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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교황은 과연 북한을 방문할 수 있을까? - 3년전과 마찬가지로 교황청은 文의 교황방북 요청에 침묵 - 교황, 文의 방북 요쳥에 원론적 답변만 했을뿐, 확대해석 곤란 - 염수정 추기경, "교황 북한 방문 어렵다!"
  • 기사등록 2021-10-31 23:01:01
  • 수정 2021-11-01 08: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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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을 알현한 자리에서 교황의 북한 방문을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바티칸뉴스]


[교황에 방북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북한 방문을 재차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궁 2층 교황의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요청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라며 “북한에서 초청장이 오면 평화를 위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교황 방북 의지 다시한번 확인했다”, 의미부여하는 청와대]


문 대통령의 교황에 대한 방북 요청과 교황의 화답에 대해 청와대는 “방북에 대한 교황님의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문 대통령과 교황 면담 당시 방북 초청보다 진전이 있느냐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한 것이다.


[3년 전의 데자뷰, “교황의 방북 요청”]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요청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3년전인 지난 2018년 10월, 교황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황 평양 초청 의사를 직접 전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난지 한달만에 교황을 만났었는데,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회담을 했을 때 김정은의 교황초청 의사를 확인했다”면서 교황 방북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 당시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어로 ‘나는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라며 사실상 방북 초청을 수락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방북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 전제 조건인 김정은의 교황 초청은 이뤄지지 않음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소멸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7월에도 문 대통령은 11월 하순 태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으로 있던 교황의 북한 방문을 슈에레브 주한교황청 대사를 통해 재차 요청하기도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교황의 방북 문제는 지난 7월 5일에도 박지원 국정원장의 입을 통해 남북간에 추진되고 있음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지원 원장은 전남 목포산정동 성당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7월 9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청 2인자인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추진 메시지를 불쑥 던졌다. 그 당시에도 파롤린 국무원장은 “북한에서 공식 초청장이 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해서 한국은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지만 정작 북한은 아무런 답이 없으며, 교황청은 이에 대해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이라는 대답을 도돌이표처럼 행하고 있는 셈이다.


[교황청의 공식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런데 참으로 의아한 사실이 하나 있다. 문 대통령이 교황을 면담하면서 교황의 방북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정작 로마 교황청의 공식 발표내용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문대통령의 교황 알현 소식을 저놘 바티칸 뉴스


교황청의 소식을 전하는 ‘바티칸뉴스’는 10월 29일(현지시간)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다”면서 “양국(바티간-한국)간 좋은 관계와 가톨릭교회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교황청 공보실이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교황청 공보실의 보도내용 어디에도 교황의 방북관련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같은 사실은 지난 3년전 교황의 방북요청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그 당시에도 청와대가 “교황에게 방북을 요청했고 사실상 교황의 방북이 결정됐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연합뉴스가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그리고 유럽 언론들은 연합뉴스를 전재하여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도 바티간은 교황의 방북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바티칸 인사이더 바티카노(VATICAN INSIDER VATICANO)라는 매체는 로마 교황 관련 일정이나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바티칸 시국 국무장관인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주교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북한에 초청했고, 교황은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불과 몇 시간 만에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우리는 북한의 초청이 공식화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초청장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방북이 확정된 듯한 언론들의 뉴스 타전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파롤린 국무장관은 또 "방문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교황 방문이 수행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될 조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파롤린 국무장관은 이어 "교황이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이런 방문은 진지한 고려와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롤린 국무장관의 발언은 “지금 교황의 방북이 확정되었다”고 떠드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완전히 확정된 듯한 보도 때문에 상당히 당혹해하는 분위기를 보였던 것이다.


