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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토사구팽 - 수족 다 잘리는 시진핑의 오른 팔 왕치산의 위기 - 중국 관리 부패 폭로하던 차이신망도 퇴출대상 - 시진핑 위해 모든 것 다바쳤던 왕치산의 물락, 공포통치 시작 전조
  • 기사등록 2021-11-01 13:57:50
  • 수정 2021-11-01 16: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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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오른 팔, 왕치산의 위기]


오늘날의 시진핑 권력은 사실 왕치산(王岐山·73) 국가 부주석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시진핑은 절대적으로 왕치산에 의지해 왔다.


특히 왕치산은 2012년 시진핑이 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권력 서열 1위와 6위로 만나 시진핑의 권좌를 든든하게 다지기 위한 반 부패캠페인을 벌였는데 이 캠페인을 이끈 이가 바로 왕치산이었다.


그뿐 아니다. 왕치산은 중국의 금융 위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태때도 맨 앞에 서서 위기를 타파해 간 시진핑의 해결사였다. 그러다가 지난 2017년 당 대회에서 ‘칠상팔하’(67세 잔류, 68세 은퇴)에 걸려 은퇴했지만, 시진핑은 그를 다시 불러내 이듬해 3월 의전 서열 8위의 국가부주석으로 부활시켰다. 그만큼 시진핑에게 있어 왕치산은 ‘입속의 혀’와 같은 오른 팔로서 시진핑의 앞길을 개척해 나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과 완전한 신임을 받고 있는 왕치산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그런데 그 조짐이 웬만한 태풍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진에 엄청난 해일까지 동반할 정도의 먹구름이 가득하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부패혐의에 걸려든 왕치산의 수족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반부패 캠페인의 선봉에 섰던 왕치산의 수족들이 바로 그 부패혐의로 체포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2일에는 왕치산의 수족인 푸정화(傅政華) 전 사법부장(장관)이 체포됐다. 그는 왕치산이 베이징 시장을 할 때 공안국 부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10월에도 왕치산의 집사였던 둥훙(董宏) 중앙순시조 전문위원의 낙마했다. 또한 런즈창(任志强) 전 위안화(遠華) 그룹 이사장도 부패 혐의로 18년 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지난 10월 13일부터는 중앙기율위의 중앙순시조가 25개 금융기구 조사를 시작했다. 중앙기율위의 중앙순시조는 한마디로 현대판 암행어사라 불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조직이다.


그런데 이들 조직이 중국의 금융기관들을 감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그 금융기관들을 총괄하는 책임자, 곧 금융부총리가 바로 왕치산이었고 그로 인해 금융기관들은 사실상 무풍지대였는데 이번에 전면적인 사정 대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러한 중앙기율위의 금융기관 사찰은 한마디로 왕치산을 때려 잡겠다는 신호나 다름없다고 평가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당연히 금융기관에 포진하고 있던 왕치산의 수족들이 줄줄이 걸려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위기 맞은 왕치산의 언론들]


이러한 왕치산 수족들의 체포 또는 수사에 이어 왕치산의 또다른 배경이 되어 왔던 언론들도 줄줄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공산당 정부 당국은 2016년 이후 5년만에 ‘화이트 리스트 언론’ 1358개를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이 리스트에 들어야만 포털이나 다른 매체들에서 공식적으로 인용하고 또 인터넷에 기사를 게재할 수도 있다. 뉴스 서비스를 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이 명단에 있는 기관의 글만 전파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에 화이트리스트가 지난 2016년보다 4배나 늘어났음에도 탈락된 매체들이 있었다. 이 중에서 눈에 띈 매체가 바로 고위층 부패와 정부 실정에 관한 보도로 이름난 매체인 '차이신망(財新網)'이다. 이 매체를 운영하는 이가 바로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란 별명을 얻은 기자 출신 후수리(胡舒立·68)다.


