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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영국을 무너뜨린 것은 정치였다"...밴스가 던진 민주주의 국가를 향한 경고 - 정치가 국가를 무너뜨릴 수 있는가... 밴스가 던진 질문 - 6년 동안 총리 6명... 정치는 국가 운영이 아니라 권력투쟁이 됐다 - 정치는 어떻게 경제를 무너뜨렸나... 산업보다 소비를 선택한 영국
  • 기사등록 2026-07-06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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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국가를 무너뜨릴 수 있는가... 밴스가 던진 질문]


한때 전 세계 4분의 1을 지배했던 대영제국은 왜 이토록 빠르게 쇠락했을까. 많은 사람들은 브렉시트와 경기침체, 제조업 공동화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의 진단은 달랐다. 그는 영국이 무너진 이유를 경제보다 먼저 '정치의 실패'에서 찾았다.

영국 더타임스(The Times)의 주말판인 선데이타임스(The Sunday Times)는 6일, “밴스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영국은 총리가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며 ‘이는 정치 시스템 어딘가가 근본적으로 고장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영국은 정말 위대한 나라지만 오랫동안 정치 지도부에 의해 실패해 왔다”고도 직격했다. 


겉으로 보면 총리가 자주 교체된 정치 뉴스처럼 보인다. 그러나 밴스가 던진 메시지는 훨씬 근본적이다. 국가는 언제부터 쇠퇴하기 시작하는가. 그의 대답은 분명했다. 외부의 적보다 먼저, 정치가 국가보다 앞서기 시작할 때라는 것이다.


[6년 동안 총리 6명... 정치는 국가 운영이 아니라 권력투쟁이 됐다]


밴스가 언급한 '6년 동안 총리 6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영국 정치 시스템이 장기 국가 전략을 잃어버렸다는 상징이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보수당 내부 갈등 속에서 물러났고, 보리스 존슨은 연이은 스캔들로 퇴진했다. 리즈 트러스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으며 불과 44일 만에 사임했다. 리시 수낵 역시 보수당 분열을 수습하지 못했고, 뒤이어 집권한 키어 스타머 총리마저 당내 갈등과 급락한 지지율 속에서 조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도자가 바뀐 이유는 대부분 국가 전략의 실패보다 정당 내부 권력투쟁이었다. 정권이 바뀌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국가 전략과 산업 정책까지 흔들린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기업은 10년을 보고 투자하지만 정치는 다음 선거만 바라본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국가는 장기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다. 영국이 바로 그 길을 걸었다.


[정치는 어떻게 경제를 무너뜨렸나... 산업보다 소비를 선택한 영국]


밴스 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의외로 정치가 아니라 경제였다. 그는 “소비 중심 경제를 만들어 놓고 제조업이 사라진다고 놀라서는 안 된다”며, “정치의 실패가 결국 산업 기반을 허물었다”고 진단했다. 이 발언은 단순히 제조업을 살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가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보다 단기적인 인기와 소비 확대에 집중한 결과가 오늘의 영국이라는 뜻이다.


실제 영국 국가통계청(ONS)에 따르면 지난 4월 영국 GDP는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성장세는 꺾였고, 제조업이 포함된 생산 부문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영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전체 부가가치의 8%대에 불과하다. 세계 최초의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나라가 이제는 서비스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경제 구조로 바뀐 것이다.


물론 서비스 산업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제조업과 기술 산업이라는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소비만으로 성장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소비는 생산이 뒷받침될 때 지속될 수 있지만,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소비 역시 오래 버틸 수 없다.