파롤린 국무장관의 인터뷰 내용의 핵심은 우선 “교황의 방북은 여러 절차와 조건이 성숙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며, 둘째로는 “교황 방북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외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 즉, 초청장이 오면 반드시 북한에 가겠다는 보도 내용은 교황의 발언이 아닌 한국 정부의 확대해석”이라고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알현했다는 기사를 실은 독일의 유력매체인 도이체벨레(DW)도 “교황이 북한 방문에 대한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맞지만, 정작 바티칸은 교황의 북한 방문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며, “교황은 단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3년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교황의 방북 요청을 한 것에 대해 교황청은 역시 3년 전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북 요청에 대해 지난 3년 전과 똑같이 “북한의 공식 초청이 있다면 그때 검토해 볼 것”이라는 아주 원론적인 답을 했을 뿐이다. 이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티간의 매체들은 아예 문 대통령의 북한 방문 요청 사실 자체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VOA가 교황청에 질의하자 교황청은 “문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발전 희망을 공유했다”면서도 “교황청은 '방북' 관련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과연 ‘교황 방문 요청’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북한의 김정은은 과연 교황의 방북을 요청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만약 그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진즉 이루어졌을 것이다. 아마도 2018년 9월 문 대통령의 방북 당시 문 대통령이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는 것이 북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권유하자 그렇다면 초청을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곧 김정은 역시 진짜로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아주 원론적인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김정은이 진짜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할 의사는 사실상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전혀 없다. 주체사상과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결코 양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에 따른 수령을 유일사상으로 신봉하는 북한에서 만약 하나님을 인정하게 된다면 수령은 신(神)의 위치에서 인간의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더더욱 ‘김정은주의’를 본격화하는 지금의 북한체제에서 종교의 자유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북한에서 선전용으로 말하는 종교는 대외적 정치선전용 조직일 뿐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기독교인이나 가톨릭 교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철저하게 숨어서 하나님을 믿는 지하교회 교인들만 있을 뿐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지금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1991년 북한 당국이 ‘요한 바오로2세 교황 방북 TF’를 꾸렸던 사실을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동구 사회주의권이 몰락하자 북한 정권은 교황 방북 이벤트를 통해 외교적 고립 탈피를 노렸다고 한다.


그런데 교황 방북과 관련한 논의가 한참 무르익던 중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렸는데, 바티칸에서 ‘진짜 신자를 보고 싶다’고 연락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한 할머니를 찾았는데 할머니는 소식을 듣자 “한 번 마음 속에 들어온 하느님은 절대로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김정일은 교황 초청 계획을 접었다는 것이다.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과연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할 수 있을까? 일단 지금의 북한 경제난은 교황을 초청하기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이미 임기가 끝난 중국 베이징의 북한대사마저도 북한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교황의 방북을 과연 요청할 수가 있을까? 아마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의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북에서 비핵화를 투명하게 의사 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교황님의 북한 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월간조선이 23일 보도했다.


염 추기경은 "해방 당시 북한에 57개의 성당이 있었고, 5만3000~5만7000명에 이르는 신자가 있었으나 전쟁 발발 6개월 전에 이미 신부님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가 있을 것"이라며 "이들은 박해 시대의 신자들처럼 속으로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건이 돼야 교황님께서 가실 수 있을 것"이라며 "교황님의 북한 방문을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바이든에게 교황방북 초청 사실 알린 문대통령]


상황이 이러한데도 문 대통령은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정상들의 전체 사진을 찍기 위해 잠깐 기다리는 동안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2~3분 정도 잠깐 만난 자리에서 “교황님이 북한의 초청장을 받으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한반도 문제 해결에)진전을 이루고 계신다”고 화답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는 자칫 엄청난 외교적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전혀 진전이 되고 있지도 않은 사항을 마치 상당히 진전이 되어 곧 이루어질 것같이 말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에서는 한국정부의 교황 방북 추진에 대해 강한 반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교황의 방북이 김정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지 의심스럽다”며 “김정은이 무척 갖고 싶어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뿐”이라고 했다.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교황은 과거에 인권침해 국가들을 방문했지만, (그 나라들은) 북한처럼 신자들을 잔인하게 근절하지 않는 천주교 국가들”이라며 “북한 정권 수준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보좌관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상태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 7월에는 지병인 결장 협착증을 치료하기 위해 대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열흘 만에 퇴원했다. 올해 85세인 교황은 10대 때 폐 질환을 앓아 한쪽 폐를 잘라냈다. 최근에는 거동이 다소 불편한 모습이 목격되는 등 고령으로 인한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캐나다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자행됐던 인권 유린과 잇따라 터져 나오는 교황청 내부 비리·부패 문제로 마음도 편치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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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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