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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오만한 중국, “교황청에 대만 단교 요구” - 곤혹스러운 교황청, "중국 요구 수용, 거부 선택 어려운 입장" - 中 시진핑 집권후 종교자유 더욱 사라져 - 교황청, 대만 단교시 자유세계진영으로부터 비난 받을 가능성
  • 기사등록 2021-10-27 13:46:04
  • 수정 2021-10-27 17: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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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교황청에 수교 조건으로 대만 단교 요구한 중국]


중국이 바티칸 교황청에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대만과의 단교를 요구했다. 중국이 종교에 정치를 개입시켜 로마교황청에까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한 셈이다.


25일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교황청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교황청은 중국과 계속 대화를 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교황청에 끊임없이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주도적으로 외국과 단교한 전례가 없는 교황청이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만과 단교를 요구하는 중국에 대해 교황청은 베이징(北京)에 대사관을 먼저 설립한 후 대만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교황청이 중국·대만과의 관계와 관련해 명확한 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매체는 교황청이 “미국과 중국의 대치로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화를 유지하려는 교황청에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해 곤혹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만과 수교한 나라는 바티칸을 비롯해 팔라우, 온두라스, 파라과이 등 전 세계 15개 나라에 불과하며 유럽에서는 유일하다.


[중국내 종교의 자유는 과연 존재하는가?]


중국은 공산 정권을 수립한 뒤 1951년 바티칸과 관계를 단절했으나 2018년 9월 주교 임명과 관련된 2년 시한의 잠정 합의를 이뤘다. 당시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중국 정부가 교황을 중국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공식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교황청 승인 없이 임명한 주교 7명을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합의에 따라 지난 2018년 9월 중국과 교황청이 공동 승인한 주교가 탄생했다. 중국에는 이전에도 주교가 있었지만 이들은 교황청과는 별개로 공산당이 지명한 사제들이었다.


현재 중국에는 약 1200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로마교황청과 중국 정부간 주교 임명과 관련된 2년 시한의 잠정 합의가 이뤄지기 전에는 중국 정부 승인 가톨릭 교회인 애국가톨릭협회(일명 애국회)와 교황청을 따르는 비공식 지하교회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2018년 9월의 교황청과 중국정부간의 임시 합의로 인해 중국은 교황을 가톨릭 수장으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은 천주교 애국회가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임명된 주교 7명이 모두 중국 정부 당국이 임명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황청의 합의가 오히려 순수한 믿음을 가지고 교황청을 따랐던 지하교회 교인들을 말살시키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2018년 합의 당시 홍콩 조지프 젠 추기경도 중국과 교황청간의 합의를 ‘배반’(betrayal)이라고 부르며, “바티칸이 중국 내 가톨릭 교인들을 팔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내에서는 사제와 주교들을 압박해 애국회에 가입시키거나,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탄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지난 2019년 6월에는 지하교회 성직자를 위협하지 말라고 중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해 9월, 중국과 교황청의 임시합의 연장 시점이 되었을 때, 당시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종교전문지 '퍼스트싱스'(First Things) 기고문에서 "중국 신자들에 대한 끔찍한 박해"라고 비판하면서 "세계 각국이 합의 연장에 대해 중국의 인권 침해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에도 "교황청이 주교 임명 합의를 갱신한다면 (교황청의) 도덕적 명예가 실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수 가톨릭계에서도 “교황청이 중국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하고 있다”면서 “이 합의를 빌미로 중국 정부가 교인들에 대한 단속·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양측의 소통과 협력 덕분에 초기 성과는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2018년 체결한 주교 임명 합의의 시한을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도 "양측은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황청의 판단과는 달리 가톨릭 교인들은 중국의 다른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체포 및 구금 등 지속적인 박해와 국가의 간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중국에 관한 미 의회-행정위원회의 보고서도 “양측의 협정이 체결된 2018년 이후 2년 동안 중국 가톨릭 교인들을 상대로 한 박해는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중국 당국은 2018 바티칸-중국 협정 이후,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특별한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중국의 수백만 가톨릭 교인들에게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의 종교적 박해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박해감시단체인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베이어(ICC)’도 지난해 10월 중국과 교황청간의 2년 합의 연장 직후, 중국 정부는 “지하(교회) 성직자들에게 중국천주교애국회에 가입하거나 성직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ICC는 민동교구의 궈시진(Guo Xijin) 주교와 88세의 주교인 산터우 교구의 좡 지안지앤(Zhuang Jianjian) 주교가 중국 당국의 국영독립교회 문서에 서명을 거부하자 곧바로 구금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나 고(Gina Goh) ICC 동남아 지역 관리자는 협정 연장이 “지하 가톨릭 신자들을 낙담시키는 처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과 교황청간의 협약에도 불구하고 지하 가톨릭 교회는 수도원과 십자가가 철거되고 사제들과 수녀들이 위협을 받는 등 지속적인 탄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나 고는 이어 “바티칸이 주장하는 신자들의 처우 개선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빠진 것으로 판명됐다”면서 “교황청이 늑대와 춤을 추고 중국의 지하 가톨릭 신자들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교황청의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이러한 우려가 현실에 가깝다는 것은 중국의 종교정책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2월 9일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종교인의 활동을 통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국의 종교 문제를 관장하는 국가종교사무국이 발표한 7장 52조의 '종교 성직자 관리 방안'에 따르면, “종교인이 외국 세력의 영향을 받거나 민족통합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와 공공안전을 훼손하는 행위, 종교적 극단주의를 조장하거나 지원하는 행위, 국가 분열 행위, 외국 세력의 조종을 받거나 외국 종교단체의 지정을 받는 행위” 등을 금지 행위로 명시했다.


