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6-08-31 05:00:01
기사수정

국제형사재판소 [로이터=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가 강대국 지도자들을 향한 법 집행을 시도한 여파로 존폐를 가름할 거대한 지정학적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중대 국제 범죄를 단죄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후 심각한 존립 위기에 봉착했다. 강대국의 직접적인 압박과 회원국들의 연합 이탈이 이어지면서 국제 사법 기구로서의 기능 자체가 크게 위축되는 모양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강력히 반발하며 재판소 해체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미국은 ICC 회원국들을 상대로 탈퇴를 적극 촉구하는 한편, 이달 들어 아카네 도모코 ICC 재판소장과 이스라엘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세네갈 출신의 압둘라예 세예 선임 공판 변호사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러한 제재 여파로 ICC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독일산 오픈소스 운영체제로 전환하는 등 실무적인 행정 운영에서도 상당한 제약을 겪고 있다.


회원국들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와 연쇄 탈퇴 움직임도 재판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 ICC 회원국인 몽골과 타지키스탄은 자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환대했다. 베네수엘라와 차드는 지난 7월 말 설립 조약인 로마 규정 탈퇴를 유엔에 통보했다. 작년 말 탈퇴 의사를 내비쳤던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 역시 지난 6월 탈퇴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로마 규정 공식 탈퇴는 통보 1년 뒤 효력이 발생한다.


유럽 국가 내에서도 영장 집행을 둘러싼 분열이 노출됐다. 헝가리는 빅토르 오르반 정권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네타냐후 총리 방문 당시 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탈퇴를 선언했다. 다만 헝가리는 올해 4월 총선으로 새로 들어선 정권과 의회가 5월 말 탈퇴 방침을 철회함에 따라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다수 유럽 국가가 네타냐후 총리 방문 시 실질적인 체포영장 집행 여부를 두고 난색을 표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등 주요 강대국들은 1998년 채택된 로마 규정에 처음부터 가입하지 않았다.


앞서 ICC는 2023년 3월 푸틴 대통령과 마리아 알렉세예브나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게 점령지 아동의 불법 이송 및 추방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2024년 11월에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상대로 가자지구 전쟁 관련 전쟁범죄 혐의 등을 적용해 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ICC가 아프리카 독재자나 군벌을 넘어 주요 강대국 지도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며 환영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02년 출범 이후 24년간 ICC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14명은 전원 아프리카 국가 출신이었다. 이 가운데 9명은 전쟁범죄나 인도에 반한 죄가 적용됐고, 5명은 증인 매수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죄목으로 처벌받았다. 이에 따라 기구의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내부 도덕성 논란까지 더해지며 재판소는 한층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최고위직인 카림 칸 수석검사가 보좌관을 상대로 수개월간 성관계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8개월이 넘는 조사와 논란 끝에 ICC 회원국들은 지난달 투표를 거쳐 칸 수석검사를 해임 처분했다. 강대국의 반발과 회원국들의 이탈, 내부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ICC는 사법적 정당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위협받는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2776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