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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번' 희생자 저지 신부 추모… 뉴욕 거리에 새겨진 살신성인 - 참사 현장 급파돼 사목 활동 중 순직한 영웅 기려 - 세계무역센터 향했던 7번가 따라 4.8km 행진 - 국경 넘은 소방관과 시민들 추모 열기 고조
  • 기사등록 2026-09-09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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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마이클 저지 신부 추모 행진' 현장.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 9·11 테러 25주년을 맞아 공식 사망자 번호 '0001번'으로 기록된 고(故) 마이클 저지 신부와 참사 당시 순직한 공공 안전요원들의 넋을 기리는 대규모 추모행사가 열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31번가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 성당 앞 도로에 수백 명의 추모객이 집결했다. 2002년 뉴욕시가 '마이클 저지 신부 거리'로 명명한 이 길에서는 참사 당시 희생된 헌신자들을 기리는 시 낭독과 추모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행사 참석자들은 뉴욕 소방국 소속 소방관 343명을 비롯해 경찰, 응급구조사, 교환원 등 참사 현장에서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이름을 하나씩 되새겼다.


뉴욕소방국 사제로 재직하던 저지 신부는 25년 전 비행기 충돌 소식을 접하자마자 사건 현장으로 곧바로 뛰어들었다. 그는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 로비에 설치된 임시 구조 지점에서 구조대원 및 부상자들과 마지막 기도를 나누며 구호 작업을 도왔다. 그러나 인접한 남쪽 타워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한 무거운 파편이 로비를 습격했고, 건물 내부에 머물던 소방대원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행정 당국에 의해 신원이 최초로 확인되어 사망자 명부 '0001번'에 등재된 저지 신부는 대참사의 아픔과 희생정신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뉴욕소방국 측은 저지 신부에 대해 "가장 암울했던 순간에 현장에 뛰어들어 임종을 앞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대원들을 위로하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추모의 뜻을 표했다.


이날 열린 '마이클 저지 신부 추모 행진'에 참석한 시민과 유족들은 '절대 잊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순직자들의 사진과 헌화를 든 채 자리를 지켰다. 추모 행렬은 저지 신부와 유대가 깊었던 맞은편 소방중대 앞을 거쳐, 그가 참사 당일 걸어갔던 7번가를 따라 성 베드로 성당까지 약 4.8km 구간을 걸어서 이동했다.


행사에 참여한 코너 맥도널드는 과거 전신마비 부상을 입고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던 고 스티븐 맥도널드 경찰관의 아들로, 저지 신부와의 특별한 인연을 전했다. 코너 맥도널드는 "어느 날 아버지가 불쑥 '밴에 타라, 7번가를 걸을 거다'라며 소박하고 조용하게 시작했던 행진이 이렇게 큰 규모로 이어졌다"고 소회를 전하며, 본인의 둘째 아들 이름 역시 저지 신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명시했다.


현장에 동참한 뉴욕 소방관 마리오 폴레트는 참사 당일을 떠올리며 "가장 조용한 곳조차 믿을 수 없었다. 냄새, 먼지, 모든 게 그랬다. 그곳을 걷는 건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당시 상황의 처참함을 증언했다.


이번 추모 행행에는 해외에서 방문한 소방관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동료 25명과 함께 건너온 크리스토퍼 소방관은 "소방관에게는 국경이 없다. 우리는 모두 형제"라며 국경을 초월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그는 "뉴욕에서 동료들이 무너져 내릴 때 전 세계 모든 소방관이 함께 울었다"며 "마이클 저지 신부님과 희생된 영웅들을 기억하고, 그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매년 이 길을 걷는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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