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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자존심 꺾은 중국, 호주에 화해 손짓 - 중국, 늑대전사 외교 선봉 호주 대사 교체 - 호주와의 관계악화로 중국만 손해, 관계 반전 계기 삼을 듯 - 중국의 무역 보복 극복한 호주, 중국과 거리두기 외교할 것
  • 기사등록 2021-10-30 20:13:49
  • 수정 2021-10-31 08: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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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늑대전사 외교 선봉 호주 대사 교체]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에 발 맞춰 호주가 반중(反中)전선의 선봉에 서있는 가운데 중국이 결국 주 호주 대사를 교체하기로 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주 호주대사로 있던 청징예(成竞业) 대사는 중국식 공격외교인 전랑외교의 최전선에서 호주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펴 왔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늑대전사 외교의 대표격인 청징예 대사가 중국과 호주와의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호주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도 28일, “캔버라 주재 중국 대사가 양국 관계 악화에 따라 지난 21일 사임했다”고 밝혀 주 호주대사의 경질이 양국간 관계 악화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청징예 중국 대사는 최근 호주를 떠나며 호주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과 호주 관계의 어려운 국면이 가슴 아프다"며 "호주 측이 상호존중과 평등, 상호이익을 토대로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노력해 양국 관계가 하루빨리 올바른 궤도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임을 하면서도 지금의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을 호주 정부에 돌린 것이다.


[악화된 호주-중국간의 관계]


몇 년전만 해도 호주와 중국간의 관계는 정치·경제적으로 아주 밀접했다. 2019년만 해도 호주 내 외국인 유학생이 년간 40만명 정도 되었는데, 그중 약 30%가 중국인이었고, 130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호주를 찾아 15조원을 썼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호주의 대 중국 무역 의존도는 무려 35%에 달할 정도였다.


그런데 2018년 스콧 모리슨 총리가 취임한 이후 호주를 제2의 중국으로 만들려 하는 중국의 외교전략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에 맞서 대 중국 외교 정책을 전반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대 중국 전략에 발맞춰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하자 중국은 거칠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을 향한 호주의 결정타는 2020년 4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공개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코로나 기원 국제 조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당시 청징예 대사는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주가 중국에 대해 계속해서 불친절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중국 유학생들과 관광객의 호주 방문을 재고하게 할 것”이라며 “호주 소고기와 와인의 중국 수입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호주 상업투자관광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은 청 대사의 발언이 무례하다고 비판한 바 있었다.


그런데 청징예 대사의 호주를 향한 경고는 결국 현실이 됐다. 중국은 호주를 향해 “중국의 외교 원칙에 대해 대드는 나라가 어떻게 몰락하는지 그 표본을 보여주겠다”면서 호기롭게 무역보복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중단하고 11월에는 수입 제재 품목을 과일과 수산물까지 확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한 중국의 무차별적 무역보복에 대해 호주는 무릎 꿇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4월 21일에는 중국몽의 세계화 도구로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겸 21세기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전격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역공을 가했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빅토리아 주정부가 지난 2018년, 2019년 일대일로 참여를 위해 중국 정부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등이 우리의 외교 정책과 맞지 않고 국익도 해친다”며 외국관계법(Foreign Relations bill)에 따라 4건의 MOU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5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피터 더튼 호주 국방부 장관은 “호주 정부가 중국 기업과의 수천 건에 달하는 업무협약을 외교적 사안으로 판단해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 정부가 사실상 중국과의 외교적 단절에 가까운 국면으로 몰아치기를 시작한 것이다.


결국 중국의 거친 반발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중요한 전략자원 항구이자 관문인 다윈항에 대해 노던준주 정부가 5억600만 호주달러(약 4355억원)를 받고 운영 통제권 100%와 항만 소유권 80%를 넘겨주면서 99년간 임대해줬던 사안은 백지화됐다.


중국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이 “호주는 신발에 붙은 껌 같은 귀찮은 존재라서 가끔 돌에 문질러줘야 한다”면서 노골적으로 비하했지만 호주의 반격은 끝내 중국 경제 전체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외교 및 국방 정책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면서 결국 중국을 무릎꿇게 만들면서 중국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뭉개버린 셈이 된 것이다.


중국이 호주에 대해 무역보복을 해 올 때 스콧 모리슨 총리는 “우리 가치관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압박에 결코 무릎 꿇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그 말대로 꼿꼿하게 중국에 맞서 대응을 한 호주가 외교전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커다란 승리를 거둔 것이다.


[호주는 지금...]


