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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최악의 미얀마사태, 미국 본격 개입 시작 - 아세안도, 심지어 중국마저도 미얀마 군부에 등 돌려 - 美 설리번 보좌관, 반군지도부와 화상회담 - 미얀마의 봄, 멀지 않는 장래에 다가올 가능성 높아져
  • 기사등록 2021-11-03 22:41:40
  • 수정 2021-11-04 0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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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으로 치닫는 미얀마 사태]


미얀마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악랄함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지난 10월 29일에는 미얀마 군 한 명이 민간인 무장세력인 친주 시민방위군(CDF)에 사살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미얀마 서부 친주(州) 소도시인 탄틀랑에 군부가 포격을 해 160여 채의 주택과 건물이 불타거나 파괴되는 일이 발생했다.


군부의 폭압이 이어지자 미얀마 군인들마저 탈영해 오히려 반군에 합류해 군부 저항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잡은 이후 2500명 이상의 미얀마 군인과 경찰들이 탈영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미얀마군의 탈영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지만 반군부 세력의 무장 투쟁 강화에 병력 손실이 커지자 전역한 병사들까지 다시 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가 지난 10월 2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기존의 연금을 보장하고, 전역 이전 계급으로 복무하면서 월급까지 받을 수 있다”며 전역병들에게 재복무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제안은 60대에 들어선 전역자들에게도 가고 있다.


미얀마 전역병협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2017년 8월 현재 전역 장교가 1만명 이상이고, 20만명 가량의 전역병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쿠데타 초기 군을 탈출한 깐 코 대위는 이런 움직임은 반군부 세력의 무장 투쟁으로 군이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 모병 작업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부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시민방위군(PDF) 창설 이후 이달 초까지 시민방위군(PDF) 공격으로 숨진 미얀마군은 4천4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여러 어려움에 처한 미얀마 군부는 지난 9월 27일, 10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모든 소수민족 반군을 상대로 5개월간 휴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휴전선언을 계기로 소수민족 반군과 시민 무장세력의 무력 투쟁을 와해하기 위한 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도, 심지어 중국도 미얀마 군부에 등 돌려]


미얀마 군부의 폭압정치가 이어지자 지난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미얀마군부를 배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요한 것은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아세안의 배제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즉, 쿠데타 직후에 미얀마 군부에게 아세안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도 맞설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었는데, 여기에 구멍이 생기면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노리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미얀마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받으며 다양한 압박을 받아 왔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제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정 제2인자인 소 윈 부사령관은 쿠데타 직후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와 한 전화 통화에서 “제재에 익숙하고, 살아남았다. 우리는 소수의 친구와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소 윈 부사령관이 말한 ‘소수의 친구‘는 중국과 러시아의 두 강대국과 아세안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됐다.


소 윈 부사령관의 말대로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중국 관영 언론은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내각 개편’이라고 표현했고, 러시아와 함께 쿠데타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성명 채택을 막았다.


그러나 지난 4월 24일 미얀마 사태에 관한 아세안 정상의 특별 회의 이후에도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 진압과 강경 노선이 이어지면서 미얀마 군부가 의지했던 ‘소수의 친구’들마저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미얀마군부가 그렇게도 믿고 의지했던 아세안이 등을 돌렸다. 아세안은 10월 26일부터 진행된 아세안 회의에 미얀마 군부의 참석을 가로막았다.


아세안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아세안은 폭력이 종식되고 모든 정치범이 석방되며 완전한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뜻이 들릴 때까지 아세안 공식 회의에 (미얀마) 군부 대표를 초청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미얀마 군부는 이에 대해 "미얀마를 배제한 것은 아세안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미얀마 군부의 아세안 참석은 허락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미얀마의 뒷배였던 중국마저도 미얀마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사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의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해산을 목표로 하여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중국은 정작 지난 9월의 공산당 행사에 아웅산 수치의 NLD를 초청한 것이다. 사실상 미얀마 군부를 배척한 셈이다.


