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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 ‘핵 선제 불사용’ 검토에 뿔난 동맹국들 - 미국의 핵 선제 불사용 원칙 결정시 핵보유 논란 불가피 - 미국 ‘핵 선제 불사용’ 검토, "중국과 북한에 선물 주는 것" 반발 - 바이든, 동맹국들 강력 반발 무시하고 강행할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21-11-01 14:47:56
  • 수정 2021-11-02 08: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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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핵 선제 불사용’ 검토…동맹국 집단 반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핵 선제 불(不)사용(No First Use)’ 원칙을 채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유럽·태평양 지역의 주요 동맹국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핵전략 지침으로 새롭게 작성중인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 Nuclear Posture Review)’에 미국의 핵 정책이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는 ‘선제 불사용’이나 적국이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것을 단념시키거나 미국을 공격한 상대에 보복할 때만 핵무기를 사용하는 일명 ‘단일 목적’(sole purpose)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동맹국들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동맹국들의 반발은 미국이 올해 초 동맹국들에 핵무기 정책 변화와 관련 질문지를 보내면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동맹국들은 어떤 정책 변화도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압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0월 초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를 방문했을 당시 동맹국들의 로비가 상당히 치열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이와 함께 “동맹국들은 핵 선제 불사용 정책에 대한 동맹국 내 반대 의견을 미 당국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10여 명의 의회 내 유럽 및 아시아 관료들, 비평가들을 인용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연내 NPR 보고서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동맹국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도 민주당이 ‘핵 선제 불사용원칙 법안(No First Use Act)’이 올라와 있다.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군사위 소속 의원이 올해 4월에 제출한 이 법안은 “미국은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법으로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은 “핵전쟁 위험성을 줄이고 미국과 적성국가간 상호 핵 위협을 감소시키겠다”는 취지로 제출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의회 내부에서는 “중국 및 러시아, 그리고 북한 등의 적성국가들이 핵도발 수위를 높임으로써 오히려 핵전쟁의 위험이 증가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 정책 수용 가능성은?]


사실 미국이 핵 사용 정책에 변화를 고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오바마정권 때도 ‘핵 없는 세계’를 내세워 2016년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검토했었다”고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어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도 추진파로 알려져 있었다”면서 “당시 일본 등 일부 동맹국의 반대로 미국 정부가 포기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반대에도 핵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도 ‘단일 목적’으로의 전환을 지지한 바 있으며 취임 전에는 외교전문지에 “핵 보유 목적을 핵 공격 억지와 반격에 국한해야 한다”며 “동맹국과 협의해 새로운 핵전략을 짜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여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최근 안보 정책에서 동맹국이나 군사 고문의 의견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핵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는 “‘단일 목적’ 정책은 ‘선재 불사용’ 정책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둘 중 어느 하나를 채택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우리 동맹국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의 ‘핵 선제 불사용’ 검토가 문제인 이유?]


그동안 미국은 핵무기 정책과 관련하여 전략적 모호성을 펴 왔다. 다시말해 경우에 따라 적의 핵 공격이 임박한 경우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둠으로써 적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써 왔다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나 생화학 무기 등의 공격을 받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여지를 만들어놨다. 적성국의 어떠한 군사적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사전 억지력을 발휘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4월 미 연방 의회에 각종 정책 분석을 제공하는 미 의회조사국(CRS)도 ‘미국의 핵무기 정책: 핵 선제 불사용 고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현재 선제적 핵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것은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핵 위기 고조가 재래식 전쟁 혹은 화학 및 생물학 무기에 대한 억지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분명한 보호막이 되어 왔었다.


