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교육부 장관 사퇴하자 기뻐하는 인도 Z세대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에서 불공정에 맞서 대규모 시위에 나선 Z세대 여성들이 소셜미디어와 현장 안팎에서 악의적인 성희롱과 중상모략에 노출되며 가혹한 2차 가해를 겪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태를 계기로 분출된 청년층의 집단 행동에서 여성 참가자들이 가부장적 사회 편견과 정치권의 차별적 공세에 직면했다. 시위 현장에서 구금 버스를 저지하는 모습으로 주목받았던 한 여성 모델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무명 계정들로부터 신체 형태를 문제 삼는 비난과 성적 콘텐츠 유포라는 허위 사실 공격을 받았다. 피해자는 자신들을 악마화하고 여성 시위대의 진정성을 꺾으려는 의도적인 증오 범죄라고 꼬집었다.
여성 운동가들에 대한 압박은 가족을 향한 공권력의 물리적·심리적 위협으로까지 확장됐다. 현지 경찰 당국은 한 대학원생 운동가의 친척 집을 찾아가 수사 진행 상황을 언급하거나 보호자에게 직접 연락해 학업에나 전념하라는 식의 언어적 압박을 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소속 국회의원은 서구화된 젊은 여성들을 향해 사회적 기여도나 가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최고 통치권자 역시 여성 참가자들의 구호 표현만을 문제 삼아 문란함을 지적했을 뿐, 동일한 구호를 외친 남성 청년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처럼 Z세대 시위대 가운데 유독 여성 참가자에게만 비난이 집중되는 현상은 깊이 뿌리내린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신을 밝히려는 여성들이 전통적인 의복이나 사회적 기대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성들보다 훨씬 더 큰 위험과 사회적 매장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피해 여성들은 나라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행위에 전통 의상을 강요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폭력성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규모 청년 운동을 이끈 '바퀴벌레국민당(CJP)'은 청년 실업자를 비하한 대법관의 발언에 분노해 결성된 단체다. 전국 의대 입학 자격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 터지자 수도 뉴델리를 중심으로 두 달 가까이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했으며, 결국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청년층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 해당 단체의 공식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2천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집권 여당의 팔로워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이에 위기감을 느낀 여당은 수장을 교체하고 젊은 유권자층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