훙얼다이(紅二代·혁명 유공자 2세대)인 후수리는 중국 공산당 고위 관료의 비리 관련 기사를 잇달아 보도하면서 2014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바로 그 후수리의 뒷배가 바로 왕치산이라는 점이다. 사실 중국과 같은 언론 환경에서 '차이신망(財新網)'이 거침없는 폭로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 뒤에 왕치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왕치산이 반부패캠페인을 벌일 때 차이신망이 폭로 보도를 하면 그 다음 왕치산의 중앙기율위가 조사에 나서는 형식으로 차이신망은 사실상 중앙기율위와 손발을 맞춰 반부패캠페인을 이끌어 갔다,


그 당시 주로 차이신망의 폭로 대상으로 오른 이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아들 장멘헝(江綿恒) 상하이 과학기술대 총장 등 상하이방의 거물들이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차이신망을 비롯한 차이신미디어의 일부 지분을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차이신미디어는 인터넷 신문 차이신망, 주간지 ‘차이신 주간’ 등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마윈에 대한 중국 공산당 정부의 탄압이 시작되면서 이 지분은 모두 처분하게 된다.


결국 알리바바의 차이신미디어 지분 처분은 사실상 왕치산-후수리-마윈으로 이어지는 개혁파 세력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경고라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개 숙인 왕치산, 그의 미래는?]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왕치산은 그야말로 넙죽 엎드리고 있다. 올해 4월 보아오(博鰲) 포럼에 나타난 왕치산은 이렇게 말했다.


“내 역할은 임시 사회자다. 임시 사회자 역시 꽤 중요하다. 시진핑 주석의 치사 순서를 알려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 중국, 우리 주석에 대한 높은 존중을 보여준다.”


사실 왕치산은 시진핑을 넘어설 꿈은 꾸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최선을 다해 시진핑을 보필했고 그의 앞길을 개척해 온 존재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 일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자신의 인맥들을 만들고 키워왔을 뿐이다.


그런데 반부패캠페인이라는 사정기관의 막중한 일을 하다보니 그 권력의 크기도 커졌고 그에 비례하여 왕치산을 우러러보는 공산당내 세력들도 많이 생겨났다. 시진핑으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줄이 생긴 셈이다.


시진핑은 지금 자신의 권력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을 하나 둘씩 제거해 가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계파나 세력을 가진 이들은 무조건 배척해 간다. 중간 지도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온전히 자신만을 향해 충성하는 시진핑파 곧 ‘시(XI,習)파’를 만들어 가려하고 있다. 공산당의 뿌리부터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다.


왕치산은 이미 힘을 잃었다. 토사구팽 당한 것이다. 이는 시진핑의 통치 스타일이 권력 분점이라는 그동안의 중국공산당 통치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시진핑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왕치산은 아마도 내년 초쯤이면 자연스럽게 권력 재구성이 이루어지면서 완전히 뒷방 늙은이 취급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대우해 주면 한때의 오른 팔로서 예우를 해 준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는 10월부터 펼쳐지는 금융기관 사정 결과를 들이대면서 왕치산 또한 부패혐의를 씌워 숙청될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왕치산이 숙청 대상으로 오른다는 것은 엄청난 공포통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시진핑에 온 몸 다해 충성해도 자신의 세력을 형성하는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사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시 주석 집권 이전인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까지 모두 들여다 보고 있다. 그 시기에 권력을 배경으로 힘깨나 썼던 사람들의 연줄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北京)대 청렴정치연구센터 좡더수이(莊德水) 부주임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당국이 반부패 전쟁 다음 단계로 2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 사례 조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미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난 20년간의 석탄 산업 분야 부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중국 공산당의 고위직을 점령하고 있는 모든 인물들의 뿌리까지 파헤쳐서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반란의 세력들을 완전히 제거해 버리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오른 팔이었으면서도 태자당의 뿌리였기 때문에 그 휘하에 자신에게 대들 수 있는 세력을 둔 왕치산이 사실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이 모든 일들은 내년 가을 중국판 대선인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 재분배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5년 전에는 쑨정차이(孫政才) 정치국 위원이 낙마했다. 그렇다면 2022년의 권력 재분배에서는 누가 시진핑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될까? 현재로서는 왕치산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공고진주(功高震主·공이 높으면 황제를 불안하게 한다)라고 했다. 왕치산이 바로 그 토사구팽의 대상인 듯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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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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