그런데 “만약 바이든 정부가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 또는 ‘보복 공격에 사용한다’는 식으로 핵 사용 원칙을 보다 분명하게 명시하게 되면 그러한 표현이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을 담대하게 만들 수 있다며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또한 익명의 한 유럽 관계자도 FT에 “이 정책은 러시아와 중국에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등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촉발해 그 지역의 군비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핵 선제 불사용 정책 검토 자체가 동맹국들을 집단 공황 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FT가 전했다. 당연히 “미국의 새정책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도록 자극하고 지역 내 군비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주장대로 미국이 선제 불사용원칙을 채택하게 될 경우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미 자체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미국의 방위 공약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핵우산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처드 폰테인 신(新)미국안보센터 소장도 “오바마 행정부 이후 러시아 중국 북한의 위협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선제 사용 금지 같은 정책을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미국이 핵선제 불사용 원칙을 결정하게 된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뜻이야 어떻든 만약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으로 방향을 정하게 된다면 당연히 북한의 김정은에게는 남한을 압박하고 위협하는데 있어서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북한 핵의 위력은 남한에게 더욱 크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는 공동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27년쯤 북한이 핵무기 최대 242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십 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북한의 핵보유가 지금의 중국 수준과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보유는 이미 ‘자위적 핵무장력’을 넘어 다양한 핵 위협을 대한민국을 포함해 가까운 일본에게 가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서해의 일부 도서 점령 후 우리의 반격을 막는 핵 위협, 한국의 주요 도시에 대한 핵 위협, 그리고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하는 미국에 대한 위협 등을 구사할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결국 북한의 핵을 용인하고 여기에 미국의 핵우산 자체가 선제 불사용원칙으로 변경된다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존재 자체도 위험해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로서는 딱 한가지의 방법밖에 없다. 우리도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냉전 시대 핵무기 4만기를 가진 소련에 대해 미국은 핵무기 3만기를 확보하고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구사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확증파괴 전략’이란 “소련이 미국에 섣불리 핵무기를 사용했다가는 자신도 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줘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 상호확증파괴 전략으로 미·소 간 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핵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냉전은 냉전으로 끝났던 것이다. 40여 년간 지속된 동서 냉전 시대에 소련 사람들은 미국에 두려움(fear)과 존경(respect)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똑같은 전략으로 가야 한다. 바로 ‘상호확증파괴 전략’이 그것이다. 지금 북한은 우리에게 존경은커녕 두려움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아예 대통령까지도 능멸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우리 식의 ‘상호확증파괴 전략’을 보유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미국의 핵우산을 신뢰할 수 없다면 우리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갖는 방법이고, 그렇지 못할 상황이라면 북한보다 우월한 수단으로 북한 정권을 궤멸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미 미국내에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와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사령관과 유럽 총사령관을 역임한 스캐퍼로티 장군이 최근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아태 지역 동맹국들을 위해 유럽과 마찬가지로 핵기획그룹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나토식 핵공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핵기획그룹(NPG)’이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조율 기구를 말하는 것으로,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과 핵전략을 논의할 목적으로 1966년 설립됐다. 여기서 유사시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5개 나라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협의도 관장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싱크탱크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시카고 카운슬)는 지난 2월,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 핵 기획그룹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미국 의회조사국(CRS)도 지난 3월 16일 발표한 ‘비전략적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와 관련해,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억지력을 신뢰할 수 없을 경우 자체적으로 핵무기 획득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북한 및 중국과 같이 핵무장을 한 이웃 국가들로부터 위협이나 협박을 받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가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재 이러한 인식이 한국 전체의 지지를 받진 못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안보보장이 취약(fragile)하다고 본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만약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수용한다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 낮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 자체로 핵무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의 아태소위원회 공화당 측 간사인 스티브 섀벗 의원(오하이오)도 지난 3월 16일, “중국이 밤에 깨어있도록 겁주는 것은 핵을 가진 일본이나 핵을 가진 한국”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한·일 모두에 위협이고, “따라서 그들은 스스로 핵무장을 고려할 모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핵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과의 동맹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끝내 결정한다면 아마도 미국이 먼저 한국이나 일본의 핵무기 자체 보유 또는 이에 준하는 대응, 곧 핵공유를 포함해 다양한 보완책을 강구하도록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결국 미국의 핵 선제 불사용 원칙 결정이 난다면 미국은 사실상 핵우산 제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전략을 한국이나 일본 측에 제시해야만 할 것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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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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