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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은 하늘,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 - 중국을 뒤덮은 ‘시진핑 사상, 시진핑 비판 절대 불허 - 中, '학습강국' 인터넷 사이트 만들어 시진핑 사상 학습 강요 - 시진핑 충성 경쟁이 낳은 우상화, 중국 위상에 부정적 영행
  • 기사등록 2021-11-02 21:08:26
  • 수정 2021-11-03 0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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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하늘, 함부로 평가하지 말라!”]


지난 10월 27일, 독일의 뒤스부르크-에센대와 라이프니츠 하노버대 내 공자학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쓴 독일 언론인의 책 출간과 관련하여 온라인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출판기념회를 주관하려던 공자학원은 “누구도 시진핑 주석을 평범한 사람으로 언급할 수 없다”면서 “시 주석은 범접할 수도, 논평할 수도 없는 존재임에도 함부로 논평하려 했다”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공자학원의 이러한 결정에는 독일주재 중국대사관이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대사관은 지난 10월 23일 “공자학원의 활동은 양측 공동의 이익과 관심사에 부합해야 한다”고 밝히며 개입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독일의 일간지 빌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주간지 슈피겔 전 편집장 슈테판 아우스트와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의 중국 특파원을 지낸 아드리안 가이게스가 올 7월 ‘시진핑―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자’라는 제목의 책을 냈는데 이에 대한 출판기념회를 원래 공자학원과 함께 하기로 하고 준비를 했으나 출판기념회를 나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를 하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출판사인 피퍼 페를라크는 “중국의 압력으로 행사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또한 저자인 가이게스는 “이 책은 중국을 균형 있게 다뤘다. 중국은 오직 시 주석에 대한 숭배만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저자인 아우스트는 “거대해진 중국이 그들의 가치를 서양에 강제하려 한다”면서 “시 주석 부하들이 (우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 이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던 라이프니츠 하노버대도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다”며 성명을 냈다.


독일에서의 시진핑 평전과 관련된 이번 해프닝은 시진핑 주석에 관한 한 칭송만 있을 뿐이지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분석이나 비평은 결코 허락될 수 없다는 중국 당국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하늘과 같은 시진핑 주석을 감히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시진핑 주석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를 붙이는 것 조차가 불경스러운 일”이라고 한 것이다.


[중국을 뒤덮은 ‘시진핑 사상’]


지난 10월 20일, 중국 공산당 정부 당국은 2016년 이후 5년만에 ‘화이트 리스트 언론’ 1358개를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이 리스트에 들어야만 포털이나 다른 매체들에서 공식적으로 인용하고 또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할 수도 있다. 뉴스 서비스를 하는 정보기술(IT)업체들은 이 명단에 있는 기관의 글만 전파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아주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 서방 언론에서 자주 인용하고 신뢰를 받고 있는 '차이신망(財新網)'이 탈락한 대신 ‘학습강국(學習強國)’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추가된 것이다.


▲ 중국의 ‘학습강국(學習強國)’ 인터넷 사이트


그런데 이 ‘학습강국’은 지난 2019년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만든 매체로 내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시진핑의 사상 교육, 전파를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특히 곧바로 휴대전화 앱으로도 출시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학습강국’에는 그야말로 시진핑의 말과 글들, 그리고 영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또한 시 주석의 과거 중요 연설이 담긴 ‘시진핑 금구(金句)’, 시진핑의 육성 연설을 올려놓은 ‘시진핑 목소리’ 등의 코너도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학습강국’의 의미다. ‘학습강국(學習強國)’의 ‘학습(學習)’은 그저 ‘배운다’는 의미의 학습이 아니고 ‘시(習) 주석을 배운다’는 뜻이다. 그래서 홈페이지 헤드부분이나 휴대폰 앱의 머릿부분을 보면 유독 ‘학습(學習)’이라는 부분이 강조되어 있다.


그렇게 시진핑 주석을 공부하면 ‘강국(強國)’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학습강국(學習強國)’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가 큰(?) ‘학습강국(學習強國)’을 중국 공산당이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다. 이미 이 ‘학습강국(學習強國)’을 간부와 당원들의 교육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반드시 로그인을 해야 하는 실명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자주 이 사이트에 들어왔는지 금방 체크된다. 아예 학습코너에는 학습성적을 평가하는 개인별 점수 획득란이 있어 얼마나 자주 들어오고 공부를 했는지 모두 기록이 남도록 했다.


예를 들어 로그인하면 1점, 시 주석 관련 관영 매체의 뉴스를 보면 뉴스 1건당 1점, 시 주석 과거 연설 관련 퀴즈 5개를 풀면 1점을 받는 식으로 점수가 누적된다.