이 방안은 또한 “종교인은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옹호하며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가톨릭 주교는 중국 가톨릭교회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중국은 헌법에 불교·가톨릭·개신교·도교·이슬람교를 믿을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이후 '종교의 중국화' 정책을 내세우며 통제를 강화하고 종교조직이 당과 정부의 요구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에는 종교적 극단주의를 옹호하거나 불법 종교 활동에 대한 지원을 막겠다며 외국인의 종교 활동을 규제하는 규정도 시행했다.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매년 세계 각국의 종교 자유를 평가하는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중국을 북한, 이란 등과 함께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진 바티칸. 사진은 연단을 걷는 프란시스코 교황 [사진=바티칸뉴스]


[중국의 요구에 대한 교황청의 결정은?]


중국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교황청은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일단 교황청이 “베이징에 교황청대사관을 설치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그 이후에 대만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 표명 자체가 교황청의 입장이 중국을 향해 일보 진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명예 주교인 조셉 젠(Joseph Zen) 추기경은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와 인터뷰에서 “바티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교황청간의 협정은 중국 가톨릭 신자들의 종교 자유를 보호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바티칸은 중국과 외교 관계를 언젠가는 정말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이 있을 때는 공식적인 관계 수립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청이 중국과 수교를 위해 대만을 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 정부 당국의 교황청에 대한 대만과의 단교요구는 교황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대만과의 단교요구를 했음에도 교황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면 교황청과 중국간의 주교임명 관련 합의 사항 자체를 중국이 거부하면서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양측간 합의 파기 뿐 아니라 이를 기화로 중국내 가톨릭 신자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 수순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교황청의 입장은 그야말로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 요구대로 대만과 단교를 교황청이 결정하게 된다면 교황청 스스로 종교에 정치의 개입을 용인하는 셈이 되는데다 대만의 가톨릭 신자들을 교황청이 버렸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어서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이루이밍(戴瑞明) 전 주교황청 대만 대사는 대만의 연합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교황청의 제안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바티칸과 수교를 하더라도 종교의 내정 간섭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정부가 사형제 폐지, 낙태 반대 입장을 주장하는 교황청의 포교를 인정할 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 어우장안(歐江安) 대변인도 “대만은 교황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10일 대만 건국 기념일 행사 때 교황청이 대만인의 평화 번영을 축복한 것은 두 나라의 돈독한 우의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대만의 희망 섞인 관측이기도 하지만 교황청이 대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만과 단교를 선언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결정이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가톨릭 신자들을 배신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反중국 캠페인을 벌이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계기로 탈 중국 정책을 추진하고, 더불어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가톨릭의 총 본산인 교황청이 대만을 포기하고 중국과 손을 잡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하겠는가?


어찌되었던 중국 공산당 정권은 지금 가톨릭의 교황청을 압박하면서 교황청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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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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