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퍼마켓 [EPA=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100년 넘게 유지해 온 일요일 상점 영업 금지 조치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찬반 논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독일 사회의 근간을 이루던 일요일 의무 휴업 제도가 거센 변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 연방정부가 최근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 개혁안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독일 연립정부는 근로시간 규정을 전면 개정하여 내년 1월부터 제과점의 경우 일요일에 최대 8시간까지 영업을 허용하고, 국공립 도서관 역시 6시간 동안 개방한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오랜 기간 철칙으로 여겨졌던 휴일 근로 제한을 깨뜨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치권과 소매 유통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전 업종에 걸쳐 영업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히 목소리를 높였다. 기독민주당 소속 크리스토프 플로스 연방정부 관광조정관은 풍케미디어그룹과의 대담에서 해외 여행객들이 독일을 목적지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매력적인 쇼핑 환경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짚었다. 플로스 조정관은 영업시간을 자율화해야만 오프라인 상점들이 거대 온라인 유통 기업들과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유민주당의 볼프강 쿠비키 대표 역시 규제 완화의 시급성을 역설하며, 상점의 문을 강제로 닫게 하면서 도심 상권이 황폐해진다고 불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내수 진작을 위한 전면 개방을 촉구했다.
독일 소매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인 독일소매업협회도 쇼핑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하나의 현대적 여가 생활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과점이나 도서관 등 특정 업종에만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포함한 모든 소매 점포의 일요일 영업 금지를 전면 해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현행 독일 기본법은 1919년 제정된 바이마르 헌법의 기조를 계승하여 일요일과 공휴일을 노동으로부터 분리된 정신적 고양의 날로 명시하고 보호해 왔다. 기차역이나 공항 내부 매장, 식당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상점들은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셔터를 내려야 했다.
이 같은 전격적인 제도 개편 흐름에 대해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려는 노동계와 종교계는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대표적 노동자단체인 가톨릭노동자운동은 공식 성명을 통해 물건을 사지 않는 일요일이야말로 일선 노동자와 소비자, 더 나아가 기후 환경을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최소한의 완충 지대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일요일 휴무 제도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유산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시민들의 온전한 휴식과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법적으로 지정된 고유한 시간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안보와 경제의 대전환기 속에서 휴식권과 생존권이 정면충돌하면서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