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현재 대사급에서 대표처급으로 낮추기로 했다. 리투아니아가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사관 격인 ‘대만 대표처’를 허용한 데 대한 외교 보복을 가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리투아니아가 “양자 관계를 외면한, 국제적으로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중국의 주권과 국제관계 기본준칙을 지키기 위해서 외교 관계를 격하한다”고 했다.


대표처급은 대사나 영사가 존재하지 않는 가장 낮은 등급의 외교 관계로, 그 아래 단계는 ‘단교’다.


중국은 앞서 지난 8월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베이징에 있는 리투아니아 대사에게도 떠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중국은 이미 베이징에 있는 리투아니아 대사를 추방하고, 양국을 오가는 화물 열차 운행을 잠정 중단하는 등 외교적·경제 보복에 나섰다.


[대만을 향해서도 경고 날린 중국]


리투아니아에 대해 외교관계를 격하한 중국은 대만을 향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나라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외세의 지원을 받아 지위를 강화하고 정치적 농간을 부리는 건 결국 죽음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로서 외교적 승인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대만이 다른 나라와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을 지속해서 반대해 왔지만 대만과 리투아니아의 관계 증진이 도미노 현상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리투아니아에 대해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고, 더불어 대만에도 더 이상의 외교관계 확대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경고와 함께 위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의 대표부 설치, 계속 확산될까?]


특히 중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현재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나라는 15개국에 그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과 사실상 대사관 역할을 하는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는 비공식적 외교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리투아니아의 대표처 개설이 전환점이 되어 발트해와 중부 유럽 일부 국가들까지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이 중국의 과잉 대응을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발트해 연안 국가들인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는 중국과의 경제 교류 자체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과의 대표부 설치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지난 달에는 대만 정부 대표단이 이번에 대표처를 신설한 리투아니아를 비롯해 슬로바키아와 체코를 방문해 중국이 반발하기도 했다. 그 말은 이들 나라 역시 대표처 개설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도미노처럼 대만과의 대표처 신설이 퍼지게 된다면 결국 이러한 움직임들이 대만의 국제사회 등장을 촉발시킬 수 있고 외교관계 격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만의 국제사회 등장은 오는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가 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측면에서 대만을 적극 지원하는 미국]


이미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의 ㅏ를 확정시킨 미국은 22일 미국과 대만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더욱 긴밀한 양국 관계 구축을 위한 '제2차 경제번영 동반자 대화'(EPPD)를 화상으로 열었다.


이번 경제회담이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대만을 중심에 두고 리투아니아 문제도 불거지고 더불어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 상황이 더욱 격해지는 가운데 열렸기 때문이다.


미국측에서 호세 퍼낸데즈 국무부 경제차관(경제성장·에너지·환경 차관)이, 대만측에서 왕메이화 경제부장관과 우정중 과학기술부장관이 참여하는 이날 회담은 "글로벌 공급망과 5G 네트워크, 사이버 안보, 과학기술 등 광범위한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었다"고 대만 외교부는 설명했다.


미국은 이와는 별개로 대만의 국제사회 진입을 위한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1 대만 차별금지법'(Taiwan Non-Discrimination Act of 2021)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은 대만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법안을 제출한 앤서니 곤잘레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오하이오)과 앨 그린 미국 연방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지난 19일 "대만의 외환보유고가 4720억 달러(약 561조6800억원)를 넘어서 세계 21위의 경제 규모"라면서 "대만이 IMF 가입을 통해 경제 모니터링과 IMF의 자원에 기여하고 빈곤에서 벗어난 성공적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만이 국제 기구에 참여해, 점차 커지고 있는 중국 권위주의 정부의 위협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재발의하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만뿐 아니라 대만과의 관계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리투아니아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미국의 상하원,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리투아니아의 민주주의를 향한 중국과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격려한다”면서 “리투아니아의 반중 외교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임스 리시(James Risch) 의원은 결의안을 통해 “우리의 친구들(대만과 리투아니아)이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 미국은 그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소위원회의 진샤힌(Jeanne Shaheen, 민주당) 위원장도 “미국은 중국의 강압에 맞서 싸우는 리투아니아와 연대할 것”이라면서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밋 롬니(Mitt Romney) 상원 의원도 "대만으로의 무기 이전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군수 판매에 관한 기존 법률을 업데이트할 것“이라면서 ”이 법안은 대만의 방위능력 제고를 위한 미국의 지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또한 “대만에 있는 미군 숫자를 조용히 늘리고 있다”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미국은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대만과 리투아니아를 지원하면서 반 중국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조치에 중국은 반발하지만...]


미국과 대만간의 경제대화에 대해 중국은 22일 관영 매체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속을 어겼다”면서 강력히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과 대만의 2차 경제대화 개최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약속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면서 "이는 '대만 섬' 분리세력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 관리와 전문가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정 중국사회과학원 미국학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이번 경제대화는 미국과 대만 사이의 비정부 교류가 아닌 공식 접촉"이라면서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미국 측 약속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류펑위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도 "미국은 대만과 모든 형태의 공식 교류와 접촉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미중관계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미국과 대만간 경제교류 전날인 21일, 중국 인민해방군의 Y-8 대잠기 1대, J-11 전투기 2대, J-16 전투기 2대를 대만 남서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켜 불쾌감을 행동으로 표시했다.


또한 중국의 저장성 해사국은 2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중국해 해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이 예정돼 있다며 4개 해역을 특정해 해당 해역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중국, 결국 리투아니아에 걷어차인 셈]


중국은 리투아니아를 너무 우습게 봤다. 유럽의 작은 나라 정도로만 취급했고 별다른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런 리투아니아에게 중국은 제대로 걷어 차인 셈이 됐다.


리투아니아는 지난 5월 중국과 중·동부 유럽 국가 간의 ‘17+1 협력체’에 대해 “분열적”이라고 평가하며 탈퇴를 선언했고, 리투아니아로 말미암아 EU사회 전체가 반 중국 흐름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체코와 슬로바키아 역시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정도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리투아니아는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와 더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정면 대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외교적 조치외에는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보복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아예 이를 무시해 버렸다.


문제는 리투이니아가 중국에 의해 보복을 당하자 이젠 EU까지 들고 일어섰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과 리투아니아와의 갈등이 향후 중국과 유럽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지난 4일 유럽연합(EU) 의회 대표단이 중국더러 보라는 듯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만났다. 그리 안해도 신장 위구르 지역과 홍콩 인권 문제, 코로나19 대유행 기원설 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리투아니아가 과감하게 물꼬를 틈으로써 유럽사회의 반 중국 흐름이 이젠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러한 유럽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난 4일 대만을 방문한 라파엘 글루크스만 EU 의원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한 말이다.


“우리는 매우 간단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유럽이 당신과 함께 한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동맹관계 구축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리투아니아의 유럽사회를 뒤흔든 날갯짓이 이젠 폭풍이 되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리투아니아의 이러한 성과는 결국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빚어낸 힘이라 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리투아니아의 이러한 움직임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인터넷판인 환구망은 “파리 때려잡듯 리투아니아 당국을 응징할 것”이라는 결기를 보였지만 그러한 중국의 도발적 외교가 지금의 중국 처지를 만들었음을 오히려 중국 당국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갈수록 국제사회에서 외면받는 나라로 전락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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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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