또한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문제 풀이 시합을 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아예 떼로 몰려와 이 ‘학습강국’을 함께 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점수제를 도입한 것은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 당원들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점수로 확인해 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일부 기관들에서는 학습강국 사이트에 들어가 일정 점수 이상을 받도록 요구하고, 순위도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학습강국 점수 올리는 법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부작용도 생겨난다.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해 점수를 올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코미디같은 일들이 21세기 중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사상은 이렇게 성인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주입하기 시작했다. 반중국 투쟁을 벌이는 한 트위터리안은 지난 9월 4일, “중국이 아직 판단능력이 부족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벌써 시진핑 사상을 주입하고 있다”면서 “초등학생들의 경우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진리로 믿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일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디.


[국내는 시진핑 사상 고양, 해외는 중국우월주의 확산]


중국은 이미 시진핑 사상에 대한 학습을 중국의 모든 이들에게 강요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홍색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정보기술(IT) 기업, 사교육, 연예계 등을 대상으로 했던 소위 ‘홍색 규제’가 이젠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진핑 주석에 대한 찬양 일색의 인터넷 공간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14일,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인터넷 문명 건설 강화에 관한 의견’을 통해 “시진핑 사상을 지도 사상으로 삼아 사회주의 가치관을 고양하고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당과 정부의 공동 지침을 통해 중국식 사회주의 가치관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터넷 윤리와 행동 규칙을 만들고, 인터넷을 자주 접하는 청소년들에게까지 시진핑 사상을 고양시키는 인터넷 소양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중국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특히 해외에서 중국내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중국은 이미 ‘만리방화벽’으로 불리는 차단체계를 통해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치외에도 인터넷에 대한 기존의 검열 수위를 대폭 높이고 사회주의 선전 선동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내에서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절대 나오지 못하도록 틀어막고, 외부에 대해서는 중국 우월주의를 대대적으로 퍼뜨리면서 중화사상을 강조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21일 뉴욕타임스(NYT)는 “SNS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비판한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인 보스턴 셀틱스의 센터 에네스 칸터에 대해 극단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나오는 모든 경기의 중국내 방영을 중단시킨 것이다.


칸터는 10월 20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올린 2분 46초 분량의 영상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영상에 등장했는데, 그는 여기서 “중국 정부가 티베트에 대해 문화적인 인종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부끄러움을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에 대해 ‘잔인한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칸터는 이와 별도로 ‘티베트 독립’이라는 문구를 주제로 한 주문제작 농구화 사진을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중국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NBA 경기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칸터의 소속팀인 셀틱스 경기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와 함께 “셀틱스의 향후 경기도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칸터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 시행되자 칸터는 10월 24일(현지시간)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메시지와 일러스트가 그려진 농구화를 신었다.


칸터는 트위터에 농구화 이미지를 올리며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에게 누군가가 교훈을 줘야 한다”며 “나는 진실을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침묵시킬 수 없다”고도 했다.


칸터가 트위터에 공개한 농구화 이미지를 보면, ‘자유중국’과 ‘중국을 자유롭게(Free China)’가 각각 한자와 영어로 쓰여 있다. 또한 반대편에는 천안문 시위 진압을 비꼬는 일러스트와 칸터가 시진핑을 상징하는 ‘곰돌이 푸’의 머리를 들고 있는 일러스트가 들어갔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주석을 곰돌이 푸에 빗대 ‘시니더푸(Xinnie the Pooh)’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6일, “시진핑 주석을 곰돌이 푸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시 주석을 화나게 해 묘사가 중국에서 금지됐다”고 했다.


칸터는 중국을 향해서만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터키 국적자였던 칸터는 2016년 에르도안 정부에 반대하는 군부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 정부를 비판하며 미국에 망명중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Fethullah Gulen)을 추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깨어있는 스포츠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칸터의 행동에 대해 터키 정부는 2017년 칸터의 여권을 무효화시켰으며, 그를 테러 조직의 회원이라고 비난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중국은 이렇게 시진핑 비판 사상의 국내 유입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한편 해외를 향해서는 엄청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외교관들이 총 동원되어 늑대전사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러한 소식을 중국내에 전파하면서 애국심을 고양시키고 있다.


지난 9월 14일에는 일본이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하자 베트남 주재 중국대사관이 일본을 ‘도둑’에 비유해 말썽을 일으켰다.


또한 친강 주미대사는 지난 9월 미중 관계회의에서 “입을 닥쳐라(Please Shut Up)”라는 강경한 표현으로 미국을 비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중국이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지적한 영국 의원 7명에게 제재를 가하자 지난 9월 14일 영국 상·하원은 정쩌광 영국 주재 중국대사의 의회 출입을 금했다. 여기저기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왜 이럴까? 다름아니라 시진핑에 대해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러한 행동들이 과연 시진핑의 위상에 도움이 될까? 결코 아니다. 중국의 이미지는 갈수록 나빠지고 그로 인해 시진핑 주석은 갈수록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뻔한 사실을 그들만 모른다. 왜 그럴까? 이들에게는 중국 국민도 없고 국익도, 그 누구도 안중에 없다. 오직 시진핑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바보스러운 판단이 지금 중국을 혼돈 가운데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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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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