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MI5, 의회에 “중국 스파이 주의하라” 경계령]
영국 국내 정보기관 보안국(MI5)이 영국 의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아 중국의 간첩 활동, 특히 미인계를 통한 포섭에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영국 내에서 중국 스파이들의 활동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해 MI5가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9일(현지시간) “MI5는 중국 정보기관이 ‘막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내세워 직원, 친구, 연락처를 모집해 간첩으로 포섭할 목적으로 링크드인(LinkedIn) 등의 인터넷 계정을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영국 의회에 링크드인을 통한 중국의 공작 활동에 유의하라는 간첩 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M15는 특히 아만다 큐(Amanda Qiu)와 셜리 셴(Shirly Shen)이라는 2명의 프로필을 공개하며 이들과의 접촉에 주의하라고 밝혔다”면서 “이들이 ‘비공개 정보 및 내부 동향’을 수집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짚었다.
더타임스는 “BP-YR Executive Search의 최고경영자인 아만다 키우와 인턴십 연합의 공동 창립자인 셜리 센은 글로벌 채용 플랫폼인 링크드인(LinkedIn)을 사용하여 대대적인 포섭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면서 “표적이 된 사람들 중에는 케미 배드노크의 정책 책임자이자 보수당 의원인 닐 오브라이언의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는 3개월 전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셴으로부터 영어로 된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을 인턴십 유니언 공동설립자라고 소개한 젊은 중국인 여성인 셜리 센이 링크드인으로 보낸 내용은 이러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컨설턴트를 찾고 있습니다.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니 당신이 적임자로 판단됩니다. 연락 부탁드립니다.”
더타임스는 “이들 중국 여성들은 보수당 전직 장관의 고문(전직 재무장관 포함), 노동당 장관의 고문, 공무원, 토니 블레어 연구소를 포함한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들을 포섭했다”면서 “중국 스파이들은 영국의 비공개적인 민감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고급 정보를 가져온 이들에게 상당한 돈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영국 정치권의 기밀자료 탈취하기 위한 中 스파이들의 공작]
이와 관련해 댄 자비스 안보부 장관도 이날 “중국 공작원들의 포섭 시도는 영국 의회 및 영국 정부의 민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이 활동은 외국 세력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주권 사안에 개입하려는 은밀하고 치밀한 시도로서 “정부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I5도 “중국 스파이들에 의한 이러한 활동이 종종 은밀하게 숨겨진 회사나 외부 헤드헌터를 통해 위장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해야 할 사람은 의원들뿐만이 아니라, 의회 직원, 경제학자, 싱크탱크 직원, 지정학 컨설턴트, 정부 관계자 모두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와 접촉 때문에 표적이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도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처음에는 다 알려진 가벼운 정보를 요구하다가 나중에는 높은 보수를 제시하며 기밀 정보를 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국 국가안전부(MSS) 공작원들의 수법”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이들은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프리티 파텔 보수당 하원의원의 보좌진에게도 ‘정치 컨설턴트에 관심이 있느냐’고 접근했다”면서 “파텔 의원은 ‘내 사례뿐 아니라 많은 경우에 중국이 영국의 민주주의와 의회를 훼손하려는 심각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중국은 물러서지 않는다. 그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MI5 산하 국가보호보안국(NPSA)은 간첩 경보 발령을 하면서 “‘비공개’, ‘시의적절한’, ‘오프 더 레코드’, ‘민감한’, ‘내부 정보’ 등의 표현이 포함된 정보 요청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중국 공작원들은 대금 지급 방식으로 중국 방문 의향이 있는 경우에는 현금, 그밖에는 암호화폐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NPSA는 이와 함께 영국 상·하원 의원들에게 “새 법률을 도입해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라”고 권고하면서 “영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연루된 중국 기반 행위자에 대해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PSA는 더불어 “중국의 국가보안법을 적용받는 기업이 만든 감시 장비를 전 세계 모든 민감한 영국 정부 사이트에서 제거하라”고도 촉구했다.
NPSA는 또한 “기업이 산업스파이나 지식재산권 탈취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제 안보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라”고 요구했고, 또 “전문가들의 네트워킹 플랫폼을 외국 요원들에게 더욱 적대적인 환경으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NPSA는 공무원들을 향해서는 “민감한 업무의 보안 강화를 위해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을 보완하기 위해 1억 7000만 파운드(약 3300억 원)를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켄 매컬럼 MI5 국장은 지난달에도 연설을 통해 “중국이 매일 영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국가 위협 활동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개인이 지난해 대비 35% 증가했다”고 말했다.
[완전한 날조라며 강력 부인하는 중국]
MI5의 중국 스파이 활동과 관련된 경고에 대해 중국 대사관은 “영국 정부의 관련 주장은 완전한 조작이자 악의적인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러한 비열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영국 측이 스스로 꾸며낸 이 거짓 비난과 자기과시의 촌극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영국에서 중국 스파이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정보당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루트를 통해 스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베이징에서 이러한 스파이 활동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막대한 자금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중국 공산당이 몰락한 전 보수당 특별 고문들까지 노릴 자원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면서 “우리는 중국의 국가안전부(MSS)를 비롯한 중국 국가 기관들이 이러한 광범위한 기만행위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짚었다.
텔레그래프는 “중국의 통일전선은 광범위한 정치 전략이자 조직 체계로, 중국 공산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공산주의 개인과 단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들을 포섭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통일전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계와 재계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중국 스파이들의 전술이 조잡할 수는 있지만, 영국의 취약한 경제와 불화하는 정치 환경은 국가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우리의 방어력에 상당한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경제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런던 중심부에 온갖 의심스러운 시설을 갖춘 새로운 초대형 대사관을 건설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가디언지는 “중국 스파이와 관련한 비슷한 의회 경고가 거의 4년 전에 발표되었는데, 노동당 의원인 배리 가디너의 사무실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50만 파운드 이상을 기부했고, 당시 총리였던 테레사 메이로부터 특별상을 받은 유명 영국-중국 변호사인 크리스틴 리에 대해 의원과 귀족들에게 경고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어 “MI5는 이전에 중국 스파이들이 링크드인을 이용해 민감한 분야에서 일하는 영국인들을 채용하여 정보를 얻으려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면서 “채용 컨설턴트로 위장한 이 요원들은 주로 여성으로, 잠재적인 취업 제안을 통해 최소 2만 명의 영국인을 유인하려 했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9월엔 중국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를 받던 두 사람에 대한 공소가 취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의 전말과 정부 고위 관계자의 개입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스파이 혐의를 받는 인물 중 한 명이 의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됐다. 두 사람은 영국 정부의 외교 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중국 정부 고위 간부에게 넘긴 혐의를 받았지만, 친중 성향의 노동당 정부가 중국을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가 기각되면서 무죄로 풀려났다. 당시 MI5의 수장인 켄 맥컬럼은 “스파이 사건의 공소 취하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영국은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 신축 문제로도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 측이 설계 도면에 검게 칠해진 부분에 대한 설명을 거부하자 신축 승인 허가를 연거푸 보류하는 중이다.
영국의 중국 스파이 관련 파동은 한국에도 상당한 교훈을 준다. 중국이 한국의 정치권에도 상당한 연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자나깨나 중국 조심’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