정치권은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단기적인 인기 정책에 매달렸다. 좌파성향의 노동당 정부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용주 국민보험(NIC)을 인상했지만, 그 부담은 기업의 투자 여력과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증세 부담의 대부분이 결국 임금 감소와 물가 상승 형태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실제 제조업과 요식업 등 생산 부문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세 자체가 아니다. 정치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산업 정책보다 당장의 재정과 지지율을 우선하는 정치가 반복될수록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생산성은 정체되며, 제조업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산업이 약해지면 경제 성장률도 떨어지고, 결국 다시 복지 재원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밴스가 말한 "소비 경제의 함정"은 바로 이 악순환을 지적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실망했고, 그 결과 영국의 전통적인 양당 체제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 집권하며 영국 정치를 이끌어오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나이절 파라지가 이끄는 리폼 UK는 지방선거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의 텃밭을 동시에 무너뜨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을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반대편에서는 녹색당 역시 빠르게 세력을 키우며 기존 정치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정당이 등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민들이 기존 정치 시스템 자체를 신뢰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정치가 국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유권자는 더 강한 정치 세력을 찾는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 역시 다시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정권은 더 자주 바뀌고, 국가 전략은 더욱 단기화된다.


결국 정치는 국가를 안정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국가를 끊임없이 흔드는 원인이 된다. 이것이 밴스가 말한 "정치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표현의 진짜 의미다.


[누가 총리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를 바꿀 수 있느냐다]


밴스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앤디 버넘(Andy Burnham)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누가 총리가 되든 영국을 다시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만큼 누구와도 협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에는 오히려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총리를 한 명 바꾼다고 국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여전히 정파의 이해관계에 매달리고, 국가의 장기 전략보다 다음 선거를 우선하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총리를 계속 교체했지만, 생산성 정체와 제조업 쇠퇴,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만 커졌고 기업들은 장기 투자를 미루기 시작했다. 정권 교체는 있었지만 국가 전략은 없었다. 밴스가 영국을 향해 던진 경고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Why Times Insight]


국가는 언제 무너지는가… 역사는 언제나 같은 답을 내놓았다. 이번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단순한 '영국 비판'으로 받아들인다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그가 던진 질문은 훨씬 근본적이다. “국가는 왜 쇠퇴하는가” 바로 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의 몰락이 전쟁이나 외부의 침략, 경제위기 같은 충격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는 오히려 정반대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로마제국도 내부의 권력투쟁과 정치적 분열이 장기화된 뒤 외부의 침입을 견디지 못했다. 대영제국 역시 세계 최강의 해군과 금융력을 가졌지만, 산업 경쟁력을 잃고 정치가 국익보다 정파의 이해관계에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외부의 적이 국가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국가 내부의 정치가 먼저 국가의 체력을 소진시킨 것이다.


정치가 국가를 위해 존재할 때 민주주의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 그러나 정치가 국가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고, 장기 산업전략은 사라지며,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사회는 미래보다 당장의 정치적 승패에 매달리게 된다. 그 결과는 생산성 저하와 산업 경쟁력 약화, 그리고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경제가 흔들리면 국민의 불만은 다시 정치권을 향하고, 정치는 더욱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다. 이것이 국가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악순환이다.


이러한 밴스의 문제 제기는 비단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역시 결코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반도체, 조선, 방산, 원자력,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한 나라이고, 인적 자원과 민주주의의 성숙도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대립이 장기 국가전략보다 앞서기 시작하고, 외교·안보·산업 정책마저 정쟁의 대상이 된다면 그 잠재력은 조금씩 소모될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정권이 아니라 정책의 연속성이다. 선거는 4~5년마다 치러지지만, 산업 경쟁력은 20년, 30년을 내다보고 키워야 한다. 반도체도, 인공지능도, 에너지 안보도, 인구 문제도 어느 한 정부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국가적 과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린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가 전체다.


그래서 밴스의 경고는 영국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그는 대영제국의 쇠락을 통해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치는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국가가 정치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잃는 순간, 아무리 뛰어난 산업도, 아무리 강한 경제도, 아무리 풍부한 잠재력도 국가를 끝까지 지켜주지는 못한다. 국가는 외부의 적에게 무너지기 전에, 내부 정치에 의해 먼저 쇠퇴한다. 그것이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대영제국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무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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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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