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EPA=연합뉴스]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적용해 온 대러시아 경제 봉쇄 조치로 러시아 측에 1,6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시켰다.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독일 일간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봉쇄책이 상대국의 전쟁 수행 능력에 치명적인 상흔을 입혔음을 강조했다. 이 날 공개된 발언에서 칼라스 대표는 "러시아는 제재로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지금까지 러시아 전쟁기계에 1조유로 넘는 비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가을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광범위한 제재 대상 목록을 제안하겠다"며 "통과되면 제재받는 러시아 개인과 기업, 단체 수가 3분의 1 늘어날 것"이라고 확고한 방침을 내비쳤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직전 달까지 도합 21차례에 걸쳐 대규모 규제안을 가동했으며, 이를 통해 약 3천 건에 달하는 개인과 법인·단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왔다. 이와 함께 EU 역내 금융기관에 묶인 러시아 중앙은행 동결 자산 규모는 약 2천100억 유로(약 345조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 분야에서도 강력한 제한이 이어지며 전쟁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러시아 수출액은 54%(약 480억 유로) 급감했고, 수입액 역시 58%(약 912억 유로) 축소됐다. 여기에 러시아 국부펀드의 핵심 유동자산이 3분의 2 이상 감소하는 등 서방의 경제적 압박 조치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서양 건너 미국과의 정책적 조율 역시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칼라스 대표는 "미국 상원에서 대러시아 제재 법안이 통과된 건 제재 문제에 유럽과 미국이 더 긴밀하게 공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언급했다. 미 상원은 이달 초 미국산 에너지 및 전략물자의 러시아 수출을 원천 차단하고 러시아산 수입품에 최고 5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개전 초기 상당 기간 전시 특수를 누렸던 러시아는 장기화되는 군비 지출 부담과 우크라이나의 주요 에너지 기반 시설 집중 타격으로 심각한 경제적 균열을 겪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연간 매출 합계가 200억 달러(약 28조 3천억 원)에 달하는 1천600여 개 기업을 제재 명단에 새로 등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