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제작 신기술 자랑했던 中회사, 극적인 영상은 가짜?]
중국의 한 기업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군단을 선보여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었는데, 이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중국의 로봇기술 전체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내에서 150개 이상의 로봇 관련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또다시 과도한 중복 투자가 도마에 올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지난 11월 14일, 중국 로봇 기업 UBtech는 창고 안에서 수백 대의 워커 S2 휴머노이드 로봇이 정밀한 대형을 이루고 서 있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면서 “로봇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팔을 흔들며 컨테이너 안으로 행진했는데, 이 장면은 시각적으로 강렬해 I, Robot 같은 SF 블록버스터를 연상시켰지만, 이 영상에 대해 미국 로봇 기업 피겨(Figure)의 창립자 겸 CEO인 브렛 애드콕은 ‘이 영상은 컴퓨터로 생성된 것’이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선전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 유비테크 로보틱스(UBTECH Robotics)는 2세대 모델 '워커 S2' 출시 홍보 영상을 지난 11월 14일 공개한 바 있다. 공개된 영상에는 산업용 로봇 수백 대가 줄지어 서 있다가 일제히 운송용 컨테이너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섬뜩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로봇이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짐을 옮기는 자세도 취한다. 수백 대의 로봇이 오차 없이 일정하게 움직이더니 스스로 컨테이너에 적재된다.
이 영상에 대해 브렛 애드콕 CEO는 “이 로봇의 반사광을 뒤에 있는 로봇들과 비교해보면 앞쪽 로봇은 실물이지만 그 뒤의 로봇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를 사용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앞쪽 로봇을 보면 천장 조명이 반사된다. 뒤쪽 로봇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결국 앞 로봇은 실제지만, 뒤에 있는 것들은 가짜다. 머리 장치가 조명을 많이 반사하면 CGI임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비테크 로보틱스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했다. 이 회사는 “완벽해 보여서 가짜라고 말하지만,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라면서 “이번은 유비테크 워커 S2가 대량 출고된 것으로 지능형 제조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심지어 직원들과 로봇이 함께 있는 제작 현장 사진도 공개했다. 그럼에도 애드콕은 “여전히 유비테크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CMP는 “이러한 회의론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며 “불과 1년 전만 해도 많은 로봇이 인간의 걸음걸이를 모방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는데, 오늘날 휴머노이드 산업용 로봇은 이미 신에너지 차량 제조, 3C(컴퓨터, 통신, 가전) 스마트 생산, 지능형 물류 분야에 배치되고 있다”고 짚었다.
[中 최고경제기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과도한 중복' 경고]
이렇게 중국 로봇산업의 실체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중국의 최고 경제 기획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급속한 성장 추세를 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대해 '과도한 중복' 위험을 경고하며, 이 산업에 대한 지침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SCMP는 29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래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지목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새로운 자본 유입이 집중되면서 현재 국내에 150개 이상의 제조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잠재적인 투자 거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
이에 대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 리차오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 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수가 150개를 넘었고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스타트업이나 산업 간 진입자”라면서 “이는 혁신을 장려하는 데 좋은 일이지만, 유사 제품이 시장에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연구개발 공간을 좁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CMP는 이어 “최근 베이징에 본사를 둔 노익스 로보틱스(NoiX Robotics)의 어린이용 휴머노이드 부미(Bomi)가 9998위안(미화 1412달러)에 선판매를 시작하는 등 많은 모델들이 눈에 띄게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비평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새로운 자본을 확보하기 위한 과대광고에 의해 촉발된 투자 거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SCMP는 “경쟁은 특히 전기차 제조사를 비롯한 다른 산업 기업들의 진입으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광저우에 본사를 둔 자동차 제조사 Xpeng은 이달 초 2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이언(Iron)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SCMP는 “국무원 개발연구센터(DRC)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구현 지능 시장은 2030년에 4000억 위안, 2035년에는 1조 위안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리차오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기술이나 모델 및 응용 시나리오의 상업화 측면에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쏘아 올린 '로봇 굴기(堀起)'가 스스로 쏜 화살에 맞은 셈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유동성 잔치를 벌이던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역설적으로 당국의 '거품 경고' 한마디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로봇 기업들, 거품 우려로 투자자들 주목받아]
로봇산업에 대한 이러한 거품 논란은 이미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29일(현지시간) “중국 로봇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과열된 열기가 점차 깊은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최근 정부가 잠재적 버블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해당 분야의 높은 기업 가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솔랙티브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지수는 올해 10월 최고치를 기록하며 거의 60% 급등했지만, 이는 지원 정책과 춤추고, 킥복싱을 하고, 경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바이럴 영상에 힘입어 일찍이 형성된 강세 베팅 덕분이었다”면서 “중국 AI 역량과 제조업 강점을 결합한 이 분야는 베이징이 전략적 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핵심 축이었으나, 급속한 상승은 신생 산업이 실적을 앞지르는 위험을 부각시켰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에 따라 해당 지수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으며, 점증하는 경계심은 AI 기업들의 과도한 평가와 막대한 지출에 대한 월가의 불안감과 맞닿아 있다”면서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베이징이 이번 주 과열된 산업의 위험성에 대해 이례적인 경고를 발표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상하이 청저우 투자 관리의 푸즈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봇 주식에 대해 현재 중립적인 입장이다. 이미 평가가 높고 공급망 각 단계에서 입지를 확보할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과열된 시장에서 승자로 부상할 기업은 한두 곳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로봇 섹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58배에 달한다. 이는 중국 우량주 중심의 CSI 300 정보기술 지수(약 32배)와 비교해 두 배 가까운 고평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 기업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인 유비테크(UBTech Robotics Corp.)는 올 상반기에만 4억 1400만 위안(약 585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폭등했다. 닝보 중다 리더(Ningbo Zhongda Leader) 역시 3분기 순이익이 19% 감소했음에도 주가는 186%나 치솟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 스탠리 역시 투자자들의 과열된 기대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 대비 낮은 효율성을 근거로 로봇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의심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애널리스트들은 낙관론자들이 2026년 휴머노이드 산업 규모가 1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자신들은 2026년 1만2000대, 2030년 11만4000대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휴머노이드 산업 규모의 팽창에 대해 불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 최고 경제기획기관은 지난 27일 150여 개 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로봇들에 주목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해당 기관은 이 같은 홍수가 시장을 압도하고 진정한 연구개발(R&D) 노력을 밀어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짚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이른바 반(反)진화 운동을 전개하며 산업 전반에 걸친 파괴적 경쟁을 억제해왔다.
이에 대해 상하이 청저우의 푸(Fu)는 “이번 조치는 신기술이라는 명목으로 지방 정부가 서둘러 프로젝트에 뛰어들 때 발생하는 저품질·비효율적 투자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 당국은 필요한 자원과 역량이 부족할 때조차 군중 심리를 보이기 쉽다”고 말했다. 이른바 그동안 중국의 고질병이 또다시 불거진 것으로 시진핑 주석이 깃발을 들면 지방정부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원을 총동원해 산업을 키우는 부작용이 또 되풀이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의 로봇산업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라면서 “골드만삭스는 핵심 제품의 성능과 실질적인 최종 활용 사례가 기술 전환점이 다가오는지 판단하는 데 결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주식 선택 시 보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에 또다시 불거진 중국의 첨단산업과 관련된 거품논란은 이미 문제가 된 태양광이나 전기자동차 산업과 같은 유사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면밀히 보면서 판단하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