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공산당식 반도체 총력전, AI 패권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고 AI 반도체 개발에 잇달아 성과를 내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해외 AI칩 의존도는 빠르게 낮아지고 있고, 화웨이의 최신 AI칩은 일부 분야에서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AI 경쟁력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중국이 국가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AI 연산능력은 미국의 1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제품의 성공과 국가 차원의 기술 패권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지난해 여름 화웨이 테크놀로지스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최측근으로 기술 총괄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를 위한 비공개 브리핑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화웨이는 미국 엔비디아에 맞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청사진을 제시하며, 핵심 AI 영역 일부에서 3년 내 자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면서 “이 브리핑을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딩 부총리가 1960년대 중소 갈등 당시 중국이 원자폭탄·수소폭탄·인공위성을 만들 때 썼던 총력전 방식을 다시 꺼내 들면서 국산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WSJ은 “딩쉐상은 중국 내 최대 AI 사용 기업들에 국산 칩 사용을 거부하는 자는 반역자라는 취지의 경고까지 발하면서 총력전을 펼쳤지만 현실은 그러한 의도를 전혀 뒷받쳐주지 못했다”고 짚었다.
[화웨이는 분명 성과를 냈지만...]
국가적 지원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산 AI칩 의존도는 2021년 약 90%에서 올해 60% 미만으로 낮아졌다. 화웨이는 “향후 5년 안에 이를 25%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통제 속에서도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 기반을 상당 부분 구축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의 최신 AI칩 '어센드 950'이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참여하면서 추론(Inference)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제품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훈련 단계에서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이미 학습된 모델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는 곧바로 한계가 드러났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는 AI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자 컴퓨팅 자원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프리미엄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좋은 칩을 만드는 것과 이를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비슷한 결과는 스마트폰용 반도체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반도체 분석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화웨이 메이트80 프로에 탑재된 기린9030 프로를 분석한 결과, 일부 공정 지표에서는 인텔 최신 공정과 견줄 만한 수준에 접근했지만, 트랜지스터 밀도와 실제 성능에서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특정 기술 지표의 개선이 곧 종합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AI칩 분야와도 같은 구조를 보여준다.
[진짜 격차는 '칩'이 아니라 국가 전체 AI 인프라]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기부터다. WSJ은 번스타인 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 기준 중국 전체의 AI 연산능력은 미국의 약 14%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특정 AI칩 하나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AI 서버, GPU 클러스터 등을 모두 포함한 국가 전체 AI 인프라를 비교한 결과”라고 짚었다.
개별 칩으로 범위를 좁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번스타인 보고서는 “엔비디아의 최상위 AI칩이 화웨이 최고 제품보다 약 4배 높은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면서 “중국이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국산 칩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러한 격차는 2030년까지도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점유율과 기술 경쟁력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ABC뉴스는 “중국 AI칩 시장에서 2025년에는 엔비디아와 화웨이가 각각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26년에는 화웨이가 약 50%까지 올라가는 반면 엔비디아는 약 8%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중국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더 많이 팔릴 수 있지만, AI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실제 연산능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판매량과 기술 패권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중국 AI 기업들은 지금도 엔비디아 GPU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밀수 엔비디아 칩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고, 일부 기업들은 해외 데이터센터의 AI 연산력을 임대하거나 블랙웰 GPU 클러스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연산능력을 메우고 있다. 중국이 화웨이 칩을 적극 도입하면서도 동시에 엔비디아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승부는 EUV에서 갈린다]
화웨이는 지난 5월 기존의 미세공정 경쟁 대신 회로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새로운 설계 방식을 공개하며 2031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번스타인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취안위안 린은 “이는 미국을 추월하는 전략이라기보다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했다.
전문가들이 진정한 승부처로 꼽는 것은 결국 EUV 노광장비다. 첨단 AI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자체 EUV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중국이 독자적인 EUV 체계를 구축하는 데 최소 10년, 길게는 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도 “반도체 제조는 핵무기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산업”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제조기술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1960년대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던 국가 총동원 방식이 이번 AI 반도체 경쟁에서는 그대로 통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패권은 특정 기업 하나의 성공이나 정부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산업이 아니라, 장비와 공정,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전력망까지 하나의 생태계가 함께 발전해야 가능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WSJ 보도가 보여주는 핵심은 화웨이의 실패가 아니라 화웨이의 성공만으로는 중국의 AI 패권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AI칩 성능을 끌어올렸고, 중국의 해외 AI칩 의존도도 크게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가 전체 AI 연산력은 여전히 미국의 14%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최고 성능의 AI칩 역시 엔비디아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결국 AI 패권 경쟁은 칩 하나의 성능으로 끝나지 않는다. 첨단 EUV 장비와 반도체 제조 능력, 초대형 데이터센터, 막대한 전력 인프라, 그리고 AI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함께 구축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완성된다. 화웨이가 만든 AI칩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중요한 이정표임은 분명하지만,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번 자료는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