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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고개 숙인 푸틴, 에너지 무기화 결국 포기 -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 방침에 독일-영국-미국 등 강한 압박 - 에너지 무기화 이후 러시아가 입게 될 후유증도 고려한 듯 - 건강 이상설도 나오는 푸틴, G20등 국제기구 모임에도 불참
  • 기사등록 2021-10-29 20:56:01
  • 수정 2021-10-30 07: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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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에너지 무기화’ 비난에 결국 굴복]


에너지 무기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유럽을 압박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강한 항의에 결국 꼬리를 내리면서 국영 가스 기업인 가즈프롬에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27일(현지 시각) 화상으로 진행된 야말반도의 자원 개발 관련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Gazprom)의 알렉세이 밀레르 최고경영자(CEO)에게 대(對)유럽 공급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11월 8일까지 러시아의 지하 저장소에 천연가스 공급을 마친 뒤 유럽 저장소에 천연가스 공급량 확대하라”며 “이 계획은 올 겨울 유럽의 에너지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밀레르 CEO는 “가즈프롬이 11월 8일까지 러시아 저장소에 726억㎥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을 완료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심경 변화는 국제사회로부터 ‘에너지를 정치적 무기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러시아가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유럽의 강력한 저항이 이어지자 결국 공급량을 조정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왜 에너지 무기화를 포기했을까?]


러시아의 대 유럽 천연가스 공급 물량 조정으로 인해 에너지 무기화 비판이 강하게 일어났을 때인 지난 10월 13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조절한다는 주장은 정치적 동기가 다분한 뒷말에 불과하다”며 “유럽이 요청하면 언제든 공급량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랐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즈프롬은 “11월부터 러시아에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량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시말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또 이러한 가즈프롬의 발표 역시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공급량 축소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 분석 업체 ICIS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서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의 하루 평균 공급량은 지난달 302㎥에서 이달 261㎥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천연가스 공급량 축소와 동결 방침이 전해지자 유럽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영국의 파이낸설타임스(FT)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으로 인해 유럽 각국의 도매용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사이 최고 18% 급등했다”면서 “대표적인 천연가스 선물 거래 시장인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는 이날 불과 5시간 사이에 메가와트시(MWH)당 89유로에서 100유로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량 축소에 따른 가격 급등이 현실화 된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내수용 가스를 비축하기 위해 공급량을 감축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하지만 최근 또 러시아가 유럽 빈국 중 한 곳인 옛 소련권 국가 몰도바에 EU와 관계 약화를 대가로 가스 공급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의 정치적 의도 관련 발언은 거짓이었음이 또다시 드러나 빈축을 샀다.


FT는 10월 26일, “러시아가 몰도바에 기존에 공급하던 천연가스 물량을 대폭 줄이고, 가격도 2배 이상 올린 뒤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축소하면 공급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자원이 취약한 국가를 상대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외교 무기로 활용해 압박하는 전략을 본격화하려 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몰도바는 국내 사용 천연가스 10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강하게 몰도바를 압박하는 이유는 철저하게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친(親)EU 성향의 마리아 산두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몰도바는 적극적인 친서방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후퇴하고 있다.


FT는 “러시아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몰도바가 EU와 맺은 FTA를 폐기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동맹(EEU)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도 23일 “러시아에 맞서며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13일 동안 차단한 적이 있다.


이렇게 러시아가 정치적인 이유로 유럽 각국을 집중적으로 에너지 무기화라는 카드를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이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주최 회의에 참석해 ‘독일이 내일 노르트 스트림-2 가동 승인을 하면 이튿날 곧바로 175억㎥의 가스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에너지 무기화 의혹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푸틴의 발언은 지난 13일의 “천연가스 공급을 일부러 줄였다는 것은 완전히 허튼 소리이자 뒷담화”라고 했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이러한 사실이 연거푸 밝혀지자 러시아는 완전히 수세에 몰렸다. 당장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천연가스관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에 섰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그러자 독일로서도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또한 영국의 존슨 총리도 2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11월 1일과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준비와 관련해 기후변화 문제를 상세히 논의하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이 직접 참석하지는 않고 화상으로만 회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있다. 둘 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도 불참한다.


