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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군의 대만주둔 확인에 뒤집어진 중국 - 대만 차이잉원 총통, “미군 주둔하고 있다” 확인 - 대만의 미군 주둔 확인은 중국에 대한 경고 성격 - 미국의 지원사격, “중국, 강압행동 말라!” 경고
  • 기사등록 2021-10-29 13:24:38
  • 수정 2021-10-29 16: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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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CNN과 인터뷰하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 [사진=차이잉원 트위터]


[대만 총통, “미군 주둔하고 있다” 확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대만에 많지는 않지만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침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해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 차이잉원 총통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한 CNN 화면


차이잉원 총통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방어 능력을 증강할 목적으로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처음으로 미군의 주둔 사실을 공식으로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미군 특수부대가 대만군을 훈련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대만 정부는 이를 부인해왔다.


지난 5월 16일 대만의 연합보(聯合報)는 “미 육군의 안보지원여단(SFAB) 병력이 대만에 상주하면서 대만군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연합보(聯合報)는 이와 함께 “지난 4월 미육군 안보지원여단(SFAB) 병력이 대만 북서부 신시주(新竹市) 후커우(湖口鄉)에 있는 대만 육군 북구연합훈련시험센터(北區聯合測考中心)에서 공동으로 대대적인 훈련도 실시했다”고 전했다.


이 훈련은 대만 육군 교육훈련준비발전지휘부(教育訓練暨準則發展指揮部)와 미태평양사령부(PACOM)가 공동으로 실시했으며, 경야오종(景耀宗) 소장(少將)이 현장 통제를 실시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그러면서 연합보는 ”미 육군이 대만군의 혼성대대(聯兵營) 훈련에 실제로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도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0월 초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특수 작전·지원 부대 소속 군인 20여 명이 최소 1년 이상 대만에서 육군 일부 부대를 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언론 보도들이 이어졌음에도 미국과 대만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왔다.


중요한 것은 대만에서의 미군 철수는 1979년 미·중 수교 당시 국교정상화 당시의 핵심적인 합의였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때 주(駐)대만사령부를 해체하고 최대 3만명에 달했던 대만 주둔 미군을 철수시켰다.


그런데 이번 차이 총통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약속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중국과 대만 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에 큰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몇 명이 파견돼 있느냐”는 질문엔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수”라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미군의 주둔 자체를 공식 확인했다는 것이고 이를 대만의 총통이 당당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은 대만 주둔 미군으로 미국 정부 연락 기구인 미국재대만협회(AIT)를 경비하는 소수의 해병대가 전부였다.


[차이총통, 대만의 미군 주둔을 밝힌 이유?]


그렇다면 양안간은 물론이고 미중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 올 수도 있는 대만의 미군 주둔 사실을 차이잉원 총통은 왜 공개했을까?


우선 차이 총통의 이날 발언이 나온 시점을 주목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부른 지 엿새 만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27일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미국은 대만에 굳은 약속을 했다”며 “대만해협에 걸친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26일 대만의 유엔 기구 참여를 지지한다면서 우방국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런 관점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이날 발언은 미국과 대만 간 조율된 대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과 대만간의 군사적 협력을 양국이 이젠 커밍아웃하여 본격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당연히 중국의 반발은 있겠지만 미국이 이미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깬 마당에 굳이 대만 주둔 미군의 존재를 숨길 이유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중국의 최근 위협과 관련하여 대만집권 민진당과 미국 의회에서는 양국이 군사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이미 중국이 먼저 일국양제라는 기본 약속을 깼다는 데서 기인한다. 중국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완전히 무시하고 홍콩과의 일국양제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또한 대만에 대해 연일 군사적 위협으로 일국양제를 흔들고 있다. 더불어 대만의 국제사회 진출까지 가로막고 있다. 이미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먼저 파기했기 때문에 미국 또한 중국과의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가장 민감한 군사적 문제까지 커밍아웃했다는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과 대만간의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과 치이잉원 총통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침공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도 담겨 있다.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차이 총통이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미국이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는 발언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는 지금 대만이 1949년 이후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은 역대 최고 수준의 위협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부터 이어진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의 대대적인 위협 비행 이후에도 지난 26일 중국군 공격 헬기 우즈(武直·WZ)-10이 대만 ADIZ를 비행했다. 대만 위협 비행에 중국군의 주력 중형 공격용 헬기인 WZ-10이 대만 방향으로 먼 바다까지 날아가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판 아파치'인 WZ-10은 중국군의 화력 지원용 공격헬기로서 기관총, 로켓, 대전차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 등 다양한 무장 장착을 할 수 있고, 유사시 중국군의 대만 상륙작전을 공중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전력이다. 그래서 대만 언론은 “대만이 실질 점유중인 도서(島嶼) 상륙 작전 훈련 목적”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또한 차이잉원 총통의 이날 발언은 중국을 향한 경고라고도 볼 수 있다. 소위 ‘인계철선(引繼鐵線)’ 방어론이 그것이다. ‘인계철선’이란 원래 “전선(戰線)에서 침입해 오는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신호탄 등을 터뜨려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철선(鐵線)”을 의미하지만 그동안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하여 이 용어를 사용해 왔다.