중국이 본격적으로 호주를 향한 무역보복을 시작한지 16개월여가 지난 지금 호주는 환하게 웃고 있다. 반명 중국은 지금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든 셈이 됐다.


코로나 불황까지 겹쳤지만 지난해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1년 전 보다 2.1%만 감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21% 넘게 늘어났다. 무역보복을 한다면서 수입규제를 했지만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중국이 수입을 하지 아니하면 당장 피해를 보는 품목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호주의 완승이었다.


특히 철광석은 호주의 대중 수출액에서 60%가 넘는 최대 단일 품목이다. 그런데 중국은 호주로부터의 철광석 수입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한다. 중국 전체 철광석 수입량의 60%에 이르는 호주 철광석은 고(高)순도인데다, 대체재가 없어 수입을 줄일수록 중국 경제가 더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석탄도 그렇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 호주가 받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손을 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엄청난 판단 착오였다. 호주는 즉각 수출 다변화 정책을 쓰면서 곧바로 인도와 한국 등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석탄의 수출은 중국에 대한 수출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거의 대부분 회복했다. 그런데 정작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중국은 석탄 부족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호주는 중국에 또다른 치명타를 안겼다. 미국, 영국과 함께 오커스 동맹을 발족시키며 핵잠수함까지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쿼드 동맹을 통해 인도-일본 등과 함께 대 중국 방어를 위한 군사훈련까지 집중하면서 중국의 턱 밑에서 중국을 되려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호주를 향한 위협이 역으로 호주로 하여금 사자와 같은 본성을 깨우면서 동맹 강화로 나가게 만들었고, 더불어 중국의 무례에 대해 강력 대응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해 왔던 프랑스는 호주에 대한 잠수함 수출이 막히면서 된통 된서리를 맞게 되었다.


[대사를 교체하는 중국의 의도는?]


그렇다면 이러한 시점에서 호주 대사를 교체하는 중국의 속셈은 과연 뭘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졸지에 수세로 몰리면서 중국 경제의 위기뿐 아니라 중국의 외교적 고립 상황을 몰고 온 지금의 중국-호주 관계를 다시금 반전시켜 보려는 의도가 이번 인사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중국 정부는 지금의 중국-호주간 관계 악화 원인을 늑대외교를 펼쳐왔던 호주 대사의 개인적 일탈 정도로 취급하면서 대사를 부드러운 관계 추구가 가능한 새로운 인물로 교체해 다시금 호주와의 관계를 회복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호주의 페인 장관은 이와 관련해 “중국이 새로운 호주 대사를 임명하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아마도 중국은 새로운 호주 대사로 늑대외교 스타일이 아닌 온건한 이미지를 가진 외교관을 전격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그동안 호주와의 관계 악화를 전임 청징예 대사의 일탈로 돌리면서 호주로부터 다시 석탄 수입도 재개하고 철광석 수입량도 늘리는 대대적인 무역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계기를 새로운 대사 부임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대사는 부임 일성으로 호주와의 관계 회복을 외치게 될 것이다. 이대로 호주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될수록 중국만 손해보고 그것도 중국이 받는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가 되면서 오히려 칼날을 중국이 쥐고 있는 형국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 반전을 하지 아니하면 중국이 진짜 위기를 당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의 전략에 호주는 다시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의 정치적·외교적·경제적 전략을 다 꿰뚫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중국에 이끌려가는 정책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주는 오히려 칼자루를 호주가 쥐는 경제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많다. 새로운 호주 대사가 부임하면서 그동안 제재 대상이었던 호주산 와인이나 밀, 쇠고기 등의 수입규제를 완전 해제하고 다시 석탄 수입도 재개하겠다고 할 것이지만 앞으로 호주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면서 중국이 원하는대로 수출 재개 역시 해 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철광석 같은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오히려 호주가 칼자루를 쥐고 중국을 조종할 가능성이 높다.


호주는 이미 중국의 수입규제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중국이 무역 압박을 가해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호주는 여유를 가지고 중국과의 정치적·외교적·경제적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다.


이렇게 호주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그것도 중국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중국의 어설픈 무역보복이 호주로 하여금 정신무장도 강화하게 만들었고 중국의 호주 침투에 대한 경계심도 갖게 만들었으며 호주의 자강(自强)을 이끌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호주 중국대사의 전격 교체는 중국식 전랑외교의 종말을 보는 듯하다. 더불어 중국이 전 세계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중국식 막무가내 외교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분명히 보여 주었다.


결국 호주는 자유세계 진영에 중국이라는 종이호랑이를 다루는 방법을 상세하게 가르쳐준 교과서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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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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