또한 군부가 교체하려던 유엔의 미얀마 대사에 대해 미국과 막후 협상 끝에 그대로 유임하는데 찬성했다. 일각에서는 미얀마 군정이 지나친 중국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접촉을 강화한 것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아세안과 중국의 이러한 결정은 미얀마 군부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다 준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비빌 언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부터 2010년까지의 군부 독재 때도 이러한 ‘소수의 친구들’ 때문에 생존해 왔었는데 이젠 그들마저 미얀마 군부를 떠났다는 것은 미얀마 군부가 오래 지탱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만든다.


이뿐 아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도 연일 거세지고 있다. 아세안의 싱가포르도 미얀마의 돈줄을 죄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지난 10월 20일 데릭 콜렛 미국 국무부 특별보좌관과 회동을 갖고 미얀마에 투자한 싱가포르 기업들의 자금을 동결시켜 미얀마 군부의 해외 금융자산 접근 제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등의 현지 투자 회사들이 줄지어 철수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 기업마저 철수하면 미얀마 군부는 심각한 자금난에 처할 수 있다.


심지어 전통적인 우군이었던 캄보디아도 미얀마 군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또한 유럽연합(EU) 의회도 군부 대신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미얀마의 합법적인 대표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NUG는 NLD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정부다.


영국도 오는 12월 열리는 주요 7개국(G7)·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군정 대표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얀마사태, 결국 미국 개입하나?]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드디어 미얀마 사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 26일, 미국 대통령으로서 4년만에 가진 아세안 정상과의 회담에서 "우리의 지속적인 협력은 21세기 직면한 새로운 도전을 헤쳐나가는 데에 중요하다"며 "협력 강화를 위해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출범하려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은 인도태평양 구상에 있어 핵심적"이라며 "아세안은 역내 안보와 번영에 있어 탄성을 유지하는 핵심축(linchpin)"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억류된 사람들의 석방을 군부에 촉구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얀마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길을 찾고 있는 국민들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10월 25일에도 미얀마 반군부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측의 두와 라시 라 NUG 대통령 대행 및 진 마 아웅 외교장관과 화상회의를 갖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미얀마인들의 운동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군부의 과도한 폭력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1988년 반독재 운동을 이끌었던 저명한 반군부 인사 초 민 유(일명 지미)를 포함해 부당하게 구금된 이들의 석방을 위해 미국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백악관이 직접 반군부 진영 임시정부인 NUG 대표들과 접촉했다는 것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앞으로 미국이 미얀마 사태에 깊이 개입할 수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미 국무부도 지난 10월 29일(현지시간), 미얀마를 옛 이름인 버마로 칭하며 "군부 정권이 전국적으로 조직적인 고문을 자행했다는 보도에 우려를 표하며 충격을 받았다"며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책임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미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도 지난 8월 초에 진 마 아웅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가진 바 있으며, 데릭 촐릿 국무부 고문이 이끄는 미 정부 대표단이 지난 10월 하순, 태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순방하면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쿠데타 9개월째에 접어든 미얀마에서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면담하기 위해 1일 미얀마 수도 네피네에 도착했다.


일단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미얀마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번의 만남에서 어떠한 결실을 거두게 될지 주목된다.


빌 리처드슨은 3일 양곤에서 주미얀마 미국 대사를 만났으며, 흘라잉 총사령관을 만날 경우 지난 5월 말부터 구금 중인 미국인 언론인 대니 펜스터의 석방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미국은 최근 들어 미얀마 사태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금 외교적인 발언 뿐 아니라 미얀마 군부를 위한 실제적인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정부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 조이기 작업도 시작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개입이 앞으로 얼마나 더 깊이, 더 폭넓게 진행될 것인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마저 미얀마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의 흐름이 미얀마 군부를 떠났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만간 미얀마에도 봄이 찾아 올 수 있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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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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