현재 한미간에는 북한이 침략해 올 경우 자동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전사자가 발생하게 되면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미군이 휴전선 일대에 주둔하게 되면 북한군의 남침 야욕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대만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 자체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군의 공격으로 미군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면 미군의 대만전쟁 투입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개념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에 대해 경고를 하는 차원에서 미군 주둔을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원사격, “중국, 강압행동 말라!”]


CNN을 통한 차이잉원 총통의 발언이 공개된 바로 그날 바이든 대통령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가한 가운데 영상으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rock-soild) 약속을 했다”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에 걸쳐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남중국해를 포함해 해상의 자유, 개방된 항로, 방해받지 않는 통상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면서 “중국 신장(新疆)과 티베트의 인권, 홍콩 주민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고도 했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백악관도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 전념을 재확인하면서, 개방되고 번영하며 안전한 지역 추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념’이라는 용어는 ‘중국 견제’와 동일한 의미인 만큼 중국에 대해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대만 위협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직접 나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을 지원한 셈이다.


[반발하는 중국]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미군 주둔 발언에 대해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며 이를 지지하는 것 역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고 했다.


탄커페이(譚克非)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대만을 통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환상을 가지고 대만군과의 실질적 군사 관계를 확대할 경우 중국은 반격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차이잉원의 미군 주둔 인정 발언은 스스로 죽을 길을 찾는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중국 대륙은 그들(차이잉원 총통과 집권 민진당)에게 역사의 정의로운 심판을 내릴 능력이 있다”고 했다.


▲ 대만 차이잉원 총통 인터뷰를 비난한 글로벌 타임스의 기사


또한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과 대만의 전쟁이 벌어질 경우 대만 정부가 급작스럽게 항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후 편집장은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에 칼럼을 게재하며 ‘대만군은 준비가 미흡하고 사기가 떨어지며 성인 남성들은 실제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인용해 “차이잉원의 말은 다 허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평화를 지키고 전쟁을 최후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며 “만약 전쟁에 돌입하면 대만해협은 미군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의 중국’ 원칙, 이미 무너졌다]


지금 대만은 뜨겁다. 중국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무너지면서 중국은 사활을 건 외교전쟁과 함께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이는 결국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반면 “대만은 단 한시간도 중국과 같은 나라였던 적이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물론 ‘하나의 중국’ 원칙이 공식적으로 파기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일국양제’ 약속을 깨면서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 역시 무너졌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미국이 대만의 유엔가입을 지지하고 더불어 대만에 미군 주둔 확인 사실이 바로 ‘하나의 중국’ 원칙이 이미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의 중국’ 원칙 파기는 날이 갈수록 그 농도가 진해질 전망이다. 미중전략경쟁 속에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이러한 ‘하나의 중국’ 원칙 파기는 더욱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은 미국이 앞장서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미국은 중국이 먼저 ‘일국양제’ 약속을 어기고 이를 넘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까지 가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이미 지킬 의미가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중간 충돌은 결국 대만에서의 군사적 위협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렇게 될수록 미국은 미국대로 대만에 대한 방어 노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 대만에 대한 미군기지 설치나 미 해군의 대만항구 정박, 더불어 미군-대만군간의 합동 군사훈련도 멀지 않은 장래에 시행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갈수록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은 높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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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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