미국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돌입했다. 미국은 우선 바이든 대통령의 에너지 안보 보좌관이 유럽의 에너지 대란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사실상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아모스 호흐슈타인 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단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 생각에 거의 그 선에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호흐슈타인 보좌관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가 사용 승인을 얻으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말을 거론하며 "이는 러시아가 더 많은 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현재 사용하는 가스관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가스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흐슈타인 보좌관은 또한 “이번 겨울이 평소보다 더 추울 경우 가스 부족으로 지역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에서부터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히 돈과 가격 상승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목숨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경고했다.


천연가스 공급의 90%가량을 러시아에 의지하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초보다 5배가량 오른 사실을 적시하며 러시아를 공격한 것이다. 실제로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은 러시아의 장난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노르트 스트림-2'의 사용 승인을 앞당기기 위해 가스 공급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푸틴대통령의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러시아 억만장자이고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총수인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에 대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자택 2곳을 10시간 동안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은 미국 대선과 관련하여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역시 푸틴을 향한 압박 차원이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소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FBI의 압수수색과 관련 "(미국) 사법 당국의 행동이 러시아 국민과 관계된 것이라면, 당연히 우리는 우리 국민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야권 인사요 푸틴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사하로프 인권상'(사상의 자유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럽의회의 결정은 아마도 사상의 자유라는 단어의 가치를 상당히 깎아내리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렇게 푸틴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압력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어지자 푸틴대통령도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현실화가 된다면 올 겨울은 러시아가 승승장구하면서 기세를 올릴 수 있겠지만 에너지 위기가 잠잠해지는 내년 봄부터는 유럽의 대대적인 반격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푸틴대통령이 결국 고개를 숙이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프랑스나 영국은 이미 시행해 왔던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고 대대적인 원자력발전소 증설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10억 유로(1조36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는 원전 의존 비율이 7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프랑스의 유력 언론인 르몽드도 “환경장관과 재무장관이 EDF(프랑스전력공사)에 15년 내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20년 넘게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영국은 또한 2030년까지 12기의 원전을 새로 짓기로 했다.


이러한 탈원전 정책의 포기가 전 유럽사회로 번져가게 되면 결국 수년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원전이 대체하게 되면서 오히려 러시아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몸 사리는 푸틴, 과거의 기개는 사라진 듯]


얼마 전만 해도 웃통을 벗으면서 강인한 체력을 과시했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금 썩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해외 순방에 적극적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최근들어 부쩍 몸을 사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국제회의 참석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13일 미국의 CNBC는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과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불참할 것”이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될 뻔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나와 동행하는 언론·경호원 등 수행원 100명 이상의 안전과 연관된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TV로 중계된 자국 정부 회의에서 푸틴이 기침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면서 코로나19에 걸렸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나왔다.


웃통을 벗고 휴가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하며 '남성미'와 '마초 리더십'을 과시했던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스트롱맨 푸틴이 이렇게 몸을 사리는 것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첫 외유 일정으로 미ㆍ러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소독약이 나오는 ‘살균 터널’로 둘러싸인 벙커에 숨은 68세 푸틴 대통령”이라고 보도했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우려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건강 염려가 과거와 같이 푸틴의 뚝심도 사라지게 만든 요인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많이 약해졌다는 의미이고 더불어 그리안해도 좋지 않은 경제에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강하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의 우정도 이번 유럽에 대한 에너지 무기화를 철회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였던지 간에 푸틴의 유럽사회를 향한 에너지 무기화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러한 결정이 러시아와 유럽 각국간의 외교적 힘겨루기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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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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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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