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잇는 국제 철도 건설 사업을 잇달아 강조하면서 육상 일대일로 핵심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는다.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기간 시진핑 주석은 양자 회담 대상국 대부분과 일대일로 사업을 논의하며 중앙아시아 철도망 구축에 공을 들였다. 시 주석은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철도를 "지역 주민들의 발전 희망을 담은 교통 대동맥"으로 칭했다. 이에 자파로프 대통령은 "새 시대의 '강철 실크로드'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국 공동선언에는 철도 프로젝트의 순조롭고 시기적절한 시행을 보장한다는 문구가 포함됐으며, 시 주석은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고품질 추진을 지시했다.
1997년 최초 구상된 해당 노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4년 12월에 정식 착공됐다.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카스에서 출발해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으로 연결되는 총 500㎞ 구간으로, 전체의 60%에 달하는 304.84㎞가 험준한 키르기스스탄 산악 지대를 통과한다. 키르기스스탄 구간에는 터널 29개와 다리 50개가 들어설 예정이며, 현재 전체 프로젝트 시공률은 17%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당초 2030∼2031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으나 최근 우즈베키스탄 측은 완공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기기를 희망하는 상태다.
이 철도가 개통되면 기존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해운 수송 방식과 비교할 때 운송 거리가 약 900㎞ 단축되고 운송 시간은 최소 7일 이상 줄어든다. 키르기스스탄 교통통신부 장관은 "이 철도를 통해 우리는 중국·중앙아시아·중동은 물론 유럽과도 연결될 것"이라며 내륙국의 한계를 극복할 육상 연결 허브로의 도약에 기대감을 표했다.
철도 건설을 둘러싼 주변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포착된다. 과거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 구축된 광궤(1,520㎜) 표준 대신 중국의 표준궤(1,435㎜)가 중앙아시아 내륙에 도입되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상하이사회과학원 SCO연구센터 리리판 주임은 "(열차 궤도 문제 등과 관련해) 신중하던 러시아의 태도가 조건부 지지로 바뀌었다"며 "SCO가 다자 협력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를 비롯한 안보 협력 틀 안에서 SCO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러시아가 일정 부분 타협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정학적 위기가 가중되는 점 역시 철도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전쟁 등 중동 및 유럽 내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해상과 기존 육상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이에 따라 대안 운송로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으며, 이번 철도 건설은 단순한 물류 수송로를 넘어 지역 정세를 재편하고 중국의 물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레버리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