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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향해 경고한 시진핑, “중국이 대세, 중국 따르라!” - 中, 미국에 의해 이미 '하나의 중국' 원칙 무너지고 있다고 판단 - 대만과 EU간 급격한 관계회복에 중국 민감 반응보여 - 중국,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의 대만 참여에 민감 반응
  • 기사등록 2021-10-27 22:44:51
  • 수정 2021-10-28 07: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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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中, 유엔 가입은 세계 인민 승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을 맞으면서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란 것을 인정한 결의 2758호를 통과시킨 것은 중국 인민의 승리이자 세계 만국 인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조류에 순응하는 국가’로 중국을, ‘거역하는 국가’로 미국을 대비시키며 사실상 중국이 세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주장을 펴 주목을 끌었다.


시진핑 주석은 10월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유엔 합법지위 회복 50주년 기념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유엔 무대에 다시 들어왔다는 것은 중국과 세계에 위대하고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은 1971년 10월 25일 유엔총회 투표를 거쳐 채택된 결의 2758호에 따라 ‘유일한 중국 대표’ 자격으로 유엔에 가입한 뒤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도 확보했다. 반면 그때까지 유엔총회와 안보리에서 중국을 대표하던 대만은 축출됐다.


[시진핑 주석이 유엔가입 50주년을 강조한 이유?]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유엔가입 50주년을 말하면서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은 미국에 의해 연일 불거지는 ‘하나의 중국 원칙 파괴’에 정면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들어 시진핑 주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국에 의해 세워졌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미국에 의해 다시 무너지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대만의 국제사회 복귀 방안까지 논의하기 시작하자 중국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만의 글로벌 체제 복귀를 적극 막으려 하고 있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강경 발언도 바로 중국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막겠다는 강력한 대미 경고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시 주석이 “중국이 세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미 자신이 주창했던 동승서강(東昇西降; 동양이 떠오르고 서양은 해가 진다)론을 이어간 것 역시 “어차피 대세는 중국이니 전 세계는 중국을 따라야 한다”는 발상을 다시 강조하면서 중국내 애국주의를 선동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날 시진핑 주석이 ‘세계의 조류에 순응하는 자는 번영하고,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의미의 ‘世界潮流 晧晧蕩蕩 順之卽昌 逆之卽亡(세계조류 호호탕탕 순지자창 역지자망)’이란 표현을 써가며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권력 정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국이나 동맹국들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포함하여 ‘타이베이’로 부르는 대만을 정식 국호인 ‘타이완’으로 바꾸고 국교 관계가 아니더라도 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조차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외교적 행동에 대해 중국이 반드시 보복할 것임도 암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강력한 경고는 이미 대만에 대한 국제적 기구 가입뿐 아니라 대만과의 비공식적 교류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중국 나름의 대응이기도 하다.


비록 전직이기는 하지만 호주의 전 총리가 대만을 방문했고 프랑스의 의원단 역시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찾았다. 그리고 유럽연합(EU)의원단도 대만을 곧 방문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유럽의회 의원들이 다음주 대만을 방문하여 타이베이 관리들과 만날 예정”이라는 단독 보도를 통해 “중국이 EU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미 대만과 투자협정을 준비하고 있는 EU의 의회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에 EU의회가 대만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했을 때도 중국 당국은 거세게 비난했지만 또다시 유럽의회가 대만을 방문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당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만의 우쟈오셰 외교부장(장관)도 지금 유럽을 방문중이다. 이미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을 했고 또 지난 여름 대만을 방문한 바 있는 체코의 상원의장을 만나 양국 관계 발전을 논의하게 된다.


더불어 유럽과의 무역확대를 위해 대만 경제 대표단은 지금 유럽 각국을 순방중이다.


이렇게 대만과 EU간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대만의 국제사회 데뷔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을 향해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의 대만 참여에 민감 반응]


사실 시진핑 주석이 이번 유엔가입 50주년을 계기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는 배경은 오는 12월에 열리게 될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이 초청받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지도부가 가장 강력하게 미국에 요구하는 것도 바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이 참석한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세계무대에 대만이 등장했다는 것이고 이를 기화로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또 하나의 중국’이 아닌 ‘또 다른 중국’으로 개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더욱 앞으로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기구가 바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일 것으로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그 회의에 대만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결사적인 방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간의 화상 회담을 12월로 미룬 이유도 바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의 참석 여부를 보고 진행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재 예상컨대 원래 미국의 계획대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이 참석하면서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복귀한다면 미-중 양국간 화상정상회담마저도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대만의 글로벌 무대 복귀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시진핑 주석의 연설 직전에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대만의 대사관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와 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RO)는 지난 22일 양국 외교부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화상 포럼을 열었다.


그런데 이날 포럼에서의 핵심 내용이 바로 대만이 유엔에 의미 있게 참여하고 기여할 능력을 지원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중국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미측 참석자들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만이 참여하는 데 대한 약속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2009~2016년 WHO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정부가 들어선 이후 중국 반대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 의해 ’하나의 중국‘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고, 이젠 실행단계로 들어섰다고 보면 될 것이다.


또 하나, 중국이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미국이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을 포섭해 중국에 맞서려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실상 우방이 없다. 러시아야말로 동맹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국의 의견에 대해 무조건 따라주는 우방국도 아니다. 철저하게 러시아의 국익에 따라 행동하는 나라이다. 중국 입장에서 러시아 말고는 변변한 우방국도 없다. 겨우 북한이나 파키스탄, 그리고 힘없는 아프리카 몇 나라 뿐이다.


그런데 중국을 압박하는데 있어 미국 단독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같은 다자기구로 중국을 압박해 오면 중국은 사실 대응할 수단이 없다. 중국이 쿼드 4개국 동맹체나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 동맹에 대해서도 당황하듯 분개하는 이유도 결국 그렇게 다자주의 동맹체가 중국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마땅히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 유엔가입 50주년 연설에서 유엔이라는 중국이 선호하는 다자주의를 옹호하면서도 ’미국의 다자주의‘를 집중적으로 비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유엔의 권위와 위상을 단호히 수호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공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며 “국제 규칙은 유엔 193개 회원국만이 공식화할 수 있으며 개별 국가 또는 소규모 국가 그룹이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일부 국가와 동맹을 맺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은 평화를 사랑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패권주의와 권력 정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또다시 미국을 비난했고 “(중국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인권 발전의 길을 걸어왔고, 중국 인권의 발전과 국제 인권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면서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의 ’대만띄우기‘를 보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대만띄우기가 과연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1971년 대만이 유엔에서 축출 당하면서 대신 중국이 유엔에 가입했던 것은 사실 미국이 중국과 힘을 모아 옛 소련(러시아)을 견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계획대로 옛소련은 붕괴했고 지금의 러시아는 과거와 같은 힘을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딱 5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에 대항하고 있으며 미국은 대만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하고 있다.


미국은 안다. 유엔에서 다시 중국을 축출하고 대만으로 환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유엔을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국제기구를 만들어 중국과 러시아에 적극 대응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다.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국제적 기구를 만들어 탈중국 또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국제적 기구를 만들겠다는 그러한 미국의 의도를 중국이 간파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힘 겨루기’는 또다른 차원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만약 오는 12월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대만이 끝내 불참한다면 중국의 압박에 미국이 결국 손을 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반대로 그 회의에 대만이 당당하게 참석한다면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본 궤도에 올라선다고 보면 된다.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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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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