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해군력을 틀어막은 미국의 남중국해 압박전략]
지난 10월 30일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벼르고 별렸던 대만 통일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은 그저 대만일 뿐”이라 일축을 해버린데는 중국이 결코 대만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한 자신감을 표출한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의 해군을 완전히 ‘독 안에 든 쥐’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이터통신은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은 필리핀 북부에 병력과 대함 미사일을 배치하여 끊임없이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 목표 중 하나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바시 해협을 봉쇄하고 중국 군함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직 필리핀 군 참모총장은 로이터 통신에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에서 145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바타네스 섬을 포함한 필리핀 북부를 장악하지 못하면 대만을 결코 침략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 필리핀 북부를 미국의 해군이 철통 방어를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수시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올해 훈련은 미국과 동맹국인 필리핀이 분쟁 발생 시 서태평양 수로를 중국 해군이 통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중국 해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차단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상 기반 대함 미사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보여주었다”면서 “이 미사일은 대만을 침공하려는 중국 함대를 공격하거나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대만을 봉쇄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또한 “중국 해군이 대만 위기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개입 시도에 대응하려면 태평양 깊숙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면서 “또한 중국 해군과 공군은 중국이 대만에 봉쇄를 가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의 대응 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서태평양에서도 작전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필리핀 해군 전 부사령관이자 퇴역 해군 소장인 롬멜 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바시 해협에 대한 중국의 통제권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분쟁 상황에서는 그 결정적인 순간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필리핀군 참모총장을 지낸 은퇴한 에마누엘 바우티스타 장군은 “필리핀 북부를 장악하지 못한다면 대만 침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의 취약점 공략, 아예 제1열도선 철저한 봉쇄]
사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숙원 과제 중의 하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1열도선(第一列島線, First Island Chain, 쿠릴 열도에서 시작해 일본,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등을 잇는 중국 연안에 가장 가까운 섬들의 연속선)을 돌파하는 것이다. 그래야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고 또한 동시에 대만 공격도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야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 난세이제도, 대만, 바시해협,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천혜의 방어 라인이다. 그래서 중국은 제1열도선은 물론이고, 이를 돌파한 제2열도선도 원래는 2020년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첫발도 내딛지 못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무적 해군을 말하며 엄청난 수의 함정들을 만들고 있는 것도 다 이러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의 전략이 그러하기 때문에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바시해협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필리핀 북부지역의 바타네스에 미군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필리핀 군도의 위치를 활용하여 남중국해의 대만이나 기타 분쟁 지역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거나 격퇴하려는 광범위한 펜타곤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7,600개가 넘는 섬과 주요 해상 요충지가 산재해 있는 필리핀은 소위 제1열도선의 중요한 연결 고리”라면서 “제1열도선은 북쪽의 일본 열도에서 시작하여 대만, 필리핀을 거쳐 남쪽의 보르네오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지역 동맹국들이 통제하는 영토의 일련으로, 이 연선은 중국의 연안 해역을 둘러싸는 자연 장벽을 형성하여 빠르게 확장하는 중국의 해군을 견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 해군 대변인 로이 트리니다드 해군 소장은 “신의 섭리에 따라 우리는 이곳에, 이 군도 또한 이곳에 놓여 있다”면서 “우연히도 우리는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톨게이트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워싱턴은 필요하다면 마닐라가 톨게이트를 계속 폐쇄하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아시아에 있는 일부 미국 동맹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안보 보장 공약에 의구심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마닐라 섬 지역의 방어 강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현재 필리핀에서 미국의 개입 양상은 극적”이라면서 “바타네스에서의 합동 훈련은 필리핀 내 미군의 강화된 배치 및 순환 배치의 일환이며, 이는 이제 필리핀에 미군이 상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어 “1992년 필리핀 정부가 수빅 만의 광활한 해군 기지를 철수하도록 명령하여 거의 10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필리핀 내 미군 주둔을 종식시킨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군은 군도 곳곳에서 사실상 지속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미국 군사 공식 성명에 따르면, 필리핀군 참모총장인 로메오 브라우너 장군이 지난 8월 하와이에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인 사무엘 파파로 제독을 만났을 때, 양측은 2026년까지 대규모 훈련부터 소규모 주제에 대한 전문가 교류까지 500회 이상의 공동 활동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장관은 6월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제1열도에서 중국의 공격을 차단하는 데 필요한 역량 현대화”라면서 “이 합동 훈련의 규모와 기간이 확대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는 또한 “필리핀에서는 강력한 순환 전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필리핀과의 훈련 일정도 연장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워싱턴에게 마르코스 대통령 행정부의 이러한 협력은 분쟁 상황에서 중국군을 필리핀 열도 내에 포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마르코스의 전임자이자 포퓰리스트 선동가였던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미국에 공개적으로 적대적이었고, 6년 임기 동안 필리핀을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도록 노력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미국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일 경우, 필리핀은 대만과 인접해 있어 불가피하게 갈등에 휘말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전쟁에 돌입하고 싶지 않지만 대만을 놓고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지르고, 그 혼란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어 “최근 중국의 기동은 바시 해협 접근이 중국의 태평양 전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면서 “일본군 추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해군의 강력한 항공모함 전단은 이 해협을 이용하여 서태평양으로 진입한 후 일본 남쪽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이 마르코스 정권을 위협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소위 ‘회색 지대’ 전쟁을 강화한 것은 필리핀의 전략적 위치 때문”이라면서 “필리핀 법 집행 선박, 군 순찰선, 어선에 대한 이러한 끊임없는 괴롭힘은 명백한 분쟁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주로 남중국해 마닐라 배타적 경제 수역(EEZ) 내에서 발생한다”고 짚었다..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큰 바시해협, 中 잠수함 진출도 억제]
특히 필리핀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바시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우선적으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려면 바시해협을 반드시 장악해야만 한다. 그래서 미군과 필리핀군은 현재 전쟁 발발 시 중국 군함이 바시 해협을 통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미-필리핀 연례 발리카탄(어깨 맞대고 하는 훈련)도 이러한 바시해협 봉쇄를 위한 것으로, 미군은 지난 4월 미 해병대 병력을 공수했다”면서 “그들은 소형 신형 NMESIS 지상 기반 대함 미사일 발사대 중 하나를 이라야 화산 기슭을 향해 경사진 바탄의 공항으로 이동시켰는데, NMESIS는 사거리 300km가 넘는 스텔스 해군 타격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 위치에서 바시 해협을 통과하거나 대만 동쪽 또는 서쪽 해상에서 작전 중인 적군함은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있게 된다”면서 “이러한 봉쇄에는 중국의 잠수함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또한 “필리핀군은 또한 최첨단 지상 발사 대함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면서 “작년 4월, 필리핀은 인도로부터 3억 7,500만 달러 규모의 브라모스 초음속 대함 순항 미사일을 첫 번째로 인도받았는데, 브라모스 미사일은 300kg의 탄두를 탑재하고 최대 사거리 500km”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직 미군 사령관들은 “이러한 미사일을 활용하면, 열도선을 따라 분산된 기동 지상군은 탐지 및 대응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중국 군함과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전략은 중국의 방대한 탄도 및 순항 미사일에 취약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존 기지에 병력을 집중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국과 필리핀이 손을 잡고 바시해협을 봉쇄하게 되면 중국은 결코 태평양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일본 열도를 지나가기도 힘들 것이다. 그곳에는 주일미군이 버티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기 어려울 것이고, 중국의 뜻대로 대양해군으로 성장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한계이기도 하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