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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16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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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제 샤헤드 드론[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스라엘 연합군과 이란 사이에서 107일 동안 전개된 전쟁을 통해 드론이 현대전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 비대칭 무기체계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5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에서 위력을 입증한 무인기는 이번 중동 분쟁을 거치며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결정적 요소로 부각되었다. 개전 이후 미국이 감행한 대규모 융단폭격으로 인해 이란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저항을 이어갔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처럼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다양한 비대칭 전력, 그중에서도 무인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전술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바이럴 사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적인 공세를 견뎌내고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선택한 유일한 방책이 바로 무인기였다고 짚었다. 사브 선임연구원은 서방 세력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대신 무인기를 활용해 비대칭적으로 접근한 방식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진단했다.


이란은 이미 우크라이나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자국산 무기를 공급할 만큼 해당 분야에서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란이 제작한 샤헤드 자폭드론을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무력 충돌 과정에서 자국의 샤헤드 무인기를 중동 지역에 위치한 미군 기지와 주요 석유 시설, 민간 건축물 등으로 다수 출격시켜 상당한 전술적 이익을 거두었다. 이들 무인기는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망에 의해 대다수 요격되기도 했으나, 일단 방공망의 틈새를 뚫고 진입한 개체들은 상대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단 한 번의 공습으로 미군 측에서 가장 많은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쿠웨이트 공군기지 피습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예기치 못한 습격으로 허를 찔린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4년간 실전 역량을 축적해 온 우크라이나 측에 무인기 요격 전문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대당 1조 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미군의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비행장에서 이란 무인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었으며, 현지 미국 대사관 역시 공습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아울러 이란군은 제작 비용이 저렴한 무인기를 선제적으로 출격시켜 상대의 방공망을 교란하고 요격 무기를 소진하게 만든 뒤, 이어서 탄도미사일을 투입해 타격하는 연계 전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번 분쟁에서 무인기가 유독 세간의 이목을 끈 배경에는 탁월한 비용 대비 효과와 높은 제조 생산력이 자리 잡고 있다. 국방 재정 규모나 군수 생산 설비 면에서 미국과 막대한 격차가 나는 이란이 무인기에 의지해 교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란의 샤헤드 무인기는 기당 제조 비용이 수천만 원 선에 불과하다. 반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공중에 소비되는 비용은 수십억 원에 달한다. 대략적으로 산정해도 100대 1에 육박하는 가성비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란은 하루 동안 샤헤드 무인기를 최대 400기까지 찍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이란 내 무인기 제조 공장을 지속적으로 정밀 타격했으나, 이란 측은 이를 단기간 내에 다시 복구해 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란이 가성비와 제조 역량 측면에서 상대의 탄도미사일이나 요격 시스템을 압도하는 무인기를 앞세워 분쟁을 장기전으로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이달 14일 달성된 미국과의 종전 합의 과정에서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군은 공중뿐만 아니라 해상 영역에서도 무인수상정과 무인잠수정을 동원해 미군을 압박했다. 이번 전쟁의 향방을 가른 핵심 분수령이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 당시에도 해상 무인기를 통한 공습과 기뢰 매설이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군대가 보유한 압도적인 화력을 과신하며 개전 초기에 전쟁이 조기에 종결될 것이라는 언급을 되풀이했으나, 막상 이란이 무인기와 기뢰 같은 비대칭 무기로 우회적인 반격을 가하자 상당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무인기 강국인 우크라이나로부터 대(對)무인기 방어 체계를 도입하는가 하면, 고가의 패트리엇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인 단거리 방공 장비인 'MADIS' 등을 전방에 배치했다. 과거에는 주로 소해함에 의존해 수행하던 기뢰 제거 작업에도 미군의 해상 무인기가 적극적으로 투입되었다. 미군은 지난 8일 격추당한 아파치 헬리콥터의 비행사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도 무인수상정을 현장에 보냈다. 이는 해상 무인 체계가 인명 수색 및 구조 임무를 완수한 최초의 실전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무인기가 군사력의 격차를 완화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전술적 도구로 급부상함에 따라, 공방 양면에서의 무인기 개발과 생산, 그리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방공 시스템의 도입이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었다. 바이럴 사브 선임연구원은 미군을 향해 "그물은 물론 레이저, 고출력 전자파, 전자전 설루션(재밍·스푸핑) 등 대드론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동시에 "미국·걸프국·우크라이나의 3자 대 드론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란이 무인기를 통해 전술적 이점을 챙겼다면, 미국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하며 이번 전쟁의 또 다른 특이점을 만들어냈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실전 활용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역량을 가진 미국이 개전 초기에 이란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의 공헌이 컸다. 미국의 AI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인 팔란티어의 시암 상카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3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이 인공지능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최초의 대규모 분쟁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상카르 최고기술책임자는 당시에 "사람들이 나중에 되돌아보며 이것이 기술, AI로 실제 주도되고 강화되며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최초의 대규모 전투 작전이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을 향해 최초 24시간 동안 공습을 감행할 당시 1천여 개에 달하는 타격 표적을 식별하기 위해 팔란티어가 고안한 AI 기반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가동했다.


해당 시스템은 인공위성과 다각적인 감시 장비로부터 수집되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정밀 분석하여 전장 내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핵심 플랫폼이다. 이 과정에서 앤트로픽 사의 인공지능 모델인 '클로드'가 긴밀하게 접목되어 활용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비록 전면적인 지상전이 배제된 미·이란 전쟁의 특성상 로봇 장비가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았으나, 이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장에서 증명된 무인 로봇 기술까지 결합되면서 향후의 전장은 과거 근현대사의 양상을 바꿨던 항공기와 전차의 자리를 AI의 지원을 받는 무인기와 로봇 군단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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